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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선영 소장 May 02. 2022

엄마도 너 대신 아파줄 수는 없어

견뎌내고 있는 아이와 지켜보는 엄마의 교감

"오늘은 고기가 먹고 싶어요 엄마"

"그러게 나도 오늘은 고기가 먹고 싶네"

"목살? 그래 목살로 주문해서 먹자. 큰 아들 밥 있는지 확인하고 없으면 밥 좀 해줘!"

"네 엄마, 밥 없어요 할게요!"

그러고 보니, 중 3이 된 우리 큰 아들은 밥을 맛있게 잘하는 장인이다.

"오호 밥이 너무 잘 됐네. 엄마보다 밥을 더 잘하시네요!"

몇 번 인정을 해드렸더니 이제는 밥하는 건 본인에게도 귀찮지만은 않은 일이 된 듯싶다.


배달앱에서 주문을 마치고 30분 즈음 지났을까 벨소리가 울린다. 주문한 고기가 왔다. 주방에서 연기를 피우지 않아도, 기름 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먹고 싶은 고기의 부위를 골라서 조금만 기다리면 먹을 수 있으니 편리해서 고마운 요즘이다.


방방마다 들어가 있던 아이들이 어슬렁어슬렁 거실로 나온다. 전기밥솥에 밥은 이미 잘 지어져서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수저를 놓는 아이, 마실 물을 떠놓는 아이, 가스레인지 위에 끓고 있는 김치찌개의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아보는 아이, 각자의 루틴을 거쳐 식탁에 자리를 잡는다.


막둥이가 유난히 좋아하는 고기, 그런데 오늘따라 고기를 먹는 막둥이의 모습이 불편해 보인다.

"우리 막둥이 뭐가 불편해요?"

"네 엄마, 자꾸 이에 고기가 끼는 거 같아서 느낌이 이상해요"


그러고 보니 이전에도 한두 번 비슷한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났다. 부드럽지 않은 음식을 먹을 때 이 사이에 뭐가 낀다는 얘기 같은데 오늘 자세히 들여다보니 치과 방문이 필요해 보였다. 더 미루지 않고 치과 예약을 잡는다.  두어 군데 치과를 골라 상담을 받고 마음에 드는 치과에서 치료를 시작한다. 정성스럽게 진료를 보는 곳, 아이와 소통이 잘 되는 곳을 골랐더니 비용이 제일 비싼 곳이다. 거리도 가장 먼 곳이었지만 잠깐 고민을 하다가 여러 번 치과를 와야 하는 막둥이의 입장을 생각해서 결정을 한다.

"다른 데서 아끼자!"


첫 치료가 시작된다. 아이의 머리 위 천정에는 원하는 만화를 보여주는 화면이 있고, 딸기향이 난다고 소개하는 웃음가스도 준비된다. 통증을 최소화해주는 마취를 위해 제공되는 안전한 가스라고 했다. 안정적으로 치료를 진행하기 위해 아이의 입에 몇 가지 고정장치도 설치된다. 중간중간 아이가 안심할 수 있도록 자세하고 쉽게 가이드해주는 선생님이 고맙게 느껴진다.  


충치를 치료하는 몇 가지 단계들이 진행되면서 누워있는 막둥이의 팔과 다리가 움찔댄다. 아이의 발 가까이 아 있는 엄마의 마음이 짠하다.

"막둥이 너무 잘하고 있어요. 조금만 더 하면 끝나요!" 치과 선생님도 간호사 선생님도 꾸준히 아이를 응원하지만 첫 치료는 30분 가까이 이어진다.

엄마는 움찔거리는 아이의 발을 손으로 잡아준다. 엄마의 손길이 아이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해주기를 바라면서 온 마음을 담아 부드럽게 아이의 발을 감싸준다. 견디고 있는 아이와 대신 아파줄 수 없는 엄마의 교감이 이어지는 순간이다.


드디어 치료가 끝나고 마취가 풀려가는 시간. 아이는 어색한 느낌이 싫어서인지 통증이 느껴져서 인지 살짝 부은 입술로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너무 아팠어!"

"아고 그랬구나. 우리 막둥이가 아팠구나. 아팠지만 그렇게 잘 참았던 거구나.

너무 잘했어요. 멋져요 막둥이. 이리 오세요. 엄마가 꼭 안아줄게요!"

"으앙~~"


그제야 참아왔던 막둥이의 눈물이 터진다. 처음부터 울고 싶었을 테지만, 처음부터 못하겠다고 말하고 싶었겠지만 왜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생각하며 잘 참아준 막둥이가 대견스럽다. 그렇게 대견스러운 시간을 다 치르고 나서야 이토록 서러운 음성으로 막둥이는 엄마품에서 마구 울고 있다.


내 품에서 마구 울고 있는 막둥이를 보며 여러 마음이 스친다. 건강하게 태어나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아이들이 고맙다. 가끔 원하지 않는 시련이 생길 때에도 겪어보지 못한 벅찬 고통을 인내하며 견뎌낼 수 있는 마음 근육을 가지고 성장해 나가고 있는 아이들이 고맙다. 그 시련을 겪으면서도 아팠다고 엄마에게 먼저 말해주는 아이들이 고맙고, 서로 안아줄 수 있는 서로가 되어줄 수 있어 고맙다.


그래 맞아. 엄마는 널 대신해서 아파줄 수는 없어. 하지만 엄마는 시련 속에 있는 너의 손을 잡아줄 수 있고, 엉엉 울고 싶은 너를 안아 줄 수 있어.


잊지 마. 누구도 널 대신해서 아파줄 순 없지만 엄마는 항상 네 곁에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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