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he W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y Jan 26. 2022

나의 2021

2021년 노션과 에버노트 날 것의 기록 모음

2018년부터 매일 하루를 기록하는 애나를 보고 나 또한 매일 하루를 노션과 에버노트에 기록했다.


나의 2021년의 날 것의 기록 조각들


요새 나에게 칭찬을 많이 한다. 잘하고 있다. -21.1.2



이슈를 거의 일주일을 잡고 있었다. 이럴 땐 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지만 혼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힘겹지만 값지다. -21.1.9



내가 칭찬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칭찬해주나. 예전에는 나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았고 혹독했다. 스스로를 계속 다그쳤다.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데 왜 여기서 만족하냐고  그때도 충분히 잘하고 있었는데 나도 나와 관계를 잘 맺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지금은 그렇게 가혹하게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는다. 잘했을 땐 칭찬을 해주고 더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해 준다.

-21.1.13



다음 실행에 대한 기대, 그걸 신나서 하는 애나와 나, 멘탈이 털리지 않는 QA. 과거에 그토록 원했던 그 하루가 오늘임에 너무 감사하다. -21.1.17



클라이밍을 갈까 말까 고민을 했다. 같이 할 사람이 부재해서 재미가 더 없는 것 같다. -21.1.19



애나가 유저들을 생각하는 마음, 꼼꼼함과 나의 이 귀찮은 마음이 충돌했다. 혼자였으면 타협하고 갔겠지. 나중에 수습한다고 바빴겠지. 애나는 약해지고 타협하려는 나를 넘어서게 만든다. 애나가 있어서 다행이다.


책임감을 갖고 개발하자! 내가 아니면 누구도 대신 해결해주지 않는다.


회사를 다니면서 집에 와서는 개발을 하는 걸 반복해왔다. 열심히 살고 있음에도 아직 부족하다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그쳐오면서. 다들 나보고 열심히 산다고 했을 때 그 말이 불편했다. 스스로의 기준이 너무 높았기에.


그러니 힘을 내고 좀 더 나아가자. 스스로와의 싸움을 즐겁게 하자. 스스로 넘는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고 멋진 일인데.

-21.1.22



QA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순간의 답답함과 짜증에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 나아가야지. -21.1.27



보이는 세계를 확장하는 방법은 공부밖에 없다. 새로운 정보들을 얻느라 요새 식물에 중독되어있다.

-21.1.29 <이 시국에 새로운 취미를 찾음>



원하는 대로 다 할 수 없다. 불안정한 선택을 했으면서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 불안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겠다. 이 길의 마지막을 볼 거다. 자유롭게 살고 싶으면서도 대가를 치르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를 원했구나.


내가 하는 선택은 나의 과제이고 최종적으로 책임은 내가 진다.

-21.2.8



성장했다. 방향을 정하면 인과 관계에 의하여 언젠가는 그곳에 가있게 된다. 꾸준함의 힘. 시간이 깔린 그 힘은 쌓이고 나선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21.2.15



집에서 식물들과 함께 노는 게 재미있다 -21.2.28


식물들을 키우는 게 행복만 있을 줄 알았는데 이런 시련도 있구나.

-21.3.5 <벌레와의 전쟁을 한 날>



잠자면서 뒤척이는데 허리가 진짜 아팠다. 순간의 통증인 줄 알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서있는 게 불가능할 정도의 통증이었다.

-21.3.12 <처음으로 허리의 중요성을 느낀 날>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 같다.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한 시점. 내가 뭔가를 갈망하고 있는 시점. 난 이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 -21.3.31



식은땀이 계속 났다. 몸에는 열 때문에 땀이 계속 나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오늘 하루 종일 열이 내리지 않아서 코로나 양성이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스러웠다.

-21.4.6 <양성일까 하는 두려움을 처음 느껴봄>



이번 아픔이 왜 이렇게 서러웠을까?

두려움이 나를 덮쳤다. 열감기가 쉽게 떨어지지 않고 허리까지 아파서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깨는, 잠을 들지 못하는, 이런 상황들이 나의 정신을 약하게 만들었다. 정신이 약해지니 화살이 온갖 군데로 다 향했다. 그 화살이 옳지 않은 걸 알면서도 컨트롤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눈물이 났다.


그렇지만 독립해서 강해지는 법을 배웠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면 서럽다는 감정이 생기는 것을 깨달았다. 스스로 챙겨야 한다. 내가 먼저 챙기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날 챙기지 않는다. 내가 날 돌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누군가 의지해야 하는 것이 디폴트였다면 이번 아픔으로 혼자 자립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아픈 와중에도 내가 한 행동들이 있더라

머리가 아파도 졸면서 개발을 잡고 있는 내 모습이, 허리가 아플 때 개발을 못하게 된다는 그 사실이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 태웅쌤이 벽타러 가자고 연락할 때 오늘도 일하니?라고 항상 운을 뗀다. 별생각 없이 “작업을 안 하는 날은 없어요”라고 말을 하는데 생각을 해보니 난 항상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구나. 너무나 당연해서 알지 못했다. 쉬어야겠다 하는 날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집중이 되지 않아 쉬게 된 날은 있어도. 나에게 이 일은 정말 중요하구나. 이 일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그래서 그렇게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도 하고 다독이기도 하며 끊임없이 싸웠구나.

이번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굉장한 도전을 맞이 했고 이번 아픔으로 좀 더 성숙해졌다.

-21.4.8 <아픔을 통해 성숙해진 나>



세창형님 덕분에 클라이밍에 다시 열정이 붙었다. 오늘처럼 이렇게 열심히 한 건 올해 들어서 처음인 것 같다. -21.4.16



PT라는 새로운 자극이 나에게 굉장히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일주일에서 기다려지는 일과 중에 하나이다. 클라이밍에 바로 접목해서 내가 힘이 실시간으로 느껴지는 게 체감이 되니 재미있다. 요새 체육인의 삶을 살고 있다. 즐겁다. 행복하다. 근데 개발을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개발 기간이 생각보다 오래 길어지기도 하고 운동이 지금 나에게 훨씬 더 자극적이라 그런가 보다. 다시 목표를 다 잡고 집중해야지. -21.4.28



 개발을 하긴 했지만 집중해서 하지 못했다. -21.4.30



테라스에서 풍경을 보니 너무 멋졌다. 안개가 자욱하니 딱 끼면서 구름은 맑고 선선하고 정말 날씨가 좋았다. 이래서 풍경을 보러 가는 거구나. 정상에서 보는 풍경과 또 다르다. 내가 살면서 이런 걸 할 줄 알았을까. 인생 재미있네.

-21.5.2 <생애 처음 멀티피치를 간 날>


일요일 멀티피치를 다녀와서 월요일 오전에 헬스 웨이트하고 출근했다가 외벽으로 퇴근해서 열 시까지 운동하는 체육인의 삶 -21.5.3



개발을 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다가 퍼졌다.

-21.5.9



잃은 것에 집중하지 말고 얻은 것에 집중하자. 실력을 키우자. -21.5.10



외벽을 가고 싶지만 가기 싫은 마음이 드는 이유를 알아냈다. 그 길을 전체 하나로 보면 엄청 고되고 힘들다. 하지만 그냥 홀드 하나 길 하나를 천천히 단계를 밟아서 가는 걸 생각하면 가기 싫지 않다. 큰 문제를 작게 쪼개서 단계별로 보는 능력. 이번 외벽을 통해 깨닫는 게 많구나. -21.5.12



일을 하다가 자꾸 잡생각이 들어서 애나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애나는 뭐가 중요한지 잘 아는 사람. 내가 흔들릴 때 돌아가고 싶은 그런 장소이다. 사람이 장소가 될 수도 있구나. 나에게 애나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21.5.21



일기가 너무 밀린다.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게 힘든 건가. 하루하루 마무리를 잘하기가 힘들다. 이 시즌은 매번 오는 건가. 어려운 이슈가 오면 이렇게 패턴이 망가지는 것 같다. 이럴 때는 책을 읽어야지. 스스로 파고 들어서 의미가 없다. -21.5.29



난 어디든 갈 수 있고 원하는 걸 할 수 있다. 선택하지 않을 뿐. 이걸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무한한 가능성을 열고 시작하는 거니까. 이걸 다시 상기시키는 걸로 만족한다.


빠른 의사결정의 가치를 느꼈다. 애나는 이런 의사결정을 계속해왔던 거구나. 어떻게 이렇게 이런 순간에 이성적으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얻는 게 있다. 어둠이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게 있는 법.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나, 너무 멋지다. -21.6.1



최근에 클라이밍 루트를 깨면서도 느꼈는데 그 루트를 완등 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가는지가 중요하다. 거의 1주일? 2주일 정도 매달린 것 같다. 이렇게 어려운 루트를 깰 때의 성취감은 진짜... 약을 한 것처럼 행복하다. -21.6.2



시간을 따로 내어 밀린 기록과 앞으로의 계획을 좀 정하려고 급 드라이브를 결정했다.


문득 너무 행복한 삶을 살고 있구나 지금은 과거에 내가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었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 떠날 수 있는 자유. 과거에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었다. 이걸 만들어냈구나. 방향만 설정했는데 어느새 정신 차려보니 원하던 위치에 있었다. 다음에 대한 고민과 불안 때문에 현재 뭘 갖고 있는지 잊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잠깐 멈춰서 걸어왔던 길을 잠깐 뒤돌아서 보면 굉장한 힘이 된다. 현재 나를 만들어왔던 과거의 모습과 시간들을 보면 순간 타자화되면서 울컥한 감정이 올라온다.


최근 연애의 참견을 굉장히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리고 든 생각은 깊은 관계가 주는 사랑은 서로의 잠재력을 끌어내 주는 힘을 갖고 있구나. 살아가면서 사랑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게 연인관계일 필요는 없다. 난 과거에도 지금도 애나한테 그런 사랑을 받았구나. 과연 누가 이런 사랑을 받으면서 성장을 할 수 있나.


개발을 포기했었을 때 애나가 날 잡아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이런 이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난 애나한테 준 게 뭘까? 앞으로 같은 길을 살아가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 애나는 그 과거의 시간을 진짜 남인 나한테 쏟은 거다.


이번에 스스로와의 대화 주제는 시련, 성공,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만약 그때 삶을 포기했다면 지금 이 순간, 클라이밍 하면서 외벽을 타는 순간, 끄적글적 개발, 사람들과의 교류 이 모든 것을 느끼지 못했겠지.


이렇게 운전할 수 있는 나도 못 봤을 테고. 그 순간 포기하지 않아서 너무 고맙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열심히 시간을 쌓아 만들어낸 모습이다. 열심히 고시 공부하듯 개발 공부를 한 나,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던 나, 애나와 함께 나아가고, 깨지고,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겪었던 나.


난 내 삶의 최고의 버전을 살아가고 있다.

-21.6.16



협업을 하고 애나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오차를 줄였다고 했는데 이걸 어떻게 설득을 해야 하나. 최선을 다했다고 마지막이라고 했는데 이걸 어떻게 또 설득하나. 난 항상 루시가 최선을 다 하는 걸 알고 있어. 다 됐다고 하는데 또 해달라고 하면 조르는 게 아닌가. 난 이게 좀 머리가 아팠다. -21.6.17



여성 클라이머들이랑 응원하면서 푸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서로 응원하고 경쟁 심리가 발동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하는 것을 구경하면서 볼더링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클라이머들만 모아서 이렇게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즐거웠다.

-21.7.10 <더클라임 걸스온탑 참여한 날>


등반을 하면서 재미있다는 말이 계속 나왔다. 체력적으로 힘들긴 한데 단 피치와 다른 매력이 있다. 조용하니 자연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풍경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앞뒤로 아무것도 없는 뻥 뚫린 풍경을 등산하면서 볼 수 있었나. -21.7.15

인수봉 멀티피치


설악산 4인의 우정길을 한 피치 올라가고 쌤이 두 피치 올라갈 때쯤 비가 많이 쏟아졌다. 내려가다 보니 점점 비가 많이 쏟아져서 거의 도착할 때쯤은 입수한 것처럼 홀딱 젖었다. 내려오면서 웃음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웃음이 난다. 산에만 오면 비가 이렇게 오다니.

형님이랑 멀티를 가보고 싶은데 언제쯤 갈 수 있으려나. -21.7.17

비 맞으며 하강 이때 우비를 사야겠다고 결심함


등반하면서 기다릴 때 고요한 산 위에 혼자 있는 느낌이 좋다. 재미있는데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 3개월이면 익숙해진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21.7.22



설악산을 등반하면서 인수봉과 정말 다른 경험을 했다. 일단 올라가는 길에 계곡과 폭포가 보이고 올라가면서 암벽이 반지의 제왕에서 나올법한 풍경으로 펼쳐졌다. 이게 사진과 영상으로는 담기지가 않는다. 역시 직접 경험을 해봐야 하는구나.

멀티피치를 하면서 경험하는 산들은 놀라웠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21.7.25


오늘 트레이닝도 진짜 재미있었다. 확실히 혼자 하는 것보다 재미있고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과 함께 하면서 배우는 게 많아서 좋다. 그리고 고정적으로 운동 메이트가 생겼다는 것에 만족한다. -21.8.11



형님이랑 같이 범굴암을 거의 2년 만에 가는 것 같다.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을 하고 있다. 쉬는 시간에 친구랑 등반 파트너의 부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깨지 않아도 등반자가 노력하던 루트를 깨면 진짜 기분이 좋구나.

-21.8.16 <오늘의 등반 주제 : 이끌거나 따르거나>



내 뇌는 살려고 나를 지키려고 하는 행동에서 내가 원하는 행동은 반대였다. 과감하게 하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스스로를 깨지 못했다. 아쉬웠다. -21.8.17



QA를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디테일한 QA를 놓친다고 말을 했다. 애나가 전화함으로써 집중도가 또 올라갈 거라고 말을 했다. 애나 같으면 먼저 전화를 했을 거 같은데 왜 하지 않았냐고 물어봤다. 그래 왜 하지 않았을까. 뭐가 그렇게 두려웠을까.


졸려서 자는 게 아니라 하루의 일과가 다 끝나야 잠을 자야 하는구나. 이런 작은 성취들이 모여 빛나는 나를 만들어주는구나. -21.8.23



클라이밍에 대한 생각이 좀 넓어진 것 같다. 항상 보는 사람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달리 다른 프로 클라이머들의 태도와 생각,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았다. 이래서 많은 경험과 다양한 사고들을 교류해야 하나 보다. 오랜만에 느끼는 배움이었다. 이런 다큐멘터리를 많이 봐야지. -21.8.29


역시 꾸준히 하면 되는구나. 뿌듯했다. -21.9.1



나에게 솔직하기가 가장 어렵다. -21.9.8



내가 하지 못한 경험들을 하는 건 좋지만 아직 그 가치를 모르는데 해서 큰 의미가 있을까? 나에게 쌓여서 좋겠지. 나쁜 건 없지만. 나에게 그 가치가 지금 저울질된다. -21.9.11



분노 에너지가 도움이 되는구나. 승부욕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감정이 벽을 타면서 든 건 처음이었다. 나에게 필요한 건 이런 의지였구나. 오늘 깨달았다. 깨고자 하는 열망이 없었구나. 열망의 차이가 이렇게 나다니. -21.9.14



멘탈에 따라서 등반 실력이 들락날락하는 경험을 너무 많이 했다. 그러면서 멘탈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를 하게 됐다. 컨디션 때문에 클라이밍 실력이 들쭉 날쭉한 줄 알았다.

 

깨고 싶은 열망이 크면 위기가 두려움이 아닌 단순히 해결해야 것으로 바뀐다.

왜 자연을 많이 나가보라고 하는 건지. 왜 충분히 깰 수 있는데 안 해본 동작이라 어렵다고 하는 건지. 오늘에서야 진정하게 깨달았다. 자연을 많이 나가서 위기의 순간들을 많이 경험하고 싶은데...

-21.9.18


요새 <최고의 변화는 어디서 시작하는가> 책을 읽고 있다. 의지력이 아닌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이유들을 알려주는 책인데 예전부터 나를 키워왔던 방식이라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21.9.19


첫 차박 아닌 차박

간밤에 태풍이 지나갔다. 물론 불편하지만 불편을 통해 깨닫는 게 있다. -21.9.21



내가 살았으니 이런 재미있는 경험들을 쌓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나에게 이렇게 잘 맞는, 배울 점이 많은 운동 메이트가 생겨서 운동을 같이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21.10.3



이 정도 내가 찾았으면 질질 끌지 말고 다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구나. 안 그러면 내가 선택하지 않고 애나가 선택하게 된다. 이건 참 좋지 않은 플로우인걸 이미 잘 알고 있다. 결국 해결해준 건 과거의 내가 남긴 기록이었다.


엄청난 압박 속에서 정신을 차리려면 어지러운 것들을 정리하고 계획을 짜야 같이 하는 애나도 혼동이 되지 않는다. 이걸 왜 이전 버전에서 못했을까. 그래서 그냥 모호한 구름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스트레스는 내가 만든 것이었다.


개발의 가장 힘든 점은 실패의 연속 속에서 멘탈을 잡고 계속해보는 것.


정신을 차리고 2시쯤 일어나서 작업을 했는데 드디어... 해결이 됐다. 이 성취감에 내가 개발을 좋아하지 싶었다. 애증의 개발이다 정말. 역시나 문제는 프레임워크였다. 나의 감을 믿었고 버텨서 얻어낸 성과였다. 역시 환경에 나를 던지고 집요하게 살펴보고 리뷰해야 한다.


하루가 너무 길다. 전혀 다른 삶을 동시에 살고 있으니 내가 여러 사람이 된 기분이다. 골프를 치고, 집에 돌아와서 개발하고, 클라이밍 하고 이 모드가 전혀 달라진다.  -21.10.6



작업을 하느라 새벽 두 시에 자서 네시에 일어났다.

-21.10.12



내 골프채를 사니 이렇게 기쁠 줄이야.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21.10.17 <골프채를 구매한 날>



나 정말 욕심 많네. 행동력이 바탕되지 않는 욕심은 그저 꿈이고 허황된 망상일 뿐이다.


오늘 이렇게 살면서 몸은 피곤해도 정신을 충만했다. 하루가 끝나서 시간이 돼서 잠이 와서 끝내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일을 다 끝내고 끝을 내는 거구나. 오늘 하루는 정말 기억에 남을 하루다.


형님 덕분에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경험 그리고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아서 좋다. 좋은 사람과 메이트가 된다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21.10.19



' 일을 하는 것인가, 돈을 벌기 위한 실행을 하는 것인가. '

' 사장님인가, 직장인인가. '

' 우리의 일이 메인인가, 사이드 프로젝트인가. '

-21.10.22 <애나와 대화를 한 날>



밖에서 노을을 구경했는데 고요했다. 그 짧은 순간 자유를 느꼈다. -21.10.31



어제는 그렇게 안되던 루트가 오늘 거짓말처럼 한방에 깼다. 어제가 있어서 오늘이 있던 거겠지. -21.11.3



운동이 너무 좋다. 시간을 쏟으면 바로 성과가 보이는 게 체감이 되니까 좋고 잡생각들을 한번 쓸어버릴 수 있어서 좋다. 머릿속 청소를 하는 느낌? 청소를 해야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

예전에 쉬는 날은 좋은 카페로 드라이브 가면서 풍경을 보는 건데 지금은 그냥 운동하고 싶은 거 욕심부리면서 하루에 3탕 뛰고 그런 게 더 좋다.


뭘 깊이 생각하냐 그냥 그때그때의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내리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행동하자. 그럼 모든 게 명확해진다.


힘든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올 거 같다. 그 시간이 달콤한 만큼 더 힘들겠지.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어두운 시기가 필요한데 다들 거기서 무너지는구나. 근데 혼자라면 나도 무너졌을 것 같다. -21.11.5



전체를 말아먹어도 하나의 스윙이 의미 있으면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 형님 덕분에 빠르고 쉽게 나의 세상이 넓어진다. -21.11.8



밤늦게 작업하려고 했으나 잠에 들었다. 요새 잠에 왜 이렇게 일찍 드는 건가. 정신이 해이해졌다. 해결할게 너무 많은데 -21.11.9



작업시간을 좀 늘려야겠다. 너무 적은데 지금. 하루에 몇 시간이나 집중을 하는 건가 -21.11.10



엄마와 첫 스크린골프였다. 첫 버디를 잡았다. 풀업은 6개까지 할 수 있었다! 와 많이 늘었다. 올해 10개 할 수 있을 것 같다. -21.11.11



형님이랑 굉장히 오랜만에 등반을 와서 좋다.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예정에 없던 자연을 그것도 거인 암장을 오다니!


원래라면 그냥 홀드를 놓았을텐데 떨어지고 싶지 않나는 생각이 강해서 홀드를 끝까지 뜯었다. 멘탈이 많이 강해졌구나. 형님이랑 트레이닝하면서 끝까지 뜯는 그 멘탈을 한번 익히고 나니 그게 디폴트가 됐다.


첫 자연에서 10c 온사이트 선등 성공. 트레이닝의 효과를 몸소 체험했다.

-21.11.17 <거인 암벽에서 텐씨 온싸를 온싸한 날>


노션이 곧 나의 모습이구나. -21.11.24



우리가 20살이 될 때의 남이섬은 대중교통을 타고 갔는데 지금은 운전을 해서 가는 게 감회가 새롭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불멍. 불멍은 즐거웠으나 생각보다 추웠고 연기 냄새가 엄청 셌다. 이런 걸 전혀 몰랐는데 역시 경험을 해봐야 한다. 캠핑은 이런 느낌이구나. 살면서 이렇게 별을 많이 본 적이 있었을까. 이번 글램핑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순간이었다. 이게 이 정도로 예쁘면 오로라는 얼마나 예쁠까. 언젠가 아이슬란드에 가보고 싶다.

-21.11.27 <마지막 20살을 같이 보내며>

생각보다 불멍은 달랐다


이런 쉼이 나에게는 필요했던 걸까. 별생각 없이 몰입해서 다녀와서 좋았다. 앞뒤 생각 없이 그 순간을 열심히 사는 것. 이게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다. 오늘 하루가 길다. -21.11.28



새벽 3시 기상. 어제의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었다. 좋았다. 나와 타협하지 않는 그 느낌. 일어나자마자 새벽에 뭘 챙겨 먹고 개발을 했다. -21.11.29



머리가 복잡해서 잠을 깰 겸 새벽 6시에 운동을 갔다. -21.11.30



내가 욕심을 부려서 되나 싶은 영역이 아니라서 아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들어도 그렇구나 욕심을 내려놔야지 이런? 나에게는 아직 어렵다. 내 욕심을 비추는 게. -21.12.1



아침에 어디서 잤는지 기억이 없다. 오늘은 일을 마저 끝내야 한다. DAU를 보니까 아주 떨린다. 집중을 안 할 수가 없다. 아침에 집중해서 개발을 했다.


정말 스트레스긴 하다. 좌절감도 많이 오고. 하지만 될 거 같았다. 개발처럼 계속되는 추락에 좌절했다. 2세트는 정말 좌절이었고 열 받았다.


역시 멘탈의 문제였구나. 계속되는 좌절에 멘탈이 털리지 않아야 하는구나. 이 멘탈을 잡고 안 잡고의 문제였구나. 형님이 이 숙제를 왜 내주었는지 알 것 같다.


또 이 좌절 기간에 들어왔다. 이거보다 쉬운 루트들을 붙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겨내야 한다.


전에 검은색 루트를 깰 때와 비슷한 느낌인데 뭐랄까 좀 더 멘탈이 단단해진 느낌이다. 그때는 의심이 좀 들었다.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근데 이번에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좌절의 기간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 시간과 노력이 해결해주겠지.

-21.12.4

지구력 프로젝트가 주어졌다


역시나 역경을 좋아하는 나는구나. 이 역경이 나를 강하게 만드는 걸 알고 있다. -21.12.5



죽음에 대해 한 번 인지한 이후로는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그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이 시기가 있지. 그때의 순간이 있으니 하루하루 풍성하게 채워가려고 하는 것.


솔직함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진솔한 이야기를 말로 하는 게 더 즐겁구나. 즐거웠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진짜 몰랐다. -21.12.16



유한하니까 더 소중한 거겠지.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뭐가 남는가. -21.12.18



그냥 마음이 아팠다. 그런 선택에 대해서 화가 나는 것도 아니고 그 선택에 이입이 돼서 슬펐다. 뭘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로 인해서 무기력을 느끼는 게 짜증이 나지만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그냥 바랄 수밖에

-21.12.19



오늘 3판을 했는데 실패했다. -21.12.23

계속되는 실패



“버티는 것에 온 힘을 다했으니 너는 아름답고 너는 자랑스럽다.” 과거의 내가 보내 놓은 메시지.


왜 나한테 이런 환경을 다시 만들어주는가. 왜 스스로가 만든 지옥에 다시 날 가두려 하는가. 행동해. 그 순간 최선을 다해. 길게 볼 필요도 없어 그냥 그 한 시간 그 하루를 잘 보내는데 집중해. 네가 한 선택에 후회하지 마. 여러 개의 삶을 살아? 그럼 그 순간순간 끊어내야지. 순간에 집중해. 멀리 보지마. 넌 잘할 거고 잘할 수 있어. 나아가자. -21.12.25

n드라이브에 찾아낸 오래된 사진



최근 3주 동안은 암장에 올 때 약간의 스트레스가 있다.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계속 도전하는 건 쉽지 않다. 미션이 있는 상태에서는 그 압박감이 있어서 그냥 마음 편히 암장 올 때와는 다르다. 그렇지만 나쁘지 않다. 스트레스 없이 성장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이렇게 오랫동안 한 문제에 매달려 본 적은 처음이었다.


트레이닝하기 전만 해도 풀업 1개도 제대로 못했는데 올해 마지막이 되니 가뿐하게 10개가 넘다니 역시 꾸준함이 답이다. -21.12.26

오늘도 떨어졌다


오늘 아쉽긴 했지만 형님이 준 그 문제를 드디어 완등 한 날이었다.


<약 3주 간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점>

- 스트레스 : 만약 그날 끝내지 못하면 아쉬움도 남고 다음에 이 힘든 걸 또 해야 하는 압박감, 조급함 이런 마음들을 견뎌내야 한다.

- 집중력 : 실내 암장에서 이렇게까지 집중해서 붙어본 경험은 처음이었다. 즐거웠다. 전에는 운동 외적으로 신경 쓰는 게 많았는데 미션이 주어진 순간부터는 그 모든 것들이 깔끔하게 정리됐다.


135도 벽에 붙으면서 몸도 강해지고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몸은 그냥 벽에 붙거나 웨이트로 좋게 만들 수 있다. 멘탈이 강해진 게 너무 신기했다. 역시 성장은 스트레스를 동반하는구나.


형님이 내준 문제를 같이 3주동안 그 과정을 함께 한 것에 대한 만족감이 엄청 높다.

-21.12.27 <3주 프로젝트를 드디어 끝낸 날>

3주간의 클라이밍 지구력 프로젝트를 끝내며


나에게 뭐가 필요한지 알겠다... 환경... 이걸 애나가 말했는데 왜 이제 깨달은 거지? 과거 중요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서 잘하자.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집중도, 그 집중도를 루틴 화해 야한다. 결심 이런 거 필요 없다. 그 환경에 나를 던져놔야 한다. 안 그러면 22년도 지금 21년과 동일하게 될 수 있다. -21.12.30



계속 뛰면서 이게 되는 건가 의문이 들었는데 나보다 형님을 믿어봤다. 할 수 있으니까 시켰겠지 하면서. 만약 나 혼자 했다면 다른 문제로 넘어갔을 거다. 형님과 함께 운동하면 나를 계속 뛰어넘을 수 있어서 좋다. 형님으로 인해서 더 발전해나간다. 볼더링 깨고 이렇게 신이 난적이 있었을까?

-21.12.31



지난 기록

나의 2019


매거진의 이전글 자신과 타협하지 않으면 이런 느낌이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