n년간의 삽질과 좌절, 실패를 통해 드디어 레벨 업하다
끄적글적 2.0.0v 업데이트가 생각보다 늦어졌고 (작년 12월에 목표했었는데...) 어느덧 4월이 됐다. 말도 안 돼. 보통 모든 일정은 업데이트 이후로 미뤄놓곤 하는데 글쓰기도 그중 하나였다. 업데이트 이후 2020년 회고록을 쓰려했는데 이러다 올해 회고록과 같이 쓰게 생겼다.
오늘이 돼서야 드디어 머리가 아팠던 난이도가 높은 이슈들을 해결했고 잠깐 짬이 나서(신나서) 글을 쓴다. 이번 업데이트를 위한 개발을 하면서 개발자로서 한 단계 성장을 한 것을 느꼈다.
혼자 개발을 하고 있다는 압박감 그 누구도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사실
애나(같이 일하고 있는 유일한 동료, 우리는 2명이서 일을 한다)가 많이 도와줘서 가능한 거지만 앱을 혼자 개발한다는 건 꽤나 압박스러운 일이다. 내가 해결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사실과 굉장히 짧은 지식으로 혼자 역량이 넘어서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이 멘탈을 나가게 만든다.
그래서 과거에 이 압박스러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개발을 포기했었던 적이 있었다.
매번의 업데이트가 그렇듯 내 역량을 넘어서는 기능들을 개발하는데 이번 업데이트도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높은 난이도의 기능, 예측할 수 없던 문제 발생. 하지만 한 가지 달랐던 점이 있다. 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태도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왜 해결이 안 되지? 하며 그 문제에 집중을 했다. 나와 같은 문제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글을 보며 해결될 때까지 그들이 제안해주는 해결방법을 생각 없이 복붙 하며 해결이 될 때까지 계속 반복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문제가 나왔을 때 문제의 집중하지 않고 원리를 파악하려 했다. 무슨 원리로 이 코드가 동작하는가? 그래서 해당 코드의 문서들을 먼저 봤고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왜 안 돌아가는지 원리를 파악하니 해결방법을 갖고 있는 키워드를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접근하니 놀랍게도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다! 그리고 얻는 습득하는 지식의 질도 달랐다. 이걸 몇 년 동안의 엄청난 삽질을 통해 드디어 깨달았다니..
예전에는 진짜 몇 날 며칠을 붙어도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때 두려움이 먼저 생겼다. 이걸 내가 해결할 수 있을까?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곧바로 슬럼프에 빠졌었다. 스트레스 관리가 되지 않고 문제를 회피하고 싶고 어둡고 우울한 슬럼프에 들어갔었다. 애나도 이 패턴을 옆에서 보고 알고 있었다. 애나가 정신 차리라고 말할 때까지 빠져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는 패턴이 생기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며칠을 붙어도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 앞에서 놀랍게도 두려움 대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스스로의 믿음이 생긴 거다! 어려운 문제들을 잘 해결해나가는 작은 사건들이 모여 이런 믿음이 스스로에게 생겼다.
약간 사이비 같은데 아침에 작업을 하기 전 '할 수 있다!'를 외치며 시작했다. 진짜 거짓말같이 이렇게 외치면 자신감이 붙어서 더 열심히 삽질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그리고 어려운 문제를 회피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아니면 누가 해결하냐! 할 수 있다! 꼭 내가 해결하고 만다' 하는 긍정적인 분노가 생겼다. 이전에 없던 패턴이 생겼다.
애나도 루시에게 이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패턴이 생긴 것 같다고 말을 했다.
어떤 글을 읽었다. 개발자의 대부분의 일과는 실패하는 거라고. 난 이 반대를 생각했나 보다. 성공이 디폴트여서 실패가 힘들었었는데 이 말을 듣고 나서는 '오늘도 실패하러 가볼까!'로 시작하니 한결 문제를 해결하는 무게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좀 더 여유가 생겼나 보다.
커다란 계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 나에겐 삽질하는 과정이 필요했나 보다. 삽질하는 시간이 쌓이니 자연스럽게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었다. 진짜 힘들게 체득한 것 같다. 지름길이 있다면 그 지름길로 가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나에겐 지름길이 없었다. 수많은 삽질과 좌절, 실패를 오롯이 겪고 나서야 바뀌었다.
개발과 다른 분야로 프리랜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이 일하는 동료가 개발에 대해서 물어봤을 때 '개발 누구나 할 수 있다'라고 말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좀 생각이 다르다.
전혀 개발과 상관없는 삶을 살아왔기에 한 번도 개발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개발을 배워보고 싶다고 할 때 항상 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내가 그렇게 개발을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이를 업으로 삼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최근에 깨달았다. 노마드코더의 [누구나 코딩을 할 수 있다? 5가지 팩폭 드림] 을 보고 생각 정리가 됐다.
개발언어를 습득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건 어렵지 않다. 시간을 쏟으면 누구나 습득할 수 있다. 수학을 못한다? 상관없다. 나 또한 수학을 잘하지 못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스스로와의 싸움을 잘 견딜 수 있는가? 그걸 즐기는 사람인가?이다.
개발을 한다는 것은 높은 정신적 스트레스에 매일 같이 노출된다는 뜻이다. 과거의 나는 여기서 많이 무너졌다. 맛있는 걸 먹어도 맛있지 않고 내 주변의 전체적인 채도가 낮아지고 주변 소음이 작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루 종일 그 문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굉장히 우울한 상태가 지속된다. 차라리 몸이 힘든 게 낫다. 몸이 힘들면 쉬면 회복이 되지만 멘탈이 나가면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다. 난 과거의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매번 졌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한 나는 어느새 스스로와의 싸움을 즐기고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됐다(이제서야!). 이 확신과 신뢰가 없어서 그렇게 스스로를 괴롭혔다. 거의 2014년부터니까 8년을 스스로와 고독하고 힘들게 싸워왔다.
오늘 신이 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말 다 했지 뭐. 이 성취감은 한 번 느껴본 사람은 안다.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겨냈다는 이 성취감이 정말 중독적이라는 걸. 이 하나를 위해 그렇게 삽질했나보다.
예. 저는 스스로의 확신과 신뢰가 바탕되고 나서야 드디어 문제해결을 즐기게 됐습니다. n년간의 수많은 삽질과 좌절, 실패를 아주 정직하게 정통으로 다 맞고 말이죠. (갑자기 눈물나네..) 혹시나 지금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지쳐있다면 한번 속는셈 치고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쳐보세요. 놀랍게도 진짜 에너지가 납니다. 그럼 전 업데이트 끝나고 신나게 2020년 회고록으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