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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경 Jan 14. 2022

내 인생 첫 번째 사막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 나미브


지금까지 내게  번의 아프리카 여행이 있었다.


스물한  무렵남아프리카, 원치 않는 퇴사   서른을 앞두었을 동아프리카, 그리고  사막을 잊지 못해 2018다녀왔던 북아프리카까지.


하지만, 여전히 가보지 못한 곳이 많고,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 지난 동아프리카 여행을 하며 만났던 친구들도 그랬다. 모두 이번 여행이  아프리카가 아니었다.   혹은   이상 아프리카를 찾았고, 다시 찾게  여행자들이었다. 그리고 모두 주저하지 않고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나미비아를 꼽았다.


스물  살의 아프리카 여행

원래 계획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가서 내셔널 크루거 파크 사파리를 하고

테이블마운틴과 펭귄이 있는, 그나마 요하네스버그보다 덜 위험하다는 케이프타운에서 남은 기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러다 여행 떠나기 일주일 전쯤 이 사진을 보았다.




아, 여기 뭐야?

나미비아?

소수스블라이,,

죽은 사막?

..

케이프타운에서 버스 타면 갈 수 있어?

(23시간인줄은 몰랐다)

버스비도 별로 안비싸네?

여기 치안도 괜찮다고!?

좋다

가자



그렇게 부랴부랴 인터케이프 버스를 예약하고

일사천리로 backpackers를 예약하고, 2박 3일 사막 투어 예약까지 마쳤다.



펭귄이랑   놀고,


동물도 한참 만나고,

샤크 케이지라는 이상하고 무서운 체험도 하고,


인터케이프 버스를 타고

23시간을 달려,, 나미비아 빈드후크로 갔다.

중간에 국경을 지나, 휴게소에서 내려 윔피 버거를 무지게 먹고 숙면 취하다 일어나보니 

새벽녘 빈드후크에 도착!


나미비아의 첫 인상은 조용하고, 깨끗했다.

요하네스버그처럼 높디높은 전기 펜스도 없고,

케이프타운 롱스트릿처럼 클럽과 바로 휘황찬란하지도 않았다.



백패커스에 짐을 풀고,

숙소  과일 가게에서 천도복숭아를 한아름 사가지고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 수영장  테이블에 자리 잡았다.


10년도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뚜렷하게 기억나는  날의 풍경, , 냄새, 따뜻한 공기.


날의 일기엔

"따뜻하다. 행복하다" 적혀있다.



그리고 떠난 사막 투어.

카멜레온 백패커스로 나를 픽업 온 차량 안엔

두 명의 낯익은 청년!


남아공에서 같은 버스를 타고 왔고,

숙소는 다르지만 빈드훅 시내를 돌아다니다 두 번이나 마주쳤으며,

결국 같은 투어에 참여하게 된 싱기한 인연

킴과 헨리.


술 좋아하는 토마스 아저씨, 영국인 커플,

우리 투어 사람들을 하나 둘 태우다보니 차 한대가 가득 찼다.


결국 버스 안엔 자리가 모자랐고,

그 중 가장 몸집이 작았던 내가 버스 앞자리게 앉게됐다.



커다란 창으로 나미비아의 풍경을 볼 수 있는건 크나큰 행운이었으나,

직사광선으로 코까짐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Hey, Lee ~~~~"


이제야 어디서든 로밍한 전화기로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와 닿는 것이 참으로 쉽지만,

그 때 내게, 여행은 떠나온 곳과의 단절을 의미했다.

아마 함께 여행을 떠났던 이들도 모두 그랬을거다.

밤이면 모닥불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며 시덥지않은 얘기를 늘어놓았고,

낮엔 수영하고 모래 바람을 견뎌내며, 또 술을 마셨다.


우린 모두 그 순간에 오롯하게 있었다.




물 한 병씩 들고 사막을 걷는다.

목적지는 죽은 사막, 데드플라이.


사막에서 통용되는 water=life라는 공식이 킴과 헨리에겐 약간 달랐다.

beer=life를 외치며,

가방 가득 맥주를 담은 청년이여!ㅎㅎㅎㅎ



죽은 사막

데드플라이.

죽었는데 아름다워서 더욱 묘한 나무들.



한 때는 오아시스였던 곳,

나무들이 푸른 기운을 뿜어내던 시절은 언제였을까.



외국인들 사진 못찍는건,, 알아줘야한다.

스테파니 줌마가 "리리, 완전 멋있어, 꼭 요기(yogi)같아, 거기 앉아봐"

하더니,

멋진 나무를 배경으로 두고

나무는 떡하니 잘려나가고

내가 중앙에 위치한 사진 한장을 남겨 놓았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나미비아의 하늘.


물론 사진은 말이 없어 평화롭기 그지 없지만,

실상은 시도때도 없이 불어오는 모래바람으로

가만히 있어도 몸에 난 구멍이란 구멍엔 모래가 가득찬다.


상쾌하게 수영하고 나오는 순간

젖은 몸에 다닥다닥 달라붙는 모래들을 생각해보라.





뙤양볕 아래 걷기는 정말 힘들다.



여기는 가장 유명한 듄45


일출을 보기위해 우린 새벽 4시쯤 일어났다.

토마스 아저씨는, 취하지 않고 맨정신으로 일출을   태어나 처음이라며

"아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 시간에 일어나겠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모두 와하하 웃었다.





사진은 참으로 좋아보인다.

실은 걸을 때마다 발이 푹푹 빠져서

걸음 걸음 옮기는게 너무 힘들었다.


중간에 도로 돌아가고 싶었다.


"Lee, 왔어?"


정상에 도착하니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



나도 그들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떠오르는 해를 보고 있자니

괜시리 코끝이 찡해져서

코쓱,





멀리서 보기엔 참 평화롭구나.

옆 경사면으로 굴러서 내려오는 것도 재밌겠지만,

그러기엔 꽤나 가파르다.



사막이 정말 아름다운 순간은,

바로 밤이다.


머리 위로 빼곡하게 박혀있는 별들




가장 아름다운 곳이 사막이란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틴구들과 헤어지기 전 마지막 기념촬영.


킴이 주섬주섬 종이를 꺼내고 있는 까닭은,,

"Lee,,, 나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줄래?"

"뭔데?"



"나,,

코끼리 좀 그려줘"

ㅎㅎㅎ


에잇, 그깟 코끼리. 백 마리라도 그려줄게!



사진이 더 많이 남아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내 아프리카 여행 사진을 몽땅 날려버린 외장하드,

따로 백업도 해두지 않았던 바보같은 나!


그래도 기억 속 너무나 선명한 나미비아의 밤 하늘.

좋은 친구들


그치만,

카멜레온 백패커스에는 아직도 내 사진이 남아있다.



(출처: DRM님 블로그 http://blog.naver.com/drm21c/30188448838)


카멜레온 백패커스에서

내 폴라로이드를 신기해하던 스탭과 친구들 덕에

필름을 한참이나 낭비했는데,

너무 신기해하던 그 모습이 좋아서

여러장을 bar 냉장고에 붙여두고 왔다.



이 사진들의 근황이 종종 궁금했었고,

한국에 놀러왔던 도로시아(백패커스에서 만났던 독일인 틴구)가

크레이지 쿠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사진  친구가 교통사고로 얼마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준  백패커스 측에 연락을 취해보았지만   없다는 답만 들었었다.


종종 카멜레온 백패커스로 키워드 검색해보다가,

작년 4월에 찾았던 사진 한 장.

매의 눈으로 냉장고 오른쪽 위에 붙어있는 사진이 내 사진이라는 것을 발견했고,

DRM님에게 부탁해 원본 사진을 받아 확대해보니,,

나와 크레이지 쿠두와 올리버의 사진.


눈물이 왈칵날정도로 반갑고, 기쁘고, 묘한 여러가지 감정이 들었다.


재작년 결혼을 준비하며 신혼여행으로 나미비아를 다시 가려고 현지 에이전시와 컨택도 했었는데,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그땐 상상도 못했지.


하지만 언젠가 다시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름다운 사막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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