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유품이자 내가 가진 유일한 너의 책 <어린왕자>를 다시 읽으며 지금 모든 것이 나에게는 너라는 사실을 알았다. 모든 것이 너라는 것을 안 순간 너를 거둬내고 바라보니 아무 것도 아니었다. 나의 뇌에는 '사랑로1길', '사랑로2길'처럼 뉴런이 발달되어 너를 통한 의미의 길을 내고 있었다. 단일한 사실들을 내 마음대로 의미를 붙여가며 특별하게 만들어 갔고, 즉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그렇게 너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나는 모든 것에서 <있었고, 있고, 있을> 너를 느끼며 숨 쉬었다. 그러다 어린왕자가 왜 지구에 왔는지, 왜 꽃을 떠났는지 생각하지 말고 그냥 어린 왕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한다는 타인의 의견에 내 번역기가 부서져버렸다. 와장창창 - 까만 블랙홀의 공허함이 느껴지고 살아보려고 의미를 가져다 붙이며 발버둥 치고 있는 내 모습을 마주할 뿐이었다. 아무 것도 없었다. 아무 것도. Nothing.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여우의 위로가 나의 번역기를 '사랑'으로 되돌아가게 해주었다. 어린왕자의 수 많은 별들이, 비행기 조종사의 수 많은 별들이 웃음이 되고 방울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너의 부재는 모든 것에 너의 의미를 가지게 했고, 너의 의미를 없애는 것은 별을 모두 없애는 것과도 같음을 깨닫고 모든 것을 사랑으로 보게 해준다.
슈퍼마리오의 스타가 말했듯이 미친 세상에서 미친 사람이 정상인이다. 나는 이 지구에서 비정상인이라 커밍아웃하며 내 별로 돌아가는 그 날, 그리고 네가 다시 이 별로 돌아올 그 날을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