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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summer Jan 06. 2024

김치찌개 뺏어먹은 게 화낼 일인가.

부부싸움, 그 서막.

     (사진:오은영의 금쪽상담소)


괜찮은 남편과는 많이 다툰다. 정말 많이 싸우고 또 싸운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아니, 연애 때부터 그랬다. 부부싸움으로만으로 서랍에 들어가 있는 글감만 십몇편이다.




'김치찌개 뺏어먹은 게 화낼 일인가'라는 본문 없는 제목이 작가의 서랍에 한동안 들어가 있었는데 이제는 떠올릴 수 도 없는 화두다. 으레 이혼감 아니고서야 부부싸움 좀 한다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테이지만 지나고 나면 기억도 잘 안 날 정도의 사소한 일로 정말 자주 싸운다. 원래 다 그러면서 크는 거야,라고 누군가 위로해 줬으면 좋겠다. 나는 불안 자가생성기인 인프피인 데다 외동 중에서도 고독하게 큰 외동인지라 부정적인 감정처리에 약해 참 많이도 불안해했다.


김치찌개로 싸운 우리의 이야기는 대강 이렇다.


어느 날 남편은 본인이 좋아하는 삼겹살을 가득 넣고 김치찌개를 끓였더랬다. 나 말고 '남편作품'

야식으로 누군가 라면을 끓이기 전에 먹을 거냐 재차 물어도 절대로 먹지 않겠다고 해놓고 몇 젓갈 뺏어먹는 게 수십 년 간 한국 드라마 속 전쟁의 소재가 되듯, 남편 역시 내가 본인의 김치찌개를 뺏어먹는 걸 못마땅해했다.

진짜로 온 표정을 일그릴정도의 짜증을 냈는데, 이유는 본인이 덜어온 김치찌개를 누군가 한두 숟갈 뺏어먹음으로써 더 덜어와야 함이 수고스럽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먹겠다고 했으면 부가적인 수고는 없을 것이고, 무엇보다 그 수고를 원래 먹기로 한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당시 정말 이해하지 못했다. 도대체 왜?!

남편은 뭐 하는 '김'에 무언가를 부탁받는 게 극도로 싫다 한다. 부탁하는 사람의 성의와 예의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대식가 남편은 한 그릇으로 끝내지 않을 것이고 여러 번 리필하기 위해 몇 번 일어날 텐데 그 김에 내 분량까지 더 뜨면 뭐가 어떻다고... 무엇보다, 고작 김치찌개에 성을 내는 남편이 쪼잔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일일이 매너를 따지는 게 참 별로다 싶었더란다.

어쨌거나 남편의 '김' 변함없어서 지금의 난 남편에게 무언가를 부탁하거나 주문할 때 '뭐 하는 김에'라는 표현을 안 하려고 조심한다. 일어난 김에 물 좀 부탁해 같은 것들... 까다롭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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