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내 쉼 없이 일하는 삶
낮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점심, 퇴근 시간 이후로는 끄적글적을 개발 한지 3개월 정도 지났는데 드럽게 힘들다.
그렇다, 오늘은 하소연 좀 하려고 글을 썼다.
(요즘 너무 심각한 일만 썼어)
회사에서 일 + 감정 노동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기절한다. 요새는 불을 끄고 잔 기억이 없다. 그럴 때면 부족한 시간을 메우기 위해 점심을 먹고 바로 올라와 들고 온 맥북으로 끄적글적 일을 한다. 처음에는 사람들과 수다 떨고 싶은 마음, 다들 커피 마시러 가는데 나만 올라오는 상황들을 버티기가 힘들어 같이 휴식시간을 즐기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도 잘 안 들만큼 바로 올라온다. 전날 바로 기절이라도 한날은 '알게 뭐야. 지금 내 발등에 불 떨어졌는데 할게 산더미야'하고 칼같이 올라와서 작업을 한다.
그렇다고 주말에는 쉬느냐? 놉. 주말이야 말로 풀로 끄적글적을 개발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회사 팀원이 주말에 뭐하냐, 평일에 끝나고 뭐하냐 물으면 한결같이 집에 간다고 대답한다. 오죽하면 좀 나가서 놀으라는 말까지 들었다. 애나와 함께 해외에 있었을 때 일만 하며 하루를 보내면서 가장 큰 이벤트가 밥 먹는 일이었다. 여기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밥은 나의 삶에 있어서 큰 이벤트다.
그리고 양심 찔리지 않고 편하게 예능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주말 내내 개발을 하다 보면 평일에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 일이 매우 아득히 느껴진다.
일주일 내내 일을 하는 게 말로 하면 매우 쉬워 보이는데 드럽게 힘들다. 얼마나 힘든지 표현하고 싶은데 표현이 잘 안되네. 그래서, 어떻게 그렇게 쉼 없이 일하고 있냐고? 그냥 한다.
김연아 짤이 이해가 안 됐는데 요새 아주 몸과 마음으로 공감하고 있다. 이전에 팀원들이 다 힘들어서 나가떨어졌을 때 애나는 끝까지 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일을 해요?라고 물어봤을 때 '그냥 하는 거지'라는 대답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이해가 된다.
애나도 나도 사람이다. 힘들 때 쉬고 싶고, 남들 놀 때 놀고 싶고, 일하기 싫을 때도 있고. 하지만 그냥 할 수 있는 이유는 원하는 목표가 매우 명확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목표로 갈 수 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원동력이 본인에게 있기에 잠시 흔들려도, 현실이 아름답지 못해도 스스로 잘 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이런 일들은 소리 소문 없이 각자가 견뎌내고 있기에 절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그게 전부가 아니다.
어제 3개월 만에 1.4.2v 심사요청을 했다. 이번 1.4.2v 끄적글적 업데이트는 팀 내에서도 나에게도 매우 의미가 크다. 끄적글적에게는 애자일 덕분에 처음으로 API 붙여졌다. 글 쓰는 작가님들을 위한 파워풀한 기능들이 업데이트됐고 많은 작가님이 원하던 화질 개선도 이뤄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책임감이 나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볼 수 있었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시각들을 많이 깨달았다.
이런 삶이 드럽게 힘들지만 마냥 힘들지만은 않다.
2019년에는 꼭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