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떠나는 것이 아쉬워 글을 끄적입니다. #5
자의든 타의든 나는 가끔 주말 출근을 한다.
좋지 않은 일이다. 주말 출근이라니.
앞서 말하지만, 이 글은 주말 출근을 조장하는 글이 절대 아니다.
사실은 주중에 일을 마무리하지 못한 나의 잘못과 구조의 탓이다.
아무튼, 나는 오늘도 주. 말. 출. 근을 했다.
그래도 오늘은 자의로 결정한 출근이었다. 그래 정신승리다.
12월에 간단하게 시작한 신년 캠페인이 느닷없이 커져버렸다.
단순 포스팅으로 끝날 줄 알았던 캠페인 규모가 손이 많이 가는 캠페인으로 변했다.
좋게 얘기하면 우리의 기획안이 먹혔고, 나쁘게 얘기하면 처음부터 캠페인의 규모가 정해졌어야 했다.
시기상 해당 캠페인은 팀장님 주도 아래 내가 실무를 맡게 되었다.
그렇게 포스트비주얼에서 나의 첫 캠페인은 시작이 되었고, 그중 영상 하나는 저번 주 금요일 온에어 되었다.
그리고 해당 캠페인을 뒷받침하는 추가 콘텐츠가 곧 온에어 된다.
사실 해당 아이디어가 썩 맘에 들지 않았다.
논란의 소지가 다소 염려되었고, 우선 나조차도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손이 많이 가는 문서 작업과 유관 기관 연락 등으로 생각할 시간이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찜찜한 상황이었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생각한다면 결과물이 좋아질 것 같은데 야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 영상 스토리보드 제출에 앞서, 팀원들과 금요일 저녁 회의를 진행했다.
역시나 영상 아이디어에 대해 팀원들은 비슷한 고민을 했다. "해당 방안이 아닌 다른 방안은 없을까요?"
그리고 침묵... 딱히 좋은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팀장님은 나에게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었다.
내 맘 속에는 두 가지 마음이 안착했다.
1. '그냥 가시죠.' = '주말에 집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올 거야!'
2. '한 번 더 생각하고 싶어요.' = '응~ 너 주말 출근 확정~'
5초간 생각하다가 뱉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싶어요."
잡다한 문서 작업이 아닌 오로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나 스스로 내용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에게도 가이드를 줄 수 없다.
그러자 팀장님이 대답하였다.
"그래. 네가 그렇게 하겠다고 결정했으면 그렇게 해야 해. 나도 나올게"
크~ 짧은 감동 그리고 강한 연대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땡~하고 울렸다.
고민도 없이 같이 하자고 말해주는 누군가의 결심은 나를 감동시킨다.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팀장님은 약속을 취소했다.
회사를 나서며 추가로 한 명 더 자신도 나오겠다고 말해주었다.
우리는 결국 일요일 오후 2시. 회사에서 만났고, 웃으며 반겼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 더 생각을 했고, 내일 생각을 팔러 간다.
그럼에도 주말 출근은 최악 아니 죄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