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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k Mar 31. 2017

#15. 해갈되지 않는 갈증

“이것은 오키나와 다이빙 가이드가 아니다”

12월 오키나와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우리는 두 번째 오키나와 여행을 결정했다. 여행은 갈증을 풀어주지만 곧이어 새로운 갈증을 일으킨다. 계속해서 원하게 한다. 여행하지 않을 때는 막연했기 때문에 갈망이 크지 않았다. 동력이 없으니 떠나는 일이 드물었다. 당연한 일이다. 


여행의 맛을 보았다. 이후 끊임없이 궁리하고 계획하고 실행한다. 여행을 많이 떠나고 싶고 다른 나라의 문화와 바다 생물과 생태를 알고 싶다. 좋은 음악을 듣고 사진과 글, 영상으로 남기고 싶다. 여행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시간과 돈을 쏟는다. 에너지가 많지 않다고 여겼지만, 그것이 무색하게 힘이 솟아 가지고 있는 것 이상의 에너지를 끌어내고 있다. 그리고 소진돼 쓰러지기도 한다.


서울에서만 머물렀다면 생기지 않았을 변화다. 나이가 들며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농담을 자주 듣는다. 난 예민하고 우울했던 이전과 비교해도 지금의 컨디션이 가장 좋다. 의지와 의욕을 가지고 움직인다. 형편없던 과거 때문에 가능한 상대적 비교라도 현재의 내가 가장 마음에 든다. 원하고 선택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생기지 않았을 변화다. 가까운 주변인들에게 말한다. 여행을 가라고, 대단한 여행지가 아니라도 낯선 곳에서는 스스로 새롭게 설정되고 그것이 동기와 동력이 되어 에너지를 얻는다. 모른다는 것은 편리하고 처연하다. 경험하고, 알지 못한다면 변할 필요도 노력할 이유도 깨닫지 못한다. 갈증을 느끼고 스스로의 움직여 해결하는 경험을 새길 수 있다면 갈증이 반복돼도 괜찮다. 욕망하고 움직이고 소진한 뒤에 채우며 순환하니까, 그렇게 살아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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