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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선영 소장 Apr 22. 2022

엄마는 이럴 때 뿜뿜 해

절친들에게 듣는 나의 고유함

이틀이나 비워두었다. 긴 시간을 내어 교육과정에 들어온 날. 오늘은 코치로 작가로 강사로 살아가면서, 나와 마주한 상대방에게 유익한 에너지를 주기 위해 애쓰는 일을 잠시 내려놓아도 좋은 날이다. 오늘은 그저 듣고 그저 느끼고 그저 성찰하는 시간으로 채우리라. 나에게 주는 선물 이다. 나에게 선물을 주는 내가 고맙고, 그 선물을 흠뻑 받아드릴 나는 설렌다.


내가 선택한 교육은 <나만의 고유함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상대방의 고유함을 찾아주는 일을 하는 나에게도 고유함이 있다. 나만큼 개인의 고유함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오늘은 분명 새로운 나의 고유함을 발견하게 될 거라 믿는다. 정말 그랬다. 교육과정이 시작되기 전에 주어진 숙제를 하면서 나는 나의 새로운 고유함을 바라볼 기회를 얻었다.


숙제는 주변인들에게 나의 고유함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인터뷰였다. 우선 내일 만나기로 한 여동생에게 물어본다. 만날 장소를 정하기로 한 타이밍이니 겸사겸사 물어보기 좋다. 고유함이라는 단어가 너무 고상할 수 있으니 강점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본다.  


"영아 네가 생각하는 언니의 강점은 뭐니?" 30분 즈음 지났을까 답장이 왔다.

"그놈의 회계감사 때문에 정신이 없네. 답장이 늦었당. 언냐의 강점은 꾸준함이지"

"오호. 두 가지 더"

"진취적이고 도전적임, 자기 투자에 과감함"

"오키 고마워. 숙제하나 해결 저녁에 보자구. 서두르지 말고, 안전히 오셔"


여동생의 내어준 답변을 음미해 본다. 40년이 넘게 가족으로 살아온 아이인데 그 아이가 나의 강점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지난번 벙개에서 언니인 나보다 좋은 학벌을 가진 여동생이었지만 경력적으로 우상향 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을 이야기했었는데 그 마음이 담겨있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느라 누구보다 치열한 하루를 채우고 있는 동생. 다음엔 한번 안아줘야겠다. 서로를 마주 보며 서로의 삶을 거울 삼아 지혜와 조언을 나누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자매가 되어가는 듯싶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다음은 신랑의 차례다.

"자기야 그대가 생각하는 와이프의 강점은 무엇?

3가지만 얘기해주셔.

내일 듣는 교육 숙제니까 빠른 답변 요망" 3분 만에 답변이 왔다.  


"자신감, 주도성, 행동력" 신랑의 답변은 새삼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자신감 있게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와이프를 둔 남편의 고뇌를 알기에 그걸 또 강점이라고 답변해준 신랑이 고맙고 귀엽게 느껴진다. 갑자기 궁금해져서 질문을 하나 더 던진다.    

"음 그럼 엄마로 내가 가진 강점은 무엇?"

"우쭈쭈 하지 않는다. 안절부절못하지 않는다. 애한테 목숨 걸지 않는다. 이상 끝"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공부로도 공부 밖으로도 반짝반짝 빛나던 외동아들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던 시어머님이 생각났다. 외동아들을 위해 특별한 희생을 하셨다가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공부에 취미를 잃고 재수를 하고 결국 어머님의 기대와 많은 차이가 있는 대학에 들어가서 직업군인의 길을 선택하던 시기 당신 아들과 남편에게 쏟아부었던 하소연이 그려지는 듯했다. 아이들이 누구보다 소중하지만 자율적으로 행동하며,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으로 커가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우리 부부의 공통적인 양육관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다음은 기업 대표인 오랜 친구의 차례다.

"대표님 선영이의 강점은 언제 빛날까요? 숙제니까 성의 있게 답변 바래요 ㅎㅎ"

"하나. 복잡한 고민으로 헤매고 있는 친구를 만났을 때"

"둘. 복잡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해 주고 명쾌한 해소 키워드를 던져줄 때"

"셋. 심각한 분위기를 유쾌하게 가볍게 만들어 줄 때"

"넷.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줄 때"

"딱 들어맞는 단어 선택을 할 때"


직장동료로 만나서 친구가 되고 사업적 파트너가 된 그녀의 답변을 들으며 마음이 찡해진다. 사이가 깊어지고 넓어지면서 겪었던 서로의 고뇌가 있었기에 여전히 나의 강점을 알아주는 그대가 고맙고 조만간 얼굴을 보는 시간에 그대의 강점을 내가 직접 이야기해주리라 생각해 본다. 5%의 민망함이 있을 그 순간이겠지만 유연하게 시선처리를 잘할 수 있는 우리다. 그런 우리에게 그 시간은 감동과 여운으로 다가와 체온을 높여줄게 분명하다. 벌써 느껴진다.  


다음은 고객의 차례다.

"똑똑똑 고객님들, 좋은 아침입니다.

숙제가 있어 하나 부탁드려요. 저에게 어떤 강점이 있을까요 3가지만 적어주세요^^"


이번에는 8분 만에 답변이 왔다.

"설득력, 조직력, 문제 파악력"

이모티콘이 올라온다. 눈을 감고 최근까지 여러 번의 코칭을 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는 듯 한 이모티콘이다.

바로 다른 고객에게 답변이 온다

"진취적, 인적 네트워크, 문제해결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고 빠르고 나이스 한 답변 감사합니다 굿데이 되셔요 두 분"

   

모모랜드의 뿜뿜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면 딱 좋을 시간이다. 나만의 고유함이 있다는 걸 깨닫는 시간, 나만의 고유함을 소중한 사람들에게서 듣는 시간. 얘들아 엄마는 이럴때 뿜뿜해.


Give it to you

My 눈눈눈눈눈눈 눈빛

내 머리부터 뿜뿜

내 발끝까지 뿜뿜 뿜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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