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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te Nov 19. 2018

'가위바위보' 이기는 법

주말이 떠나는 것이 아쉬워 글을 끄적입니다. #4

대한민국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살 떨리는 승부를 겨룬다.


가위, 바위, 보.


내 첫 가위, 바위, 보는 기억은 안 나지만 7살쯤이라고 하자.

누군가와 대화를 활발하게 시작했던 나이이고 편을 가를 일이 많았다.


그러니 나는 자그마치 '가위 바위 보 인생 20년 차'이다.


하지만 가위, 바위, 보는 확률과 심리의 싸움이기 때문에

1만 시간의 법칙 적용이 잘 되지 않는다.

(누구나 1만 시간을 가위, 바위, 보에 쏟아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20년 정도 해보니

가위 바위 보 이기는 법을 조금은 알 것 같아 이렇게 공유해본다.


해당 방법으로 저번 주 회사에서 치뤘던 호떡 내기를 이겼다. 

잘 먹었습니다. 팀장님~^^


1. 먼저 제안하지 않기

만고 불변의 진리다. 가위, 바위, 보 내기는 하자고 한 놈이 꼭 80%는 진다.

닥치고 가만히 있다가 누가 하자고 하면 조용히 손을 들어 참여의사를 밝혀라.


그러나 그런 날이 있다.

점심을 먹고 먼가 아이스크림 하나 딱 먹어주면 입이 싹 씻겨나가면서 기분 좋게 당충전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날.

이런 날은 은근히 뉘앙스를 풍겨라.

"아~ 아이스크림 딱 하나 먹으면 좋겠는데~"

"입가심 필요하지 않아요?"

그러면서 평소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서 말한다.

"아이스크림?"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이스크림?" "과자?" "커피?" 이런 부류의 단어로 끝나는 물음표 질문은 하나의 촉매제다. 


그럼 80% 그 사람이 제안하고 그 사람이 살 것이다.


2. 남자는 묵

그렇다. 

남자는 묵이다.

그래서 대부분 아이스크림은 남자가 산다.


정말 쓸데없는 실험을 많이 하는 나라인 일본에서 가위바위보를 분석했다. 

주먹과 가위를 첫 판에서 낼 확률이 약 74%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남자는 묵'이기 때문에 묵을 더 많이 낸다.


그러니 보자기를 내라.


여기서 승리 확률을 더 높이는 방법이 있다.

일명 "남자는 묵이지~"

이 방법은 특히 자존심이 강하고 승부욕이 남다른 남자에게 잘 먹힌다.


가위바위보 하기 전 상대방에게 말을 꺼낸다. 

"에이~ 남자는 묵이지~"

톤이 중요하다. 말끝을 길게 빼서 상대방의 심리를 자극해야 한다.


이 말은 자존심이 센 남자를 시험대에 올라서게 만든다.

마치 내가 여기서 묵이 아닌 다른 것을 내는 순간 남자라는 하찮은 권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가볍게 보자기를 건네면 된다. 


3. 자신감

그럼에도 가위바위보 세계의 100% 승률은 없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제안해도 내가 질 때도 있다.

내가 "에이~ 남자는 묵이지~" 방법을 사용해도 결국 묵이 아닌 다른 걸 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가위바위보 인생 20년 차

이 치열한 다툼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있다.

'자신감'이다.


군대에서는 정말 많은 가위바위보를 진행한다.

눈을 뜨면서부터 잠들기까지 끝없는 전쟁이다.

쓰레기통 치우기, 아침 구보 뛸 때 맨 앞에 서기, 컴퓨터 먼저 하기, 아이스크림 사 오기 등등 정말 간단하지만 하기 싫은 일이 군대에는 산떠미니까. 


이는 계급 간 부조리가 점차 없어지고 군 생활이 개선되면서 더욱 심해졌다.

선임들은 귀찮은 일을 부당하게 시킬 수 없기 때문에 가위바위보 하자는 말을 통해 은근히 하기 싫은 티를 낸다.


2년간에 혈투를 통해 내가 깨달은 사실은

가위바위보는 심리 싸움이고 이 심리 싸움은 자신 있는 사람이 이긴다는 점이다.


커뮤니티 상에 떠도는 묵-빠 권법, 빠-찌 권법 다 소용없다. 

가위바위보는 내가 그 고민을 하는 순간 이미 시작이 되어버린다.

고민도 하지 말고 '샹 이 판은 내가 이긴다.'

이 생각만 가지고 가자. 정말 삶의 질이 향상된다.


갑작스러운 변칙 템포(갑작스럽게 가위바위보 외치기)에도 여유롭게 웃으며 내가 내고 싶은 패를 내라. 

확실히 승률이 높아진다. 

상대는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묵, 찌, 빠를 고민하는데 나는 웃고만 있다면 얼마나 머리가 아플까?


불안한 심리는 큰일을 그르치게 만든다.

어떠한 변칙 승부에서도 나는 이긴다. 나는 무조건 안 걸린다. 이 마인드로 임해라.


사실 가위바위보 이외에도 '자신감'은 늘 성공의 키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자신감은 나에게 여유를 가져온다. 그리고 자신감에서 나온 여유는 생각할 시간을 준다. 


전 회사 팀장님께서는 나에게 퇴사를 하며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셨다. 


처음 회사를 들어왔을 때 허둥지둥하던 세호가 점차 여유를 찾았고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자신도 매우 뿌듯했고 다른 회사를 가게 되면 지금처럼 여유를 갖고 일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러면 충분히 에이스 소리를 들을 것이고 그럴 자격이 있다며 용기를 주셨다. 


그 말은 '자신감을 가져'라로 해석이 되었다. 

'움츠려들지 말고 난 자신 있어. 할 수 있어. 모르면 물어보면 돼!'라는 문장으로 해석이 되었다.


내일도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수많은 가위바위보!
나는 여전히 자신감있게 임할 것이다. 

1. 누구든 먼저 덤벼라. 

2. 남자는 묵이며

3. 나는 무조건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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