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둘째는 없다에서, 둘째를 결심하고, 자연임신 노력에서 불임치료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기까지- 어쩌다 생긴 동기부여가 한 인간의 행동양상을 얼마나 바꾸었는지 나 자신 믿을 수가 없다.
그 뻣뻣했던 내가 둘째를 가지겠다 겨우 마음먹고 나서 몇 번 자연임신의 노력을 하면서 수차례 쇼크 먹었더랜다. 둘째 갖기 프로젝트는 내 안에서 설정해놓은 '기간 한정 노력'이었고 병원이란 곳에 찾아간다는 것이 어마무시하게 절박하고 꼭 가져야 하는 사람들이 엄청난 노력을 할 각오가 있어야만 갈 자격이 있는 곳 인것 같아 병원만큼은 절대 안 가겠다생각했었다. 우습지만 일종의 자존심도 포함되어 있었다. 첫째가 자연임신이기도 했지만 병원에 다니면서 둘째를 가질 정도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고, 그 정도의 노력을 했으면서 미래에 태어날 아이에게 별로 좋지 못한 부모가 되면 어쩌나... 하는 나의 주특기 분야로 미리 하는 걱정이었다.
그러던 내가, 절대로 둘째는 없다에서 매달 한 줄만 뜨는 임테기를 야속한 마음에 야려보는 사람으로 바뀌었고 정신 차리고 보니 누가 갔더라 하는 병원을 예약하고 어느새 다녀왔다. 둘째를 결심했던 순간과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은데- 안될 땐 안되더라도 하는 데까지 해보고 싶다는 마음, 미련이 덜 남도록 하고자 했던 마음. 건강검진과 비슷한 마음으로 안될 땐 왜 안되는지 알아나 보자 하는 마음. 같은 반 친구 엄마 중에 둘째 준비를 1년 넘게 하던 엄마는 딱 둘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병원을 다니자마자 생겼다는 소식에 대한 무언지 모를 부러움, 속상함. 그리고 초조함.
바로 오늘 있었던 일인데 장황히 앞으로 갈 길에 대해 설명해주는 의사의 얼굴만 생각난다. 스트레스가 많은 업무인지 많지 않은 나이에 희끗희끗한 흰머리도. 앞으로 지지부진한 싸움이 될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돈과 체력 노력 그리고 시간을 엄청나게 요구하는 프로젝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