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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Side May 29. 2021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Zack Snyder's Justice League, 2021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벤 에플렉, 헨리 카빌, 갤 가돗  등 

(**스포 주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좋아 하진 않는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일 때는 개별적인 이야기로서 좋아 하긴 했다. 하지만, 근래 이런 이야기들이 유니버스로 묶이면서부터 피곤해졌다. 

슈퍼 히어로 물들에서 내가 좀처럼 몰입 안 되는 건, 힘의 균형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운다는 설정 그 자체. 돈이 아무리 많아도 기계의 힘을 빌려 날수밖에 없는 인간과, 우주복이 없어도 우주로 날아갈 수 있는 슈퍼맨이 싸운다는 것 자체가 나는 이해가 안 된다. 물론 이 부분을 퉁 치고 넘어가지 않으면 더 이상 갈 수 있는 곳이 없지만, 나는 이런 부분들이 이해가 안 되니 몰입도 안되고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문제는 DC동네뿐만 아니라, 마블 동네도 마찬가지다. 


슈퍼 히어로 물들이 나를 피곤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끝이 없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나는 좋은 마무리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흐지부지 끝나는 것보다는 나쁜 결말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슈퍼 히어로 물은 끝나서는 안 되는 이야기이고, 요즘처럼 히어로 물의 인기 속에서는 더더욱 산업적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야기다. 너무 긴 이야기, 너무 많은 떡밥, 끝나지 않는 이야기. 그 피곤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아예 시작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내가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를 본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원더우먼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원더우먼이라는 캐릭터를 구현하고 있는 갤 가돗 때문이다. 갤 가돗의 원더 우먼 하나 만으로 나는 <원더우먼>을 보았고, <배트맨 대 슈퍼맨>을 보았고, <저스티스 리그>도 보았다. 아마 머지않은 시간에 <원더우먼 2> 도 보게 될 것 같다.


영화라는 건, 참으로 신기하다. 완벽한 이야기와 연출 배우들의 열연으로 빛나는 영화라도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 영화가 있고, 누더기 같은 스토리에 연출도 별로고 배우들의 연기도 딱히 좋을 것이 없는 영화도 어느 한 장면, 어느 배우의 어떤 한 장면 때문에 두고두고 돌려 보게 되는 영화도 있다.

무엇이 더 좋은 영화 인지는 각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쨌든 영화란 다른 어떤 예술 장르보다도 예민하고 신기한 장르가 아닐까를 생각했다.



#영화를 잊지 않고, 잃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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