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떠나는 것이 아쉬워 글을 끄적입니다. #14
친한 형이 일본을 한 달간 떠나게 되면서 형의 반려묘 '하루'를 우리 집에 임보(임시보호)하게 되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임보. 이거 쉽지 않다.
처음 하루와 만날 날. 하루는 급격하게 바뀐 환경 탓에 적응을 쉬이 하지 못했다.
뚱냥이임에도 불구하고 2틀간 사료는 먹는 둥 마는 둥. 그런 하루가 걱정되어 츄르로 공략을 해보지만 몇 입 먹다가 가버렸다. 심지어 낯선 내가 무서웠는지 먼지 투성이 신발장 밑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출근해서도 그런 하루가 걱정된 나는 같이 사는 친동생에게 하루의 상태를 물어보곤 했다.
하루가 오고 3일 째, 최대한 하루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 신발장에서 드디어 하루가 나왔다.
방심할 수 없기에 나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츄르를 멀찍이 건냈다. 먹는다. 내가 건낸 츄르를 먹는다.
코인사를 해볼까 하여 손가락을 코 쪽으로 뻗었다. 오오 온다.
조금 더 해볼까? 나는 고양이가 좋아한다는 이마를 쓰다듬어 본다. 하앍~!!!! 하앍질을 한다.
무서워서 나는 유튜브를 켜 골골송을 틀어놓았다. 진정해 하루야!
하루가 오고 1주일 째, 틈틈히 나는 적절한 간식과 열정적인 화장실 청소로 친숙함을 얻으려 노력했다. 근데 하루가 나한테 다가온다. 슬금 슬금. 하앍질을 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골골송을 틀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내 앞에서 배를 깐다. 배를!!!
현재는 내 침대는 하루 털로 가득하다. 밤마다 내 방문을 열어달라고 울어대는 통에 맘 약해진 나는 스윽 문을 열어준다. 그럼 하루가 내 옆으로 와 눕는다. 내 팔에 기댄다. 가끔은 모기도 잡아준다. 그렇게 나는 하루의 집사가 되었다. 쓰다듬어주고, 운동시켜주고, 밥을 준다. 감자도 캐주고, 물도 갈아준다.
부모님은 항상 나에게 말했다. 내가 애완동물을 키우자고 조르면 '몸에 털난 짐승은 함부로 들이는 게 아니라구' 내 털은! 내 털은!! 하고 외치고 싶지만 이제는 그 뜻을 알 것 같다. 애완 동물 키우는 것은 정말 즉흥으로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아무리 피곤해도 나는 하루의 화장실을 청소해줘야 하고, 놀아주고, 쓰다듬어 주어야 한다. 회사에 지각을 하더라도 밥을 챙겨주고 충분히 쓰다듬어 주고 나와야한다.
가장 신경쓰이는 건 하루의 상태다. 춥지는 않을까. 혼자 심심하지는 않을까. 어디 아픈 곳은 없을까. 계속 신경쓰인다.
그래도 집에 오면 하루가 반겨준다. 왔냐~하면서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슬금슬금 다가온다. 그러고 벌러덩 눕는다. 하루 동안 자기를 쓰다듬지 않았으니 당장 쓰다듬어라!하고 명령한다. 그럼 나는 잠깐만~ 하고 가방을 방에 두고 나와서 쓰다듬어주기 시작한다. 그러면 유튜브에서만 듣던 골골송을 하루가 live로 들려준다.
너무 뿌듯해.
내일도 나는 출근을 하겠지만, 하루를 쓰다듬을 생각에 야근은 지양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