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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te Jun 24. 2019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

주말이 떠나는 것이 아쉬워 글을 끄적입니다. #11

지난 며칠 동안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4월이 제일 바쁜 줄 알았는데 5월이 제일 바빴고

그렇게 5월이 제일 바쁜 줄 알았는데 6월이 가장 바쁘네.'


매달 이걸 어떻게 해?라는 걸 해내고 있는 요즘. 지난주는 진짜 너무 바빠서 헬스장을 못 갔다.

그러다 오늘 일주일 만에 헬스장을 방문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사실 정신이 말을 안 듣는 게 가장 컸다.

'한 세트를 끝내고 집에 갈까... 두 번째 세트를 끝내고 집에 갈까...' 그러다 정말 집에 와버렸다.


집에 오는 길에 그래 집 간 게 어디야..라고 자기 위안을 하던 중 문득 3주간 브런치에 한 글자도 적지 않았던 게 생각이 났다. 운동도 일주일 쉬면 이렇게 힘든데 글은 3주나 쉬었으니 오죽 힘들까.


초심을 다지기 위해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를 더듬어봤다.

해당 주제는 2주 전 집 뒤에 동네책방에서 열었던 무료 글쓰기 수업에서 다뤘던 소재다.

(제가 다니는 동네 책방 이름은 'emptyfolders'다. 관악구에 위치해 있으며 다양한 책은 물론 클래스를 연다.)

시간이 부족하여 수업시간에 완성하지 못했던 내 글을 완성해보려고 한다.


Chapter.1

1교시가 끝나고 나는 화장실로 뛰어갔다.

먹은 게 없어 나오지 않는 나의 구역질과 함께 올해도 나는 직감했다. '아 이번에도 언어가..'

수험생 기간 언어 공부를 하지 않아도 턱턱 1등급을 맞는 애들이 부러웠다. 인강에서 언어를 가르치는 강사분들은 그런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써서 그렇다고 말씀하셨다.


지독하게도 언어만 내 발목을 잡는다.

어릴 적 책을 읽지 않았던 나의 탓.

어릴 적 방학 일기는 마지막 날 몰아서 쓰던 나의 탓.

그때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느꼈다.


순전히 열등감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게 나의 글쓰기는.


Chapter.2

사실 대학에 가서도 많은 책은 읽지 못했다.

글은 방구석에서 끄적이고 말았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엔 내 글은 너무 부끄러웠으니

그러다 활동하던 광고동아리에서 에세이를 발표하는 시간을 진행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글을 발표하는 자리라 열심히 써봤지만 글이 영 촌스러웠다. 흔한 미사여구 하나 없었다.

그러니 사람들의 반응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렇게 앞에 나가 글을 다 읽었고 동기들을 바라봤다.

근데 몇몇 친구들이 글을 다 읽고 나니 울고 있었다.

정말 멍했다.

처음이었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그렇게 깊은 반응을 주었던 기억은.

황홀했다. 내가 글을 쓰며 느꼈던 감정을 그들도 느낀다는 사실에.

그렇게 열등감으로 시작했던 나의 글쓰기는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더 이상 혼자 끄적이지 않았고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기 시작하였다.

미사여구는 없지만 감정은 전달하려고 애썼다.


그렇게 시작된 글쓰기가 이젠 브런치까지 이어졌다.


ps. 그때 썼던 글은 아버지에 대한 글이었다.

내가 군대 입대하고 훈련소에 있던 시간. 아버지로부터 편지가 왔다. 편지 내용은 내가 아버지 꿈에 등장한 이야기였다. 꿈에서도 주무시던 아버지는 누군가 집에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속옷 차림으로 안방을 나섰다고 했다. 그러나 현관에는 기다렸던 나는 없었고, 차갑고 굳게 닫혀있는 문만 있었다고 하셨다. 그렇게 꿈이란 걸 아시곤 적적한 마음에 담배 한 대를 새벽에 피우셨다는 얘기였다.


지금도 그때 내 글을 듣고 눈물을 흘러주었던 친구를 기억한다.

자주 연락은 못하지만 가끔씩 안부를 주고받을 때마다 그때 기억으로 찌릿찌릿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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