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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출산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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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스 Dec 10. 2021

출산 44일 차 일기

떡애기 어린이집 보내기

2021년 12월 10일 금요일 날씨 비 오고 흐림 


남편과 점심을 먹고 들어와 식탁에 앉아 쓰는 일기이다. 날씨가 흐리다. 

 

딸 마리가 태어난 지 44일째다. 50일도 채 안된 마리는 오늘부터 어린이집에 갔다. 내 엄마 영의 표현으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진짜 떡애기'인 내 딸 마리는 오늘 아침 어린이집 셔틀버스를 타고 오전 9시 반 등원했다. 어린이집 교사는 내게 '어머니'라고 불렀다.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호칭이다. 낯설다.

  

어제까지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산후도우미 기간이 끝났다. 정부지원 없이 내돈내산으로 산후도우미를 쓰려면 꽤나 큰돈이 들어간다. 한 달 기준 240여만 원인데, 그럴 바엔 직장 다니는 친정엄마를 모셔와 월급을 드리는 편이 나을 정도이다.(하지만 그 월급을 드릴 형편이 안되니 말은 못 꺼내봤다.)

친정과 시가 모두 아이를 돌봐주기 힘든 상황, 엄마인 내 몸 상태는 아이는커녕 내 몸도 돌볼 수 없는 상태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것이 어린이집이다. 

 

어린이집 카시트에 누워서 등원중인 내 딸 마리. 잘 다녀오렴.


아침, 밤잠에서 깨어나지도 않은 마리를 눕혀 꾸역꾸역 옷을 입혔다. 흐린 날씨 탓을 해본다. 왜 하필 마리가 어린이집을 가야 하는 오늘 같은 날 비가 오냐고. 만만한 게 날씨 탓이다.

이제 고작 몸무게 5kg, 안으면 내 작은 품에도 쏙 들어오는 작은 아가, 내가 엄마인지도 아직 잘 모를 이 아가를 또다시 품에서 떠나보내야 한다. 2주간 조리원에서는 간호조무사들 품에서, 3주간 집에서는 산후도우미 품에서, 이제는 어린이집 교사 품에서 크게 될 내 아가. 오늘 마리가 하원을 하면 몸에 무리가 가더라도 단 몇 분이라도 꼭 안아주고 싶다. 미안함의 포옹이다.

 

점심시간 남편 바리에게 전화가 왔다. 점심을 같이 먹잔다. 마리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홀로 집에 있을 날 걱정한 목소리다.  

그는 걷기 힘든, 무거운 나를 아이처럼 안아 집 계단을 내려간다. 힘센 남편을 만나서 다행이다. 그의 품에 마치 딸 마리처럼 안겨 남편의 얼굴을 살핀다. 몇 주간 혼자 신생아를 돌보느라 수척해진 얼굴. 

 

바리와의 소개팅이 있던 날, 난 처음 만난 바리에게 천진하게 물었다.  

"저랑 동갑 맞으시죠?" (속마음=노안이시네요) 

천진한 질문에 어이없어하면서 "네"라고 대답하던 바리의 얼굴 늙음이 내려앉았다. 이제는 정말 '동갑 맞냐'는 질문에 어이없어 할 수 없게 된 얼굴이다

 

날이 흐리다. 오래간만에 외식을 해서 배가 부른 오후.

열 달간 뱃속에 있던 초음파 속 아이가 내 딸 마리라고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묘해지는 그런 오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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