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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삼국지 #15 조조의 운명-3

by 주안

회사들이 하나둘 상장하며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들이 부자가 되자 그러한 기회를 부여받지못한 본사의 직원들에게는 박탈감이라는 감정이 생겼다.


물론 일부 물적분할을 할 수 있을정도의 성과를 내보자는 으쌰으쌰 분위기로 열심히 일하는 사업부도 있었지만, 많은 직원들은 분할예정인 사업부로 옮기기 위해 줄을 데기시작했고, 고위임원들은 잘나갈것 같은 사업부를 자신의 밑에 두기위해 지나치게 정치에 몰두하기도 했다.

회사의 분위기는 건전한 소통과 경쟁 보다는 질투와 암투가 난무하는 곳으로 쉽게 변질되었다.

일부 똑똑한 직원들은 차라리 조조회사와 제휴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직접 창업을 하여 나중에 회사를 다시 조조회사에 매각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들은 회사에서는 대충 해야할 일만 하고, 틈이 나는대로 개인적인 프로젝트와 창업을 준비하였다.

이러한 분위기가 바로 재무적인 실적에 보여지지는 않았지만 구성원들은 다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상장을 한 자회사의 경우는 다른 문제가 생겼다.


높은 가격으로 상장을 하기위해 무리하게 실적과 비전을 좋게 전망하다보니 상장 이후 주가흐름이 안좋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경영진들과 핵심인재들이 그것을 내다보고 높은 가격에 주식을 처분하고 회사를 그만두는 일들이 자주 발생했다.

기한이 도래하지 못해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못한 일부 직원들은 또 박탈감에 불만이 많아졌고, 상장 이후 주가가 장기 하향곡선을 그리며 조조의 그룹 전체가 언론의 뭇매를 맞으며 브랜드가치가 훼손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결정적이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곽가는 중소기업이었던 마등의 회사에 투자를 결정하였는데, 투자를 한 이후 사업을 들여다보니 좋은 사업기회가 보였다.

곽가는 먼저 마등회사를 인수하는 협상을 하였으나 각자가 원하는 가격의 갭이 크다보니 협상 기간이 무한정 늘어졌다.

그럼에도 곽가는 인수를 포기하지않았고, 마등 역시도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위해서는 조조회사와 인수합병을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협상의 끈은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었다.

사건을 터트린 사람은 다름아닌 조조의 사촌 동생이 조비였다.

하후돈, 하후연, 순욱, 순유, 서황, 우금을 비롯해 나중에 합류한 장합과 가후까지 각자 상장에 성공에 큰 돈을 벌었는데, 그들 보다 훨씬 더 오래동안 조조회사에서 일하던 조비 자신은 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해 상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곽가를 통해 마등회사의 사업내용을 보니 욕심이 일었고, 마등회사의 제품을 베껴서 출시를 해버렸다.

다소 빠르게 베껴서 급조한 제품이라 마등회사에 비해 제품 경쟁력은 떨어졌지만 조조회사의 브랜드와 물량공세에 힘입어 짧은 시간에 나름 큰 성과를 내었다.

이대로라면 조비 자신도 상장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된 마등은 제대로 빡이 쳤다.


마등은 이러한 사실을 언론에 폭로하며 조조회사의 도덕성을 맹렬히 공격했고,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그 동안 조조회사로 인해 경쟁에서 밀려난 많은 회사들이 일제히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언론에서는 조회수를 빨기위해 조조회사를 물어뜯는데 여념이 없었고, "골목상권침해"라는 슬로건으로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이러한 공격에는 표를 원하는 정치인들도 참여했는데, 급기야 지지율이 떨어져 고심하던 대통령도 나서서 조조회사를 비난했다.


곽가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아무리 본사라고 해도 법인격이 다르고 외부 투자를 받아 다른 주주가 있다보니 상황을 통제하기가 힘들었다.


조비가 조조와 친인척 관계인데다 머리가 굵어 도통 말도 통하지 않았다.

조조는 어느새 왕회장님이 되어 실무를 거의 몰랐고, 곽가 자신도 비서실을 통해 약속을 잡아야만 만날 수 있는 상황이라 민첩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던 중 기업인 모임에서 조조를 만난 마등이 조조를 들이박는 일이 생겼고, 열받은 조조가 조비와 곽가를 불러 심하게 문책하게 되었다.

곽가는 일단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조조와의 미팅에 들어가기 전에 조비와 말을 맞추었다.

그런데 막상 미팅에 들어가자 조비는 엉뚱하게 눈을 껌벅이며 자신은 개발자 출신이라 이러한 상황을 잘 몰랐고 곽가도 동의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조조의 분노는 곽가를 향해 폭발했다.

곽가는 자신을 방패막으로 삼은 조비에 대한 분노, 조조의 폭언에 가까운 질책에 스트레스가 올라와 자신도 모르게 과호흡이 몰려오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렇게 건강이 나빠진 곽가는 병을 돌보기위해 퇴사를 하게 되었다.


시간이흘러 조조는 당연히 성공할 줄 알았던 유표회사의 인수합병에 실패하고 혼자 바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지나간 일들을 돌이켜보며, 곽가를 그렇게 보낸 것에 대한 후회가 일었다.


곽가가 있었더라면 인수합병 과정에서 그런 실수는 없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룹은 외형은 엄청나게 커졌지만 자회사들이 상장을 하며 개별 주주들이 있다보니 일사분란하게 통제가 되지않고 회사별로 중복된 비용을 지출하는 등 비효율이 커졌다.

그러면서 어느 회사에서건 끊임 없이 사건사고가 일어나는데, 모든 대중과 언론의 비난은 조조를 향하다보니 조조 자신도 스트레스가 컸다.


불현듯 계속해서 운세가 안좋다는 생각이 든 조조는 마음의 답답함을 풀길이 없어 점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인으로부터 좌자라는 무속인을 소개받았다.


조조의 이야기를 듣던 좌자는 점괘를 보다가 고양이 눈이 되더니 다소 의외의 말을 꺼냈다.


- 회장님, 사람은 재산이 열배가 차이가 나면 시샘을 하고 재산이 백배가 차이가 나면 두려워 하는 법입니다.

- 회장님은 그들에게 회장님의 나무에서 난 열매를 나눠주고 싶으셨겠지만, 열매 맛을 본 사람들은 자신들도 나무가 되어 열매를 가지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 떽떽거릴때 마다 그냥 비싼 골프회원권과 고급법인 차량 정도 나눠주며 대충 뭉갰으면 좋았을 텐데요.

- 지금이라도 구글이나 애플같은 글로벌 최상위 기업들이 하듯이 자회사들의 주주들이 가진 주식을 본사 주식으로 바꾸어 모두 상폐시키고 100% 자회사로 만들면 어떨까요?

- 그런데 회장님은 못하실것 같습니다. 그러기위해서 회장님이 양보할게 너무 많고요,

- 다시 혁신기업가로 돌아가기엔 구태한 대기업 재벌로 사는 것이 너무 달콤해서일 수도 있고요.


기분이 상한 조조는 정색을 하면 좌자에게 물었다.


- 그래서 도대체 점괘는 뭐요?


좌자의 눈이 사람의 모양으로 돌아오며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황급히 말했다.


- 엔터에는 절대 손데지 마십시오, 딴따라를 멀리해야합니다. 관재가 크게 보입니다,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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