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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안 May 07. 2024

스타트업삼국지 #10 초선의 야망-2

ㅎㅎ 즐거우세요? 

여러가지 성장통을 겪었지만 동탁의 회사는 점점 잘 나갔다. 


동탁은 Finance출신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로 대담한 Deal들을 척척 성공시키며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동탁의 말 한마디는 어록이 되어 성공을 갈구하는 젊은이들 사이에 성경처럼 퍼져나갔다. 


동탁은 회사를 매출과 기업가치 등의 숫자로 성장시키는데에 금새 흥미를 잃었다. 


마치 세상이 그의 현신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손을 대는 것마다 대박이 났다. 


동탁의 생각을 실현시켜나가는 여포의 역량도 대단했지만 그는 조용히 뒤로 물러서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동탁에게 양보하는 현명함까지 가졌다. 


동탁은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위대한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유토피아를 꿈꾸고 그리는 토마스모어 처럼,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오로지 문화의 힘이라는 백범 김구선생의 말씀처럼,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을 향하는 짐 콜린스의 가르침처럼 역사에 남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한 관점으로 회사의 구성원들을 둘러보는데, 다들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열심이 일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딱 한가지만 빼고 말이다. 


초선은 그 순간에도 치열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설립자본금의 규모가 작은 것은 아니지만, 두번의 기회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실패하면 자신이 왕윤의 회사에서 일하며 쌓은 명성은 물거품처럼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포장지에 들어가는 폰트하나까지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은게 없을 정도로 디테일을 챙겼다. 


사람들은 도대체 초선이 언제 집에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녀는 그러한 성실함과 집요함 이외에도 거침없는 의사결정, 명확한 방향 제시 등 리더로서 훌륭한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성과가 안나면 매섭게 질책하고 병신취급을 하였지만 감정과 뒤끝이 없다보니 조직원들은 그녀를 무서워하면서 충성을 다했다. 


가끔 동탁이 주최하는 본사 경영회의에 참석하긴 하지만 동탁이 하는 조직문화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니 하는 이야기들은 크게 공감가지 않았다. 


누구보다 인정받는 커리어를 가지고 있었던 초선이었지만 누구보다 절실하게 성공에 매달렸다. 


본사에서 일할때보다는 덜하지만, 초선과 본사 임원들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초선에게 그들은 동탁과 오래 알고지낸 이유만으로 높은 자리에 앉아 골프나 치러다니고 술이나 마시러다니는 무능한 사람들이었다. 


그녀는 그들과 눈이 마주칠때마다 자신의 발목을 잡지나 마라라는 눈빛으로 레이져를 쏘아대었다. 


동탁은 그러한 초선이 답답했다. 


동탁에게 하나의 제품을 성공시키는 것은 이제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제품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우연한 성공보다는 철저히 분석된 실패가 조직에는 더 좋은 일일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한 마음으로 모든 구성원이 노력할때, 장기적으로 더 크고 많은 성공을 이룩할 수 있는 기업이 될 거라는 믿음을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동탁은 초선을 볼때마다 자신의 힘들었던 예전 모습을 보는 것같아 마음이 쓰였다.


또,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자신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아야겠지만 자신이 발을 들인 이러한 높은 경지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것도 초선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너무 설익지만 초선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조자이고, 제국을 일으킬 수 있는 제왕의 자질을 가졌다고 봤다. 마치 과거의 자신처럼. 


이러한 생각을 하며 새벽까지 사색에 잠겨있던 동탁은 오랜만에 초선에게 문자를 보냈다.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우리는 무엇이 남을까요?"


그녀는 과연 이런 생각을 해보기나 했을까? 자신의 질문에 고민하다가 가르침을 원하는 그녀의 반응을 기대했다. 


잠시 후, 초선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뭐가 남긴요, 재고가 남지."


그 시간 초선은 포레스트검프를 보며 어떤 것이 나올지 모를 초콜릿박스라는 불확실성과 기대심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소소하다고 할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 박스를 뜯을때 기대감과 행복감을 주는게 성과와 어떤 관계가 있을지 머리를 쥐여짜보고 있었다. 


동탁의 동탁스러운 문자에 초선답게 답을 한것 같지만 기분이 좋을건 없었다. 


이런 식의 문자를 많이 받다보니 그러려니 했다. 


동탁은 프로젝트의 실패를 어떻게 더 큰 성장의 기회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냉소적인 표현같에서 기분이 살짝 상할뻔도 했지만, 그녀의 무뚝뚝함을 생각하며 농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에게는 은유적인 가르침보다는 직접적인 설명이 나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어 다시 문자를 보냈다. 


"실패를 해도 우리는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초선은 문자를 받고 기분이 상하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프로젝트가 실패할까바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는데, 이 양반이 왜 자꾸 실패이야기를 해 실패하라고 장사 지내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선은 다시 짧게 답장했다. 


"꼭 성공시킬 자신있으니까, 걱정마세요."


동탄은 그녀가 알아들었나, 못 알아들었나 헷갈렸다. 


다시 문자를 보냈다. 


"초선님은 하나의 큰 전장에서 전투를 지휘하는 장수입니다. 하나의 전장에서 패배해도 우리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어야합니다."


초선은 어이가 없었다. 


"패배하면 전 그냥 거기서 죽을랍니다. 나머지는 동탁님이 하세요." 


동탁은 다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즐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의 제품을 시장에 내는 것은 산고의 고통에 비유하지만 여행이라 생각하면 고통도 즐겁지 않을까요?" 


초선은 더이상 동탁과 문자를 주고받을 기분이 아니었다. 


"아, 예예. 즐겁게 하면 좋죠. 회장님도 많이 즐기세요." 


위대한 기업을 만들고 싶은 동탁의 순수한 열정과 반드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겠다는 초선의 절박함은 이렇게 부딪혀 산산히 부서지며 서로에게 찜찜함만을 남기었다. 


초선의 프로젝트는 대박이 낫고, 그 해 최우수 품질상과 소비자 대상 등을 휩쓸었다. 


동탁은 사이가 소원해지긴했지만, 그 역시 매우 기뻤고 그녀의 성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치하해주고 싶었다. 


이미 결과로 모든걸 증명한 그녀에게 축하한다,수고했다는 말은 의미없어 보였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축하의 메세지를 건네고 있지 않은가? 


TV를 통해 상을 수상하며 행복해하는 그녀의 모습도 보았다. 


문득 그는 그녀가 실패를 했더라도 저렇게 행복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아니었을것 같다. 


자신이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축하 선물은 결국 그녀를 성장시킬 수 있는 가르침이라 생각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즐겨야한다는 것을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우선 그녀가 결과를 떠나 과정을 즐겼는지도 궁금해졌다. 


동탁은 초선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ㅎㅎ 즐거우세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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