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딸 마리가 태어난 지 50일이 되는 날이다. 흔히 신생아를 벗어나고 생활패턴이 조금 잡혀가면서 엄마 아빠들이 전보다 편해지는 시기가 50일 정도인 아이들을 두고 '50일의 기적'이라고 부르곤 한다.
나와 남편 바리는 이 50일의 기적을 누구보다 바라왔는데(누구나 그러겠지만), 종교가 없는 우리 부부의 기도가 하늘에 통한 것인지 마리는 50일의 기적을 행하고 있다.
마리는 생후 30일이 지나고 밤잠을 4시간 넘게 자기 시작하더니, 40일이 지난 후부터는 낮잠도 혼자서 스르륵 자기 시작했다. 50일인 오늘 새벽, 비록 새벽 1시 반까지 보채고 잠투정을 심하게 했지만 씩씩하게 새벽 내 6시간 10분을 자면서 엄마 아빠에게 꿀잠을 선사했으니 이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아니하겠는가.
지난 새벽 이유모를 마리의 울음으로 남편 바리는 이날도 진땀을 뺐다. 방안 온도 23도의 집에서 바리의 이마와 등은 땀으로 젖어있다.
남편이 애쓰는 동안, 난 잠시 소리 나지 않는 가스 배출을 했는데 바리는 청각이 아닌 후각으로만 감지한 가스 배출에 극노했다. 거의 한 시간을 투자해 겨우 잠들게 한 마리의 기저귀를 만지면서.
"아, 얘 또 똥 쌌나 봐."
그래도 밤잠을 6시간 자준 딸 덕에 남편 바리와 나의 아침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50일 기념사진을 셀프로 찍어보기로 한다.
옷과 머리띠와 양말을 꺼내 입혀본다. 6시간을 내리 잔 딸 마리의 컨디션도 좋다. 역시 사람은 잠을 푹 자야 한다.
출근 전 시간에 쫓기며 남편 바리가 찍은 사진. 마리야, 이게 최선이었단다..!
서툰 사진들, 서툰 시간들, 서툰 엄마 아빠.
나와 바리를 엄마 아빠라고 불리게 한 지난 50일, 딸 마리는 낯선 세상을 씩씩하게 살아내고 있다. 할 수 있는 표현이라곤 울음뿐이지만, 서툰 엄마 아빠는 그 울음을 잘 알아채지 못하지만 그래도 오늘도 열심히 울어본다.
자궁과 배를 열고 마리가 세상으로 나온 날, 수술대 위에서 낯선 마리를 만난 그때. 실은감동적이기보단 어색하고 낯설었지.
50일 동안 우리는 그때보다 친해졌고 사랑하게 됐다. 50일 전 수술대 위에서 내가 너에게 건네었던 인사, 네가 마리구나? 반가워.
50일 후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너에게 건네고 싶은 인사,앞으로도 잘 부탁해!(속마음: 50일의 기적을 계속 이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