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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Aug 05. 2024

이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나처럼 최근 들어서야 변우석을 뒤늦게 알고 좋아하게 된 사람들은 그의 과거 출연작과 활동 영상을 찾아보며 하나같이 한탄한다.


"도대체 그동안 이런 보석을 왜!  알아본 거야?"


 올해 폭발적으로 치솟은 배우 변우석의 인기는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영향이 크다. 나를 비롯해 변우석의 팬으로 '입덕'한 사람들 대부분 그 드라마에 나온 류선재라는 캐릭터를 통해 변우석을 발견하고 그의 매력에 빠졌으니까.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변우석이라는 배우가 갖는 영향력은 미미했는데, 이제는 해외 곳곳에서 열린 변우석의 팬미팅에 글로벌 팬들이 잔뜩 몰리고 광고업계도 그를 잡기 위해 후끈 달아올랐다. '벼락스타'라고 표현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변우석은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도 아니고,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의 데뷔작도 아니다.


 외모만 보면 20대 초반의 신인 같은 변우석은 이미 2010년부터 모델로 활동한 34세의 성숙한 청년이자 배우로 활동한 경력도 8년 이상이다. 2016년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 배우로 데뷔한 이래 이런저런 드라마와 영화, 예능에 꾸준히 출연했지만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키 190센티에 조막만 한 얼굴, 작은 얼굴과 대조되는 태평양 같은 넓은 어깨, 삶은 달걀을 까 놓은 것처럼 매끈한 흰 피부에 도톰한 핑크빛 입술, 무표정할 때는 잠깐 서늘한 느낌을 주다가도 얼굴 가득 강아지 미소를 지으면 또 한없이 귀여운, 표정 하나로 냉미남과 온미남을 오가는 연예계에서도 보기 드문 비주얼을 가진 배우가 어째서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내 눈에 들어온 적이 없는 걸까?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 스틸컷

 다행히(?) 내게는 변우석을 늦게 발견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가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는 대부분 내가 아예 본 적이 없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내게는 변우석을 알아볼 기회조차 없었다!"라고 당당히 얘기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변우석의 최근작 <20세기 소녀>를 봤기 때문에 나 역시 "미처 몰라봐서 미안해"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분명 그 영화를 보며 '교복 잘 어울리는 애틋한 첫사랑 재질 저 배우'가 매우 멋지다고 느꼈지만, 영화가 끝난 후 그 배우가 누구인지 찾아볼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고 이내 그 캐릭터나 영화 자체에 대해 잊어버리고 말았다. 



드라마 <달의 연인> 캡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로 여기며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본 드라마 <달의 연인>에 변우석이 나왔다는 사실도 충격이었다. 브런치에 에세이까지 쓸 정도로 인상 깊게 본 드라마였고, 장면 하나 대사 하나 허투루 보지 않았는데 변우석을 본 기억은 전혀 없었으니까. 당시 변우석이 맡은 역할이 잠깐 스쳐 지나가다시피 한 배역이긴 지만, 그가 등장한 장면 자체는 극에서 중요한 흐름을 차지했기 때문에 또렷이 기억이 나는데도 그의 얼굴은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나중에 변우석이 나온 장면을 다시 찾아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몇 초만 봐도 저렇게 잘 생긴 사람을 내가 무심히 지나쳤다고?


 날카로운 안목을 갖추지 못한 이 어리석은 이는 그저 저 높은 곳으로 올라가 버린 대스타 변우석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뒤늦게 그의 필모그래피를 하나씩 쫓아가고, 변우석이 지금처럼 슈퍼스타가 아니었던 시절 팬들 한 명 한 명과 살뜰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영상을 SNS에서 찾아보며, 변우석이라는 보석이 원석의 상태였을 때 알아보고 가까이에서 그를 만날 기회가 있었던 팬들을 그저 미치도록 부러워할 뿐이다.


 과거의 언젠가는 내 마음에 들어오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버리고 만, 이제는 내 최애가 된 배우 변우석. 어쩌면 이런 일들은 덕질의 세계에만 해당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일상의 무수히 많은 파편들 속, 나를 봐 달라고 저마다 빛을 발하고 있는 소중한 존재들을 나는 또 놓치고 있을 수도 있겠지. 오늘 내가 무심코 지나쳐 버린 순간들은 내일이면 또 사무치게 그립고 아쉬울 시간일 수도 있으니까.


 미래를 미리 내다볼 수도, 과거를 되돌릴 수도 없는 나는 그저 지금 이 순간 내 눈에 보이는 것들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미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삼 소중해지는 순간이 또 찾아온다면 그때부터라도 많이 많이 아껴줘야지. 왜 진작 알아보지 못했나 부질없는 후회를 하며 또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현재에 충실해야지.

 

 변우석이라는 배우도 비록 원석 상태일 때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이제라도 알아봤으니 그가 오래오래 지금처럼 반짝이게 빛나도록 힘을 줘야지. 이제라도 내 곁에 찾아와 줘서, 내 눈에 들어와 주고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아 줘서 고마워라고 속삭이며.


LG전자 유튜브 스탠바이미 광고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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