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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te Jul 12. 2020

30살 궁금한 게 참 많은 나이

주말이 떠나는 것이 아쉬워 글을 끄적입니다. #14

#제 30살이 궁금했습니다.

 작년 11월쯤 예전 직장 동료들과 함께 용하다는 사주 집을 찾았습니다. 29살에서 30살로 넘어가기 직전, 저는 제30대가 꽤나 궁금했거든요. 불안한 시기였던 만큼 묻고 싶은 게 참 많았습니다. 연애부터 직업, 재물 그리고 직장운까지. 한 시간이 넘도록 질문과 답을 들었습니다. 어찌나 찰떡같이 말씀하시던지. 예로 그분은 저에게 공부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어차피 써먹지도 못하는데 왜 하냐고 하셨죠. 소름이 쫙 돋더라고요. 저는 고등학교를 인문계로 졸업했지만 대학교 전공은 전자공학과입니다. 그리고 애써 전자공학을 공부하니 지금 제 직업은 마케터입니다. 


 약 9개월이 지난 지금 저의 30살 인생은 어느덧 반을 넘어섰습니다. 그때 들었던 얘기를 돌이켜보면 어리석게도 저는 하지 말라는 것만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물을 조심하라고 하셨지만 바다가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갔고, 이직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이직을 해버렸습니다. 다행히 물 위에선 위험한 일은 없었고, 이직한 회사에선 전보다 재밌게 일하고 있습니다. 궁금한 게 참 많아 많은 걸 놓칠 뻔했다고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테니스를 시작했습니다. 

 특유의 뻘쭘한 상황을 못 견뎌하는 성격상 혼자서 학원에 들어가 상담을 받거나 클래스 등록을 잘 못합니다. 병원 가는 것도 참 어려워합니다. 수업도 당장 이 수업을 들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면 큰 결심을 하지 않고서는 혼자 등록을 잘 못합니다. 그래서 그동안은 지인과 함께 가거나 온라인 수업을 애용했습니다. 이직을 하고 다행히 전과는 다르게 칼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레 여가 시간이 생기더라고요. 심지어 회사에서 문화비 지원도 해줍니다. 고민 끝에 테니스를 시작하기로 맘먹었습니다. 전 회사 팀장님이 테니스 강추!라고 하시면서 본인 테니스 라켓을 선물로 주셨는데 몇 달 동안 구석에 놓아두기만 한 게 맘이 걸리더라고요. 때마침 집 근처 테니스 레슨장이 있어 쭈뼜쭈뼛 등록을 하러 갔습니다. 다들 수업 중이라 저한테 별 관심이 없으시더라고요. 뻘쭘하게 서있으니 코치님이 오셔서 새벽반만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어차피 등록할 거지만 내일 말씀드리겠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문자로 수요일에 등록하겠다고 답변드렸죠. 

 그러고 딱 한 번 쳐봤는데 오 테니스 이거 재밌습니다. 30살에 새로운 취미가 생긴 것 같습니다. 취미란이 아니라 특기란에 테니스를 적을 날이 곧 오겠죠?


#사람 성격 잘 안 바뀐다는데..

 귀가 참 얇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고등학교는 인문계로 갔고, 대학은 공대로 갔습니다. 근데 이직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저는 곧바로 이직을 했습니다. 이미 커뮤니티가 조성된 곳에 뻘쭘해서 혼자서는 잘 못 낍니다. 익숙한 모임을 가거나 애초에 혼자만 해도 되는 것만 해왔습니다. 그런데 혼자서 테니스를 등록하고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성격 잘 안바뀐다는데.. 지금의 저는 제 맘 속 어딘가에 숨어있어 저 조차도 몰랐던 저의 본모습일까요? 아니면 30살이 되면서 제 성격이 조금은 바뀌어버린 걸까요? 


30살이지만 여전히 저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가 참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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