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했을때, 제갈공명은 CFO였다.
공명은 강남 8학군 출신에 좋은 학벌을 가진 엘리트출신이다.
공명은 졸업전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많은 기업들로부터 입사제안을 받았다.
문제는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간병을 하다보니 이러한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대기업공채시즌을 놓쳤다는 것이다. 대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친구들보다 아래 기수로 조조회사나 손권회사에 입사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자신은 전국에서 1,2등을 다투던 복룡, 봉추의 한명이 아니던가?
그러던 중 스타트업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유비가 친구 서서의 소개로 찾아와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다.
창업한지는 오래 되었지만 아직 자리를 못잡은, 관우과 장비,조운 같이 훌륭한 개발자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아직도 유표 밑에서 외주를 뛰면서 근근히 먹고사는, 그래도 인지도가 업계에서 희한할 정도로 높은 유비였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러다 할 일 없는데, 세 번 정도 술을 얻어마시다보니 용돈이나 벌어볼까하는 마음에 몇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어차피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공채시즌까지는 시간이 좀 있었다.
처음 일하면서 유비가 해온 걸 스윽보니 한심하기이를때없었다.
쓸데없는 명분으로 좋은기회를 여러번 날리고, 개발자들은 유비가 자리를 비우면 바로 LOL 대전을 할 정도로 관리가 안되었다.
연혁이 꽤 된 회사임에도 동아리인지 구분이안간다. 유비에게 자신을 소개시켜주고 정작 본인은 대기업인 조조회사에 취업한 친구 서서를 떠올리니 열이 받았다.
당장 다음 달 월급날도 부담스러워하며 유니콘을 꿈꾸는 유비를 보며 공명이 느낀 감정은 안쓰러움이다. 그래도 아무경력도 없는 알바생에 불과한 자신의 말을 경청해주는 것은 꽤 감동이기도했다.
유비는 사업을 제법 오래한 자신도 골치아파하는 인사/재무/총무/행정/영업 등의 다양하고 어려운 일들을 척척해내는 공명이 마음에 들어 파격적으로 CFO자리를 제안했다.
유비의 제안에 비록 정년까지 쭉가는 대기업은 아니지만, 스타트업이래도 임원으로 시작하는것도 나쁘지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유비가 이야기하는 천하삼분계라는 아이템도 나쁘지않았다.
공명이 처음 한 일은 자본조달이었다. 계속 외주로 입에 풀칠하면서는 답이 없기때문에 어렸을때부터 친했던 강남의 부자형들을 찾아가 PT를 하고 펀딩을 받았다.
납기때문에 짜증나던 외주를 끊으니 개발자들은 좋아라 했다.
그 다음 한 일은 동문들 중에 똘똘한 기획, 관리직군들을 채용했다.
마침 손권회사에서 일 하는 형이 자리가났다고 연락이왔다. 잠시 흔들렸지만 자신보다 한참 공부를 못하던 주유 밑에서 일하기는 싫어 거절했다.
형을 통해서 손권회사와 공동사업을 하기로했다.
외주가 아니라 사업파트너로서 참여하기로하고 파견도 나가서 꽤 성과를 내었다.
그렇게 공명은 수많은 성과를 내었고 유비회사는 성장해서 유니콘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비회사가 기울어직기 시작한건 창업자인 유비가 일선해서 물러나고 공명이 전문경영인으로 최고의사결정을 하면서부터이다.
공동창업자라고 말을 잘 안듣는 눈에 가시같던 관우, 장비를 자회사로 쫓아보내고 알아서 먹고 살라고 지원을 끊었다. 예상대로 개발만 했던 관우나 장비는 제대로 경영을 못하고 회사를 말아먹고 떠났다.
유비는 매일 인맥관리를 핑계로 골프장과 술집을 오가느라 회사에는 관심이없는듯 했다.
나름 거대한 자본을 들인 신규 사업 몇개가 망한 다음 공명은 깨달았다.
전문경영인을 두고 회장 놀이를 하던 유비도 깨달았다.
바로 그것을!! 무엇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