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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스 Dec 03. 2021

출산 37일 차 일기

나를 미치게 만드는 너의 울음소리

2021년 12월 3일 날씨 흐림


스타벅스 디카페인 카페라떼 벤티 사이즈를 마시며 쓰는 일기이다.


지난 2주간 간이 심심한 미역국과 김치, 반찬 하나로 밥을 먹다 보니 몸무게가 쭉 빠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임신 후 체중이 12~3kg 불었는데 출산 한 달 된 지금 시점에서 9~10kg가 빠졌다. 막 출산 후 아이 무게인 3kg가 빠졌으니 그 외 감량은 산모 영양식(과연 미역국 하나 있다고 영양식인지는 모르겠지만)이라 쓰고 다이어트 식단이라 부르는 밥상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시 다이어트에는 식단이 필수다.


엊그제 내 딸 마리는 저녁부터 새벽까지 또 울었다. 마리의 울음소리는 일반 아가들과는 조금 다르다. 아가들이 '응애~'하고 운다면 마리는 '응!!!! 애!!!!'하고 우는 편. 단어의 느낌표에서 울음의 느낌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응!!!!애!!!!하고 우는 중


'응!!!! 애!!!!'하고 우는 소리를 몇 시간이고 듣게 된다면 귀에서 환청이 들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지난 새벽 환청이 아닌 실제 울음소리에 시달리며 몇 시간이고 아이를 달래던 남편 바리는 지쳐갔다. 조금씩 하강하던 온도계가 강추위에 한계점에서 터져나가듯 바리의 얼굴도 구겨졌다. 정신없이 우는 마리를 두고 바리는 외쳤다.

"아, 어찌라고!!"

그렇다. 그는 전라도 사람이다.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입으로만 육아를 하는 아가리파인 나는, 진짜 육아에 지친 바리를 앞에 두고 뭐라 말을 해야 할까 고민다. 계속해서 울어대는 마리도, 울고 싶어 하는 바리도 불쌍한 이 상황

"아~ 어찌라고~? 낄낄"

어깨를 씰룩이며 못난이 표정을 지으며 방금 바리가 뱉은 말을 낄낄대며 따라 해 본다. 바리가 웃질 않는다. 실수한 것 같다.



출산 후 조리원에 들어가기 전 바리는 조리원에서 읽으라며 책을 사줬다. 그 책이 어제서야 집으로 배달됐다. 부족한 잠을 잘 것이냐, 새 책을 읽을 것이냐 두 가지 선택지 중에 두 가지 모두를 선택했다. 잠도 자고 책도 읽었다.

30분가량 자고 일어나 작가 최민석의 <40일간의 남미 일주>를 먼저 읽기 시작했다. 신혼여행으로 멕시코 칸쿤과 쿠바를 갔었는데 책을 읽으며 그때 기억이 다. 특히 쿠바 공항의 화장실 변기에는 엉덩이를 대는 부분, 말발굽 모양의 부품이 하나같이 없어서 엉덩이를 붙이지도 떼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쉬를 샀던 기억이 난다.


특히 그 두 지역의 음식은 일반 백반집도 한정식집 같다는 전라도인의 입에 전혀  맞지 않았다. 멕시코 요리는 매우 짰고(산모가 먹으면 평생 부종을 못 뺄 정도) 쿠바는 식재료의 한계로 인해 별 특이점이 없는, 한번 훑어보고 잊어버리는 버리는 메모 같은 요리였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사람들이 쿠바의 음식에 대해 물어봤을 때 난 침묵했다. 매끼마다 마셨던 칵테일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헤밍웨이가 즐겨했다는 술 '다이끼리'


산후도우미 이모와의 생활도 2주가 지났다. 서울에 상가를 두고 임대료를 받으시는 상가주님이 도우미 일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아기를 사랑해서'이다. 마리를 보고 예뻐서 어쩔 줄 몰라하는 그 모습을 보며 난 생각한다. 그래도 이모는 밤에는 잘 수 있으니까 아기를 사랑할 수 있겠지,라고.

그녀는 마리의 '응!!!! 애!!!!' 하는 울음소리, 바리와 나를 미치게 만드는 그 울음소리를 듣고도 "울음소리가 강인하다"라고 표현다. 잠을 자다가 눈을 번쩍 뜨고 이곳저곳을 쳐다보는 마리의 모습을 보고 공포스럽다며 호러물이 어쩌고 저쩌고 떠벌리는 내게 그녀는 '눈빛이 옹골차다'고 표현한다.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반성한다. 마리야 이 못난 어미에게 성숙해질 시간을 다오.


벌써 오후 3시다. 이모가 퇴근하기 전에 어떻게든 낮잠을 더 자야 한다. 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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