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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이 장예진 Mar 24. 2016

비 오는 가을의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다. 

#.2


암스테르담 도착했다. 

겨울이면 해가 일찍 지는 유럽의 여섯 시 반은 이미 깜깜한 밤 같았다.

어둠이 내린 뒤라 그 어느 곳에서도 암스테르담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처음 왔다는 낯선 공기가 감싼 탓인지 몸과 마음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와 숙소로 향했다. 

중앙역 근처에 자리한 숙소는 정말 시내 한복판이었다. 

골목 사이로 들어가니 엄마와 나를 반겨주는 호스트 아주머니가 계셨다. 

숙소로 올라가려는데, 2층이라고 듣고 온 사실과 달리 4층쯤 되는 계단을 올라야 했다. 

내게는 25킬로가 넘는 캐리어, 10킬로가 넘는 캐리어 두 개가 있었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엄마였다. 4층을 계단으로 올라본 적이 웬만해선 있지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인데, 엄마도 아득했겠지만 나는 정말로 앞이 캄캄했다.

오르지 않을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나는 두 캐리어를 들고 가파른 계단을 

먼저 올랐고, 엄마도 온 힘을 다해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맞닥뜨리지 않고서는 모르는 것들이 있다. 

비로소 그 현실에 놓여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영화 속에서 보던 안네 프랑크의 집 속 가파르고 끝없던 계단들이 

내가 머물게 될 아파트의 모습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처럼. 

머릿속으로 수많은 상상과 ‘만약’이라는 생각을 했음에도, 

정작 그 상황이 되어서야 비로소 내 피부로 느끼고 깨닫게 되는 것.

애초에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세상일들을 계산하고 만약에 대비해 

답을 내놓는 것 자체가 모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서 참, 재밌다. 삶이라는 게, 여행이라는 게.

생각지 못한 계단 공격에 잠깐 정신이 나갔었다가, 진정하고 숨을 돌리고 나니 

그제야 예쁜 집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껏 어느 곳을 여행하면서도 이렇게 아늑하고

좋은 집에 머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깜깜한 어둠이 깔린 탓에 암스테르담의 첫인상조차 느낄 수 없었고,

앞으로 암스테르담에 머무는 4박 5일 동안 이 가파르고 많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는 사실에 머릿속이 지그재그 되어있는 내게 

마치 ‘암스테르담에 잘 왔어, 좋을 거야’라고 이야기해주듯, 따뜻한 공간은 내게 위로를 건네주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춥지 않게 이 집에서만큼은 편히 나를 쉬게 해주겠다는 듯이 말이다.

짐을 풀고 시계를 보니 8시. 창밖으로 왁자지껄 즐거운 듯 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암스테르담은 한창 저녁인 듯했으나, 나는 일찍이 몸을 뉘이고 암스테르담에서의 첫날과 인사했다. 

‘앞으로 4일 동안 잘 부탁해’


연일 비 예보로 가득한 암스테르담.

비 오는 가을의 암스테르담, 부디 그 비가 춥고 쓸쓸함의 비가 아닌,

지치고 메마른 내 마음의 단비가 되어주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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