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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summer Sep 23. 2024

D-5

4인가족식탁에 나란히 앉게 되기까지

이제 곧 있으면 둘째가 태어난다.

늘 그렇듯 ‘이번 주도 평범한 주말을 보냈네‘ 곱씹으며 일요일 저녁 다 같이 식탁에서 밥을 먹는데 문득 너무 신기한 거다. 다음주말에는 원래부터 있었다는 듯 여기에 새 생명 하나가 더 보태질 거라니.


첫째도 그랬지만, 생명이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원래 이 세상에 처음부터 당연히 그렇게 존재했던 것처럼. 아이들은 어른들 못지않게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며 한자리 아니 두 자리, 열 자리도 차지한다.


원래 성격상 미리미리 준비하는 걸 잘 못하는 편인데 출산준비도 벼락치기, (둘째라 더 그랬던 것 같다, 둘째야 미안) 마음도 조급해졌다. 일찌감치 출산휴가 쓰고 거의 2달을 잉여로운 생활만 보내다가 이제 일주일도 안 남았다고 하니 남편과 단둘이 데이트도 가야겠고 책도 읽어야겠고 갑자기 다이어리도 새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서 요 일주일간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불렛저널, 모닝페이지 등 슬기로운 갓생러들의 영상으로 넘쳐났었다.

과연 신생아를 키우면서 그런 생활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새해 시작을 다이어리 없이 시작하지 못하기도 하고, 이번 나의 새해는 2025년이 아니고 새로운 생명과 함께 다시 태어나는 거니까 다이어리는 10월 시작이 딱 좋았다.


둘째라 첫째보다 덜 신경 쓰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엄마에게 있어서도 '첫' 둘째라는 존재

아빠에게 있어서도 '첫' 둘째 딸

엄마의 '첫' 해외출산

아빠의 '첫' 제왕절개 참관 (첫째 낳을 땐 남편의 수술실 참관은 불가했는데 지금은 한국도 제왕절개 참관이 가능한 병원이 있는 걸로 안다.)

엄마의 '첫' 셀프 산후조리 feat. 아빠

아빠의 '첫' 육아휴직 및 신생아 케어(첫째 때는 코로나로 떨어져 있었다)

(…그렇다고 이것이 괜찮은 남편에게 짜증을 더 부릴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알아서 잘하자)


어디선가 첫째가 나를 엄마로 만들어주고 둘째가 엄마로 완성시켜 주었다는 글을 보았는데 (그럼 셋째 이후는?)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 너를 키울 것이다.


이 세상의 좋은 것들을 다 줄 수는 없지만, 이 엄마가 만든 가장 멋지고 자랑스러운 가족이라는 우주에 너를 맞이함에 넘치는 사랑을 줄게.


곧 만나자 아가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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