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떠나는 것이 아쉬워 글을 끄적입니다. #6
다음 달 초 3월 7일까지 '대학생 연합 광고 동아리 애드파워'에서는 신입 기수를 모집한다.
어느덧 활동이 끝난 선배기수가 되었고, 새로이 들어올 예비 기수를 위한 한 마디를 부탁받았다.
그러나 애드파워 얘기를 한 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려웠다.
아직 나에게는 오그라들지 않게 한 마디를 쓸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못 썼다.
대신 한 마디를 풀어서 쓰려고 한다
애써 정리해야 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애드파워를 들어가고 매주 토요일은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술을 마셨던 것 같다.
당시에는 사유가 없다면 밤샘 뒤풀이가 필수였다. (지금은 다행히 강제 뒤풀이는 없다고 한다.)
뒤풀이가 진행되고 한 선배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영화 좋아해요?" / "네 좋아하죠"
"어떤 영화 좋아해요? 저도 알려주세요 내일 보려고요." / "ㅇㅇㅇ 좋은 것 같아요!"
"오~ 왜 그 영화가 좋았아요?? 궁금해~ 좋아하는 영화 취향이 어떻게 돼요?"
"그냥..."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묻다니... '그냥'이라는 대답도 "나는 이런 취향이라 그냥 이게 좋아!'였으면 Best지만 그때 말한 '그냥'은 단순 회피였다. (나는 내 취향이 어떤지 지금도 잘 모르지만 그때는 전혀 몰랐다.)
창피했다. 그러나 그 정도 대답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였다. 뒤풀이 자리에서 술 한 잔 마시면서 다양한 동아리 사람들의 '취향 또는 Why?'를 캐묻기 시작했다.
"무슨 영화 좋아해" "무슨 책 좋아해?" "이번에 갔다는 전시회 어땠어?" "이번 프로젝트 팀은 좋았어?"
그리고 또 한 번 더 물었다.
"왜 좋았어?"
답을 들은 나는 다음 날 그 영화를 봤다. 그 책을 읽었다. 그리고 전시회를 다녀왔다.
그러고 난 후, 술자리에서 들은 친구의 의견과 나는 왜 좋았는지 곰곰이 비교해 봤다.
그렇게 계속하다 보니 희미했던 내 취향이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매주, 이렇게 하다 보니 동아리 일정이 끝나면, 책 한 권을 읽고 나온 기분이었다.
구성원이 다양한 만큼 책의 주제도 다양했다. 저번 주 주제가 '영화'라면 이번 주는 '인간관계' 그리고 그다음 주는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읽고 나왔다.
어느덧 술자리 배움을 통해 내 생각도 꺼낼 수 있게 되었고, 나의 TMI를 순수하게 들어주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애드파워는 껍데기만 존재하던 나의 취향에 알맹이를 채워주었다.
추가로, 이는 광고 현업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에 타 대행사에서 준비해온 아이디어를 리뷰하고 보완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나를 포함해 우리 팀 모두가 해당 아이디어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왜 와 닿지 않을까?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
사실 한 번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막연히 '카피가 별로인가.. 옛날 광고 같은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결국 핵심적인 이유는 답하지 못했고 마이너스한 지적만 생각났다.
그러다 CD님께서 이 아이디어가 왜 와 닿지 않는지 본인 생각을 말씀해주셨다.
"이게 왜 와 닿지 않냐면~"
그 대답을 듣고 내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이디어는 디벨롭되었고 부끄럽지 않은 아이디어를 도출하였다. 아 애드파워에서 보낸 2년이 허송세월은 아니었구나!
현재, 내 카톡은 정체모를 카톡방으로 넘쳐난다.
쭉 리스트를 내려보면 고향 친구들 카톡방, 회사 카톡방, 대학교 과 동기 방들이 있다.
그래도 내 카톡방 지분의 큰 부분은 애드파워 친구들과 생성한 방이다.
애드파워를 통해서 외로웠던 타지 생활을 견딜 수 있었고, 소위 SPEC 사회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으며, 순수하게 내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바보같이 열심히 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1) 그래도 내가 누군지 알 수 있게 되었고
2) Why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다른 이유도 많지만, 내가 애드파워를 그때 그만두지 않고 추천하는 이유는 위와 같은 이유가 있다.
후회한 만큼 성장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