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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스 Dec 15. 2021

출산 49일 차 일기

아직 엄마보단 엄마의 딸이 익숙해요

2021년 12월 15일 수요일 날씨 맑아 보임  


오늘 아침 수요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고,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요즘이다.  

 

내 딸 마리는 30분 전 어린이집 차를 타고 떠났다. 지역 내 어린이집에서 집단감염 28명이 나와서 내일부터는 차량 운행을 하지 않는다. 어린이집 등원도 오늘부터 '긴급 등원'만 가능하다. 마리는 긴급 등원 생이다. 코로나 감염의 위험을 안고 어린이집으로 떠나는 내 딸 마리의 천진하게 잠든 모습이 떠오른다.

 

엊그제 남편 바리가 타 지역 출장을 떠났다. 나 혼자서는 마리를 볼 수 없어 엄마 영을 집으로 불렀다.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 보내는 하룻밤. 결혼 후 혼자 사는 엄마 집에서 한 달에 한 번은 자고 오겠다고 말해놓고 한 번도 가지 않은 나이다. 내 필요에 의해서 결혼 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함께 잔다.   

내 엄마 영은 하룻밤 신생아를 돌보는 노동을 앞둔 사람답지 않다. 오랜만에 딸과 보내는 하룻밤에 들떠있을 뿐이다.

엄마 영이 몇달 전에 먹고 싶어했던 보쌈을 이제야 먹었다.

 

딸 마리는 잠투정이 심하다. 조리원에서 '잠 안 자는 아이 1등'으로 유명했고, 집에 온 초반에는 이유모를 울음으로 나와 바리를 절망하게 만들었던 아이였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집에 온 후 서서히 잠이 늘었고 울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잠투정은 심하다. 이것 역시 과거형으로 말할 날이 오길 바란다.  

 

내 엄마 영은 내 딸 마리의 잠투정을 보고 놀란 것 같다.  

"무슨 애기가 잠투정을 이렇게 오래 하냐?"

오후 6시 퇴근 후 집에 와서 자정지는 딸 마리에게 메여있는 남편 바리가 떠올랐다. 씻지도 못하고 밥도 콧구멍으로 먹으며 퇴근 후 자정까지 딸을 재우기 위해 어르고 달랜다. 그런 날들에 비하면 이날 딸 마리의 컨디션은 최상으로 보인다. 오후 8시부터야 칭얼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 엄마 영은 자정까지 울고 보채는 내 딸 마리를 안고 돌아다녔다.

 

얼굴살이 빠져 불독살이 생겼고, 팔다리가 얇아져 마른 체형의 나보다 더 말라 보이는 내 엄마 영. 그녀를 보며 이제야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자식은 짝사랑하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엄마 영의 서늘한 마음에 미안해진다. 걷질 못해 하루 종일 추레한 모습으로 집안에 갇혀있는 나를 보며 밥 수저를 놓고 울어버리는 엄마 영을 보며 난 같이 운다.  

딸 마리를 안은 그녀의 얇은 팔과 불안한 허리에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아직까진 딸을 생각하는 마음 엄마의 딸로서 갖는 마음 사이의 부등호는 후자를 향한다. 내 엄마를 힘들게 하는 내 딸 마리의 울음이 밉다.    


딸 마리는 새벽 두 차례 토를 했다. 분유를 먹고 충분히 소화를 시키지 않아서 인 것 같다.  

새벽 내내 몸을 오징어처럼 꼬고 흡사 강아지와 노인 같은 소리를 낸다. 낑낑. 성장을 하는 아이들의 '신생아 용쓰기'라고 한다는데 정말 쉬지 않고 아침에 깰 때까지 저러는 걸 보면 대체 얼마나 크려는 건지 궁금하다. 잭과 콩나무의 콩나무처럼 커버리는 거 아냐?

 

마리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혼자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난 밤에 못 잔 잠을 보충하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본다. 직장 다닐 때 그토록 바라던 일상이었는데.

거실의 창문은 열어둔다. 밖을 보고 싶다. 오늘 날씨는 어떠하고 사람들 옷차람은 어떠한지를.  


오늘은 오전에 샤워를 하고 잠옷 중에서도 가장 깔끔한 옷을 꺼내 을 것이다. 밖과 단절돼 추한 딸의 모습에 마음 아파 우는 엄마 영에게 셀카를 찍어서 보내야겠다. 엄마 딸 오늘도 잘 지내고 있어. 걱정 마.


어린이집에서 잘 자고 있는 내 딸 마리. 마리의 사진에 안심하듯 내 엄마 영에게도 잘 지내고 있는 오늘의 내 사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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