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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Side Aug 23. 2021

프라임 타임

Prime Time, 2021

감독: 야쿠프 피옹테크  출연: 바르토시 비엘레니아, 마그달레나 포플라브스카 등

(**스포 주의)


건조하게 보일 수도, 확실하게 말해주지 않는 면이 답답할 수도 있지만, 영화의 최고 장점은 말해지지 못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연말 분위기가 한창일 시간, 한 남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생방송으로 내보내 줄 것을 요구하며 방속국에서 인질극을 벌인다. 하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경찰은 경찰대로 이 소동이 문안하게 해결되길 바라며, 방속국은 인질극을 벌이는 청년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도, 노력도 하지 않는다. 영화는 이 긴장을 끝까지 유지하며 도대체 이 남자가 인질극까지 벌이며 생방송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따라오게 만든다. 


(****스포주의) 하지만 주인공 청년은 영화 끝까지, 자신이 종이에까지 써서 하고 싶었던 말을 결국 자신의 입으로 말하지 "못"하며, 영화를 보는 관객도 그의 말을 "못"듣는다. 또한 그의 말은 영화 속에서 뉴스나 다른 인물의 목소리를 빌어 인용되지도 않는다. 영화는 하고자 하는 말을 "못"하게 되었고 결국 "안"하기로 하는데서 끝이 나며, 관객은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다만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TV 화면 스케치나 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대략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는 추측은 가능하다. 하지만,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입을 통해 세상에 하고자 했던 그 말, 종이에 꾹꾹 눌러쓴 단어들과 문장들을 알 수는 없다.


당연하게도 영화는 비극으로 끝나는데 인질 피해자보다는 주인공 청년의 비극이다. 그는 이 세상,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지만 없는 것처럼 취급받는, 목소리를 빼앗긴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은유가 아닐까.



덧) <문신을 한 신부님>의 주연 배우의 작품이다.


#영화를 잊지 않고, 잃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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