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풍경이 보고 싶어 남편 바리에게 거실 큰 창문을 열어달라고 한 뒤 쓰는 일기이다. 곧 바리는 출근한다.
어제 외출을 했다. 출산 한 달 후에 하는 산부인과 외래진료와 아이 B형 감염 2차 예방접종(생후 한 달 이후 접종)이 있는 날이었다. 집에 와서는 열흘만의 외출이다. 지난 열흘간 집에서 걸음 보조장치인 보행기를 끌고 다니다 두 다리로만 걸으려니 어색하고 불안했지만 잘 해냈다. 여전히 스파이더맨처럼 벽을 짚고 다니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 여자 걸음이 이상하네'라는 표정으로 쳐다보긴 하지만, 상관없다. 이 정도면 놀라운 발전이다.
참, 어제 코로나 백신 접종도 했다. 다리가 좀 나아지면 재활을 위해 운동을 다닐 생각인데, 백 신접 종자만 입장이 가능한 곳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바리와 나는 매일 실험 중이다. 실험의 주제는 매일 동일하다.
아이는 대체 왜 우는 것인가?
첫 번째 실험은 잠자리였다. 아이가 집에 온 초기엔 거실에서 바리가 함께 아이와 잤는데 이날의 실험은 보기 좋게 실패였다.(여기서 실패는 아이가 잠은 안 자고 엄~청 울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역시 모른다.) 다음날은 안방 패밀리 침대에서 바리와 나와 아이가 함께 잤다. 실패였지만 나름 성과는 바리가 거실보다는 조금 더 잤다는 것. 다다음날은 거실에 아이를 혼자 뉘이고 우리는 안방에서 잤다. 이건 제대로 맛도 보기 전에 실패했다.
가정용 CCTV를 구매했다. 아이가 자는 방에 설치해놓고 자는 아이를 지켜보려는 용도이다.
두 번째 실험은 분유. 우리의 첫 분유는 가성비와 로켓 배송에서 손쉽게 구매 가능한 A분유였다. 하지만 배앓이가 계속됐고 난 눈물을 머금고 그 두 배 가격인 B분유를 구매했다.(아이 앞에선 통장 생각은 접어둬야 한다.) 아이는 그날 새벽 똥을 다섯 번 쌌다. 이것은 좋은 분유인가? 낮도 아닌 새벽에, 똥기저귀를 치우고 엉덩이를 씻겨주는 걸 다섯 번이나 하게 하다니...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D분유로 도전. 아직까진 배앓이도 없고 똥도 하루에 2~3번 싼다.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다
이 외에도 아이의 옷차림, 방 안의 온도와 습도, 소음 등에 대해 계속해서 실험 중이지만 어느 정도 성과가 나면 공유하는 게 좋겠다. 성과가 날지도 미지수이지만.
그나저나 제왕절개 후 양쪽 엉덩이와 허벅지 쪽 감각이 다소 없다. 짝! 때리면 느낌은 있는데 벅벅! 긁으면 예전처럼 시원하지 않다. 내 살 같지 않다. 인터넷에 물어보니 나와 비슷한 증상을 겪는 제왕절개 산모들이 있었고 그들은 '제왕절개 부작용'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임신 출산으로 제대로 못 걷고 있는 것도 속상한데 제왕절개 부작용이 웬 말인가. 병원에 물으니 "18년간 수술을 한 결과 그런 부작용을 호소한 환자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권위 있는 병원장의 말이니 믿어보기로 한다. 내가 18년 만의 첫 부작용 환자는 아닐 거라고. 제왕절개 후 아랫배에 감각이 뒤늦게 돌아오는 것처럼 내 허벅지와 엉덩이 감각도 같이 돌아올 거라고 믿겠다. 벅벅 긁으면서도 시원하지 않은 그 기분은 정말.. 좋지 않다.
비가 온다. 육아휴직에 들어간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일 안 하고 사람 스트레스 안 받고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