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eeze May 03. 2024

지금, 이순간의 모든 유언

“오늘 아침 가족에게 모질게 내뱉은 말 한마디가 사랑하는 가족이 들은 인생의 마지막 말이 될 수 있습니다.” ㅡ 박재연, <사실은 사랑받고 싶었어>


-


사랑하는 가족과의 사별, 사랑하는 친구(언니들)과의 이별 후 내가 살았던 지옥의 아픔은 모두 “말” 이었다. 특히 나비가 날아가버렸을 때 ’대화‘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를 알아차렸다. 그토록 긴 시간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내가 전하고자 했던 뜻과는 완전 다르게 해석되고 있음을, 나 역시도 그러했으리라 생각하니 ’대화 장애’가 우리에게 있구나 깨달았다. 그 후 리플러스 연구소의 박재연 소장님의 세바시에 있는 인강을 듣고, NVC(비폭력대화)에도 관심을 가졌다. 코칭 수련하면서도 역시나 대화는 뗄 수 없는 ‘존재의 과목’이었다.


그러나 또 인생의 어퍼컷과 지친 나의 게으름에 마음 한 켠에 고이 개어두고 흘러왔다.



3월에 아픈 지진이 또 있은 후 여전히 그 여진이 남아있다. 그러다 열려라 참깨! 주문에 열린 걸음을 시작하며 이 책을 다시 펼쳤고, 나는 그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을까ㅡ 떠올렸다. 그리고 그들은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는가ㅡ 떠올렸다.


허나 ‘마지막 말’은 시간이 흐른 후 재편집 되거나 내가 ‘기억하고 싶은’ 말이 마지막 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대화’는 중요하다. 정말 중요하다. 그 방법을 아는 것은 몹시도 중요하다. 육체의 죽음과는 상관없이 서로의 삶에서 퇴장할 때 남긴 말이 결국 서로에게 ‘유언’이다.


우린 지금, 이 순간 밖에 없다면 ㅡ 서로가 나누는 대화는 유언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말의 힘은 너무 강하다. 누군가를 위해서 하는 충고,조언 이었을지라도 벌을 받는다거나 하는 두려움을 끌어오는 말은 예언이 아닌 자신이 상대에게 거는 저주 일 수 있다.


난 전화를 끊을 때 , 헤어질 때 상대만 괜찮다면 늘 ‘고마워, 사랑해’ 로 쉼표를 찍고 싶다. 어떠한 내용들이 오고가든 우린 서로에게 그저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가는 내용이 온전할 수 있도록 대화공부를 하고 기록해두기로 결심했다.



<사실은 사랑받고 싶었어 / 저: 박재연>
매거진의 이전글 지구용사를 찾아 온 나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