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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비안 Nov 14. 2016

Concerto for 4 Violins

For Violins from four Violinists

미국에 언젠가 여행을 갔을때, 우리 가족이 타고 다녔던 큰어머니의 차에는 virtuoso violin이었나, 하는 음반이 있었다. 그 차를 타고 보스턴 근교의 작은 마을에서 cape cod이라는, 아마 미국 대륙의 동쪽 끝 그러니까 바닷가로 놀러가는 길에 내내 들었던 음반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들은 그걸 어떻게 계속 틀어놓을 수 있었나 참 신기한 기분이 든다.

모차르트, 브람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바흐의 파르티타 등 온갖 빠르고 기교 넘치고 화려한 바이올린의 끝을 보여주는 레파토리만 가득했어서 귀가 참 피곤하다면 피곤했을텐데.


그런 악기 네 대가 모이면 어떤 음악이 만들어질지 이름부터 참 궁금해지는 연주다. 

발음하면 포 바이올린으로, for와 four 사이에 원어 발음엔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지 참 느끼기 힘들긴 하지만 재미있는 동음이의어(?)를 만들어 놓았다. 솔로로, 앙상블로 멋진 음악들을 들려주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네 명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이 한 무대에 함께 선다.

 

2016. 12. 03 (토) 오후 7시 / LG Arts Center

프로그램
G. P. Telemann : Concerto for 4 Violins, TWV40:202 (김다미, 박지윤, 김재영, 김영욱)
C. de Beriot : Duo Concertante for 2 Violins, No. 1, Op. 57 (박지윤, 김재영)
S. Prokofiev : Sonata for 2 Violins, Op. 56 (김다미, 김영욱)
A. Piazzolla : Four Seasons of Buenos Aires
(여름 박지윤, 가을 김재영, 겨울 김다미, 봄 김영욱)


개인적으로는 네 대의 바이올린이 만나는 만큼 첫 곡, 네 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함께 음을 맞추는 곡이 제일 관심이 간다. 텔레만은 바흐, 비발디, 헨델로 대표되는 바로크 시대에 활동했던 작곡가인데, 대중들에게 알려지긴 앞의 세 작곡가보다 인지도가 훨씬 낮지만 당대에는 그의 음악성이 훨씬 더 높게 평가받았다고 한다. 텔레만의 여러 곡들을 듣다 보면 확실히 바흐나 비발디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오직 네 대의 바이올린으로만 만들어지는 음악이니 각 주자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어떤 호흡으로 각 부분을 서로 전달해가며 연주를 할지 그리고 각자의 음색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에 집중해서 감상한다면 이후 다른 프로그램을 즐기는데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박지윤과 김재영은 투명하고 예쁜 음색을 자랑하는데, 독일 고전과 낭만의 레파토리 연주를 들려줄 때 참 빛이 나는 연주자들이었다. 지난달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들려준 박지윤은 정갈하고 투명한 음색이 작곡가의 순수성을 더욱더 돋보이게 해주었고, 사중주단에서 음악적으로 정신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맡은 리더의 특성을, 김재영은 특유의 마력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두 연주자가 만나서 함께하는 곡은 드 베리오의 듀오 콘체르탄테. 고전과 낭만 그 과도기에 활동했던 드 베리오의 음악은 두 연주자의 소리를 조화시키기에 탁월한 선택 아닐까. 반주 없이 두대의 바이올린이 끊임없이 소통하며 멜로디를 주고 받고 화성을 쌓으며 대결 아닌 대결을 펼친다. 특히 두 연주자는 각각 오케스트라의 리더, 사중주단의 리더인데 음악을 만드는 방식이 어떻게 다를지 지켜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김영욱은 노부스 콰르텟의 수많은 레파토리 중 날카롭고 고독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곡에서 퍼스트 바이올린을 맡아서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러시아 작곡가의 곡을 연주할 때 그런 경우가 많은데, 어찌보면 독주부를 연주할 때 본인의 음악적 색채를 더욱 자유롭게 나타낼 수 있지 않아서 그렇지 않을까.

하필이면 난 이 네 명의 연주자들 중 김다미의 소리만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어서 참 아쉽다. 영상으로 보는 디지털화된 소리 말고 내 몸이 직접 반응하는 그 음은 어떨지 궁금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봤던 김다미의 바흐 파르티타는 날 얼어붙게 만들었다.

익숙한 김영욱과 낯선 김다미가 함께 연주하는 친숙하지 않은 작곡가 프로코피에프는 어떻게 다가올지 기대된다.


4명이 함께 하는 소리와, 둘둘 나뉘어서 조금 더 자세한 앙상블을 들을 수 있었다면 이제 마지막으로 솔로를 들을 차례, 피아졸라의 사계의 독주를 4명이 나누어 한 계절씩 들려준다. 그들은 이 탱고를 어떻게 그려낼까.

4명이 어떤 과정을 거쳐 각 계절을 선택하게 됐는지 굉장히 궁금하다. 운이 좋다면 앞의 세 곡을 들으면서 그 과정을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프로그램을 이렇게 선정하여 관객에게 선보이는 것이, 관객에게 이런 물음들을 던져주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멀리 숲을 보다가 점점 가까이 가서 나무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니?
너의 취향은 어떤 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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