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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표 Mar 02. 2021

내가 넷플릭스 주식을 사는 이유

참고로 넷플릭스는 안봅니다

미드나 외국인친구의 sns에서 쉽게 "Netflix and chill"라는 말을 발견할 수 있다. 연인과 집에서 따땃한 시간을 보낼 때 제안하는 말로, 우리나라말로 의역하자면 "라면 먹고 갈래?"정도가 된다. 즉,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의 "라면"급 소울상품이며 생활의 일부인 셈이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전세계 생활 방식을 바꿨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고 집콕생활이 길어지며 넷플릭스는 떼어놓을 수 없는 서비스가 되었다. 더불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 - 글로벌하게는 <하우스 오브 카드>, <기묘한 이야기>, <루머의루머의루머>, <에밀리, 파리에가다>가, 그리고 국내에서는 <킹덤>, <인간수업>, <스위트홈>- 가 큰 히트를 치면서 하나의 제작브랜드가 되었다.


그렇지만 오랜시간 한 영상을 집중해서 보거나, 시리즈물을 즐기지 않는 남편과 나는 넷플릭스를 구독해본적이 없다. 물론 주변 많은 추천으로 몇번 고민하며 1달 무료 체험도 해보긴 했지만, 자주 메인화면에서 고민하다가 나오기를 반복하다보니 정기 구독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니깐 우리는 넷플릭스의 상품과 서비스에 열광하기는 커녕, 돈을 지불하는 고객은 전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주식은 보유하고 있는데, "넷플릭스의 기업문화"가 그들의 미래를 더욱 밝힐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학부생 시절, "넷플릭스"는 케이스 스터디에 빠지지않고 나오는 회사였다. 지금이라면 상상하기 힘들지만, 넷플릭스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실패케이스로 등장하곤 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넷플릭스는 굉장히 자신만만하게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책 <규칙없음>은 그 전환의 이유가 "인재"와 "기업문화"에 있다고 말한다. 사실 처음에 책 소개만 읽었을 때는 "현실을 모르는 이상적인 소리"라고 생각했었지만, 모두 읽고 나서는 그저 매료되고 말았다. 내가 원하는 기업문화는 이런거였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와 원칙을 몇가지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넷플릭스는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지향하며, 이는 아주 간단한 원칙들을 바탕으로 한다.

비범한 동료들이 곧 훌륭한 직장이다.
먼저 인재밀도를 구축하라.
그 다음 솔직한 문화를 도입하라.
이제 통제를 제거해라.

아마 회사를 다녀본 사람들은 모두 느꼈겠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통제의 리더십"을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야근 식대는 15000원 내에서 사용한다', 'Director이하 직급의 직원은 출장비행 시 이코노미만 이용 할 수 있다' '밤 9시 이후에만 야근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와 같은 규칙들말이다. 그렇지만 결국은 매일 야근하는데, 억울해서라도 과도하게 저녁식사를 하며 15000원을 쓴 적이 있진 않은가? 8시 20분 쯤 업무가 마무리되었으나, 야근택시 사용을 위하여 개인업무나 동료와의 잡담으로 시간을 때우고 9시에 출발한 경험은? 물론 진이 빠지는 미팅과 업무였음에도 9시가 안되어서 자비로 택시를 타고 퇴근했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야근을 먹을수도 없을 정도로 바빠서 아예 먹지도 못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회사욕을 했을 때도 있을 것이다. 이는 결국 회사도, 직원도 서로를 "성숙한 성인"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대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넷플릭스는 "맥락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하며, 대원칙은 하나뿐이다. "넷플릭스에 가장 이로운 방향으로 하라".

물론 넷플릭스 또한 직원들에게 가장 이로운 보수, 업계 최고를 약속한다. 휴가 또한 본인이 감당가능한 선에서 아무런 승인 없이, 제한없이 가능하다. 예산 승인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잘 아는 담당자"가 근거있는 확신과 함께 넷플릭스에 가장 이로운 방향으로 리드한다면, 보고는 없고 실행만 있다. 그리하여 넷플릭스의 의사결정은 피라미드 구조가 아닌 나무의 구조로 움직이게 된다. CEO는 아래쪽 뿌리에 앉아 있지만, 결국 가장 마지막 결정은 가장 꼭대기 나뭇가지에 있는 주장이 내리는 것이다.

뿌리의 ceo는 꼭대기 나무가지 실무주장에게 그저 영양분과 믿음을 보낸다

또한 넷플릭스는 '직원들은 가족이 아니라 팀'이라고 규정한다. 모든 직책에 최고의 선수를 채워 경기를 뛰는 시간만큼은 팀이 우승하도록 모두가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우리는 직원들이 끈끈한 유대감으로 회사에 헌신하면서 자신을 더 큰 전체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직원들이 이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기길 바라지 않았다. 직장은 어떤 사람이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고, 그 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가 마련된 그런 마법 같은 기간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더는 직장에서 배울 것이 없거나 자신의 탁월성을 입증할 수 없다면, 그 자리를 자신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주고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가족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각자가 자기 살 궁리만 하는 개인들의 집단인 건가? 그것은 결코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었다. 많은 논의 끝에, 패티는 넷플릭스의 성격을 프로스포츠팀으로 규정해보자고 제안했다. ...

성과가 뛰어난 팀은 협업 능력과 서로에 대한 신뢰가 남다르다. 모든 구성원이 자신이 하는 일과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일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기량이 뛰어난 사람으로 인정받으려면 놀라운 실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이기심을 자제하고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언제 공을 패스할 지 알아야하고, 동료가 골을 넣을 수 있또록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해야 하며, 팀이 이기 때만 내가 이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넷플릭스에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문화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를 바탕으로 모두가 자신과 팀이 최고가 되기 위하여 자주 피드백을 주고받고, 그 피드백의 원칙은 4A를 따른다.

1) Aim to assist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2) Actionable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3) Appreiciate (감사하라)

4) Accept or diacard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일방적인 성과평가가 아닌, 조직원들이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처음엔 불편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은 개인과 팀의 성장과 발전을 만든다. <규칙없음>에서는 이러한 솔직한 피드백 시스템을 "치과에 가는 것"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양치질을 열심히 하여도 칫솔이 닿지 않는 부분은 놓치게 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치과를 가 이를 깨끗이 닦는지 피드백을 확실히 주고받으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에 소개한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는 아주 단편적이다. <규칙없음>은 굉장히 짜임새가 좋고 넷플릭스의 철학과 문화가 잘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인사관리가 필수이고 관심이 있는 경영자나 중간매니저라면 꼭 전체 책을 읽어보셨으면 한다고 자신있게 추천한다. (일체의 보상을 받은 바 없이 정말 순수한 추천!) 왜냐하면 나 또한 넷플릭스는 안보지만 넷플릭스 조직은 어떤지 볼까 하며 읽다가, '이렇게 최고의 프로스포츠팀이라면 반드시 투자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주식도 사버렸고, 우리 회사도 이렇게 만들어야지라는 목표가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노동에 쓰는데, 성장과 자유가 있는 조직에서 일한다면 그 조직원들의 삶은 분명 풍요로울테니깐. 피라미드로 가득한 사막조직이 아닌, 풍요로한 나무들로 가득한 숲조직을 꿈꾸는 나의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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