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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선영 소장 Mar 25. 2022

내 나이 60이 되어 누리고 싶은 사치

미래에 나를 위해 준비하고 싶은 선물들 

윤여정 배우가 등장한다. 

"이리로 들어가면 돼요?" 


한쪽면이 통창으로 된 어느 현대식 건물, 건물 밖 작은 정원에 잔디는 누렇게 누워 건초 모양을 하고 있다. 그렇게 그곳 계절이 겨울인가 하면 또 볕은 봄이다. 겨울과 봄이 사이좋게 손잡고 있는 어느 날이라고 느껴진다. 부드럽게 쏟아지는 봄볕이 건물 안으로 걸림 없이 쏟아진다. 건물 안에는 MC 유재석 씨와 조세호 씨가 일상 수다를 섞고있다. 그녀가 온 것을 느끼고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향한다. 


"선생님 어서오세요!" 문을 열어주며 마중한다. 애정 하는 귀한 손님이라 느껴지는 눈빛과 손길이다. 그녀는 검은색과 감색이 섞인 부드러운 면으로 만든 루즈핏 원피스를 입었다. 요즘은 갖춰입어야 할 것만 같은 자리에서 한 스푼의 편안함을 더한 차림새를 선택하는 태도가 세련이라고 느껴진다. 그녀의 편안해 보이는 원피스는 굽이 낮고 끈이 있는 검은 옥스퍼드 구두와 어울린다. 색동으로 된 목이 긴 양말과도 어울린다. 그렇게 그녀가 들어와 앉으며, 유 퀴즈 프로그램 윤여정 배우의 인터뷰가 시작된다.   


그녀의 이야기는 최근 찍게 된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해 나왔다는 출연 의도에서부터 그녀가 어린 시절 증조할머니를 사랑해 드리지 못했다는 이야기 까지 이어진다. 그러다 그녀가 말하는 <사치>의 화두가 등장한다.  <내 나이 60이 넘어 누릴 수 있는 사치> 란 '내가 좋아하는 감독이 만드는 시나리오가 마음에 드는 영화에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출연하는 것'


오늘은 60이라는 나이와 사치라는 단어를 음미하고 싶어 진다. 그녀가 말하는 사치는 한국에서 주목받던 여배우의 삶을 두고 홀연히 미국 어느 작은 마을로 간 시간과 비교된다. 두 아들을 홀로 키우기 위해 고민하던 시절과 비교된다. "타이프도 칠 수 없고 영어도 능숙하지 않으니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 동네 마트에서 계산을 하는 캐셔라면 할 수 있겠다." 생각하던 시절. 옆집 살던 친구에게 마트에서 캐셔로 일을 할 때 주급을 알아봐 달라고 말하던 시절과 비교된다. 사치는 무엇을 하며 가족들을 먹이고 살아갈까의 차원을 넘어섰을 때 내가 누릴 수 있는 삶의 태도라고 여겨진다.


그녀의 질문을 나에게 던져본다. 

'내 나이 60이 넘어가면'

'30대 40대 50대를 치열하게 가족들 먹여 살리는 일에 써온 나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여유가 더해진 삶의 태도(사치)는 무엇일까?' 


질문을 받고 보니 60이라는 나이는 삶을 마무리를 하는 나이가 아니라 삶을 선회하는 나이라고 느껴진다. 기대수명이 80세를 훌쩍 넘어가지 않는가. 보험회사에서는 100세를 넘어 120세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는 요즘이 아닌가. 60세라는 나이는 삶을 정리하는 나이가 아닌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참 좋은 시기겠구나 싶어 60대 이후 삶에 대한 기대가 생긴다. 


60대에 누리고 싶은 차원 높은 삶의 태도를 위해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은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흔한 명언이 와닿는 나이가 되었다. 부정할 수 없는 문장이다. 아침 점심 저녁 원하는 삶의 태도로 하루하루를 채워가기 위해 60대인 나는 우선 제법 건강해야겠다. 그러기 위해 나의 현재 습관을 되돌아본다. 


먹는 습관, 잠자는 습관, 움직이는 습관, 앉아있는 습관 그렇게 60대가 되어서 누리고 싶은 삶의 태도를 만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점검해야 할 일이 있다는 성찰이 생긴다. 가장 자신 없는 습관은 먹는 습관과 운동하는 습관이다. 맛도 모른 채 꾸준히 먹고 있는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을 떠올려 본다. 밤늦게 먹는 습관은 3년 전부터 버리게 되었으니 그 결심과 실행이 고맙다. 흔한 밥상에서 놓치기 쉬운 중요한 영양은 갖가지 영양제로 온 가족이 함께 챙겨 먹고 있으니 그 또한 고마운 습관이고 투자다. 아침마다 아파트 계단을 오르락하는 습관은 여전히 들쑥날쑥이다. 조금 더 응원을 하며 꾸준함을 더해야겠다. 자세는 오래된 문제다. 앉을 때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앉는 습관도 더 미루지 않고 바로 잡아줘야 하겠다. 그러고 보니 아이 넷을 낳고도 목 허리 손목 모두 아프지 않은 게 감사하다. 


자세를 지금부터 꾸준히 관리하면 어느 날 좋아하는 사람들과 편안한 장소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찍힌 사진에서도 우아하고 꼿꼿하게 앉아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허리에 힘이 절로 들어간다. 물도 더 자주 마셔야 한다. 맛도 멋도 모르지만 습관적으로 마시고 있는 커피와 당분도 줄이는 게 좋겠다. 생각을 하고 글로 썼으니 커피와 당분을 만나는 시간에 1~2초 멈추어 다른 선택으로 터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본다. 잠들기 전 스쾃도 추가해본다. 그러고 보니 60대에 누리기 위해서 챙겨야 할 짧지만 중요한 시간들이 많아진다. 


다음은 일이다. 30대 중반 조직생활을 그만두고 나오면서 결심했다. 코칭하고 글 쓰면서 법 벌이를 해결하겠다고. 그 결심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뒤늦게 깨달았지만, 고독하고 긴 보릿고개를 거치면서도 의지를 꺾지 않고 직업인으로 체질을 바꾸어 가는 시간을 쌓아갔기에 지금은 정말 책 쓰고 코칭하며 밥벌이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미덥지 못했지만 스스로를 먼저 믿어준 나에게 고맙다. 하지만 내 나이 60이 되었을 때 지금처럼 필드형 전투형 지식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어렵겠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내 나이 60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떤 코치일까? 그때는 아파트가 아닌 마당이 있는 시원하고 오붓한 곳에서 코칭을 하고 싶다. 고객이 두어 시간 나를 만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패턴이 아니라, 원한다면 적어도 하루 이틀은 일상에서 벗어나 성찰하면서 고민의 실마리를 얻어갈 수 있는 숙소가 더해진 코칭 공간을 제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공간이 어디일지 평소 여행 다니며 눈에 담아 두었던 곳을 떠올려 본다. 몇 군데 떠오르는 곳이 있다. 다시 어디다 자리를 잡을까 생각하며 가보아야겠다. 바다보다는 계곡이나 호수가 있는 곳, 아침이면 알싸하고 신선한 새벽 공기가 내려앉는 곳이라면 좋겠다. 


네 아이 중에 하나 정도는 엄마의 일을 배우며 도우며 함께 일하면 좋겠다 싶다가 또 그게 아니라도 상관 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다정하고 따뜻하게 통화하고 가끔 만나 안아줄 수 있는 사이라면 충분하다. 아참 그곳에는 내가 아니라고 전문성을 가지고 따뜻하게 코칭할 수 있는 파트너 코치들이 있고, 파트너 코치들을 롤모델 삼아 성장하고 있는 새내기 코치들도 있다면 좋겠다. 


다음은 관계다. 절친이라는 단어가 나는 참 좋다. 나와 나의 절친들은 서로가 같이 성장하는 도전을 즐기고, 넘어졌을 때 툭툭 털고 일어나 위트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는 사이라면 좋겠다. 그렇게 가릴 것 없이 서로를 오픈하고 서로를 편안하고 편안하게 배려하고 독립적으로도 각자 즐거울 수 있는 사이라면 좋겠다. 그런 친구들이 자주 만날 수 있는 환경에 살며 같이 늙어간다면 좋겠다. 그런 사이라면 동갑이 아니라도 친구요. 성별이 달라도 친구다. 그런 친구는 두 볼이 아프도록 웃는 날도 눈치 볼 것 없이 울어댈 수도 있는 시간도 자주 만나며 익어갈 수 있을 테다. 


글을 마무리하려고 보니 어제 딸아이와 같이 들었던 노래가 생각난다. 3호가 좋아하는 아이유의 신곡이었다. 드라마. 나는 아이유가 부른 비밀의 화원이라는 노래가 참 좋았는데 어제부로 이 노래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가사를 보며 마음에 쏙 드는 구절을 만났다. 

"죽을힘을 다해 빛나리"


그래 내 나이 60이 되면 죽을힘을 다해 빛나려고 애썼던 나를 위해 준비한 공간과 시간과 절친을 선물해주리라. 그것이 아직 어렴풋하지만 내가 누리고 싶은 60대의 사치다. 그것이 먹고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고 충만과 품위와 편안함이 어우러진 내가 만나고 싶은 삶의 태도다. 그러기 위해 나는 오늘도

"죽을힘을 다해 빛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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