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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summer Dec 04. 2023

칼로 물을 베어야지.

내겐 너무나도 어려운 결혼생활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얼마 전 너무나 뜻밖의 상황에서 그것을 느껴버렸다.


괜찮'았던'(부부싸움 중에는 괜찮은 남편이라 표기하고 싶지도 않다) 남편이랑 하루가 멀다 하고 다투면서 서로 대화하지 않는 날이 하루에서 이틀, 삼일, 일주일로 늘어가면서 정말 '지치기'시작할 즈음. 언젠가의 젊은 날의 나는 나중에 내가 어른이 돼서 결혼을 하게 된다면 결코 내 자식 앞에서 불행하게 살지 않으리라, 부부간에 불화가 1이라도 있다면 물이 아니라 공기라도 칼로 베리라 했었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인생 무엇하러 굳이 점 하나 지운 '남'과 들들 볶고 볶이며 살며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식 교육에 최악이라고 믿었었기 때문이다. (그 믿음에는 여전히 변함없다)

아이가 태어나고, 제일 많이 했던 생각들은 역시 한 생명을 낳고 기르는 일이 나의 의지나 기존관념으로 되지 않는다는 건데, 이 부분 역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남편과 싸우고 씩씩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데 눈치를 보는 아이를 보며 문득, 이 아이의 반짝이는 눈빛과 발그레한 볼을 계속 지켜주고 싶었다. 비록 나라는 사람과는 너무나 다른 사람기에 나에게 있어 괜찮은 남편이 괜찮았던 남편이 되어가고 있지만 이 아이의 웃음과 마음의 안정을 위해 설사 이 부부싸움이 백만 번이 되고 만에 하나 수복되지 않는 관계가 된다 하더라도 나는 이'좋은 아이 아빠'와 헤어지겠다는 결심은 내리지 못하겠구나.. 싶었다. 엄마아빠를 항상 세트로 이야기하고 함께 사랑하고 웃는 내 자식에게서 빛을 앗아가는 것 같아 섣부르게 쉬이 상상 속으로나마 갈라서지 못하겠더라.



살다 보면 별 일이 다 있고 별 마음이 다 들고 서투른 마음에 홧김에 내뱉는 말들이 무수한 칼이 되어 꽂힐 때가 많이 있다. 쉬이 어떤 상상을 하고 마음을 닫아버렸던 내가 부끄럽지만 감히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 거짓말은 못하겠다. 그저 온몸과 마음을 다해 낳은 나의 보물만큼은 꼭 지켜내겠다는 생각으로 내가 먹은 나의 나쁜 마음을 동그랗게 껴안아내며 그 뾰족한 칼들을 감내할 뿐이다. 아직 가망이 있는 우리 부부라면 물을 베어야지, 아이를 다치게 해서는 안되는 거다.


참.. 결혼 생활 이란 것이 참 어려운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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