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민 피해 복구를 도우러 갔던
그 여름
젖은 것들은 쉽게 마르지 않았다
물은 퍼내도 퍼내도
바가지 가득 넘쳤고
쓸만한 것들을 찾아
뒤적거리는 사이
그것들을 햇볕에
널어두는 사이
정오가 지나갔다
반나절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깨진 것은 붙지 않았고
무너진 담벼락은
무너진 채로 있었다
세간이 마당에 복잡하게 널려 있었고
물기가 흥건한 방바닥을 닦아내던
걸레는 마를 시간이 없었다
비가 오는 것이 지겹다고
그녀는 말했다
여기 사는 게
몇 번이고 이 짓을 반복하면서
떠나지 못하는 것이 죄라고
지긋지긋 하다고
넌더리가 난다는 얼굴로
정말 이제는 떠나야지 했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비가 모든 것을 적셔 모든 것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쓸만한 것과
쓰지 못할 것을 가려내는 손길 속에서
절망과 희망이 분주히 오고 갔다
할 수 있다면 그녀의 마음도
그늘진 얼굴도 햇볕에 널어 말려주고 싶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거짓말처럼
화창했던 여름날이었다
무엇도 쉽게 이전의 상태로는
돌려 놓을 수 없는
여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