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살의 유학일기 - 다시 여름 #9
399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2시 5분 신치토세 공항 출발예정이었던 대한항공 766편은 두 시간이 지연되어 4시 10분에 출발했고 인천공항에 7시 30분경 도착했다.
작년에 한국을 떠날 때 10킬로도 안 되는, 그래서 한 칸도 채 채우지 못해 벨트로 꽉 조여 묶어서 가져갔던 이민가방은 무료수하물 무게를 2kg이나 초과했다. 비행기가 연착되어 그런지 친절한 항공사 직원은 추가요금은 안 받고 서비스해 줬다.
빵빵한 이민가방뿐 아니라 기내캐리어도 한 개 추가하고 장바구니만 한 쇼퍼백까지 메고 돌아왔다.
가볍게 떠났는데 무슨 짐이 이리 늘었을까…
이륙할 때 신치토세에는 비가 내렸고, 착륙할 때 인천공항은 맑았다.
공항에 마중 나온 큰 딸과 공항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원래 예정대로였으면 밤 9시경에 대전에 도착해 단골순대국밥 집에 가기로 했지만 두 시간이나 지연되는 바람에 11시나 다 되어 대전에 도착했다.
다정한 남편은 꽃다발을 들고 나를 기다렸다.
두 딸의 코치를 받았다고, 코치를 해줄 거면 꽃값도 낼 것이지 꽃 사 오느라 동선이 꼬였다고 투덜거렸지만, 난 알지, 당신 마음.
꽃보다 이쁜 내가 왔소!!
얼마만의 네 식구 완전체인지!!
일요일, 친정으로 강아지들을 데리러 갔다.
열세 살 말티즈 호야는 건강했다. 여전히 자발맞고 정신사나울만큼 산만하게 나를 맞아줬다.
그러나 내 사랑, 열두 살 시츄 띵구는 내가 없는 일 년 사이에 눈이 멀고, 귀도 들리지 않고, 치매가 왔는지 나를 알아보지도 못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나이가 많아 나 없는 동안 무지개다리 건널까 봐 늘 마음을 졸였는데 그래서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막상 초점 없이 흐린 녀석의 눈을 마주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귀국한 지 닷새째.
일본에서 마사미언니, 순돌엄마랑 헤어지면서 ピント来ない(핀토코나이, 실감이 안 나) 했는데 막상 돌아오고 나니 내가 일본에 있었던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무렇지 않게 부엌에 서서 설거지하고 반찬을 만들고, 주섬주섬 정리를 하며 장바구니를 들고 동네 슈퍼에 간다.
일 년간 혼자 지낸 일들이 꿈만 같다.
자기야~ 커피 한잔만~~
엄마!! 그거 어딨어?
에구, 우리 강아지 똥 쌌네!
나는 순식간에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떠난 적 없는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