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표 Jan 11. 2022

마음은 왜 불안에 귀 기울이는가

마음은 원래 그래

작가의 서랍에 담아둔 글은 많은데, 발행이 어려운 요즘이다. 이럴  종종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곤 하는데, '세상에   쓰는 사람이  많구나' 싶다. 경험이나 아는 내용들에 대해 명료하게 정리한 , 일상에서 느끼는 모먼트를 맛깔나게 풀어낸 , 논쟁점들을  정리하여 자신의 의견으로 소화한   여러 종류의 글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끌리는 글은 결국 "솔직한 "이다. 가령 자신의 마음에 꽁꽁 싸매고 있는 불안함에 대해서도 덤덤하게 표현한  말이다. ' 나만 불안한게 아니었어?'싶은 마음에 한번  읽게 되는.



마음은 부정적인 감정에 얼마나 취약한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때에도, 우리는 종종 익숙한 행복보다는 새로운 불안에 가장 귀 기울이게 된다.



우리는 감정을 어떻게 소화해낼까? 네덜란드 틸버그 대학 티미토 연구진은 2010년 연구에서 감정처리를 하는 별개의 신경회로-정서적 신호에 의지적 인지를 거치지 않는 별개의 하위 대뇌피질 경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하위 대뇌피질 경로는 감정 신호에 대한 반사적 반응을 제공한다. 결론적으론 인간은 생존 본능 상 감정을 만들어내는 환경의 자극에 집중하고 고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극은 부정적일수록 많은 관심을 고정시킨다. 특히 복합적일수록 무엇에 먼저 주의를 기울일지 감정이 결정하는데, 이 감정은 인지를 압도하여 부정적인 자극을 주의 깊게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마음이란 게 원래 그래.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관심 가지고, 힘들어하며 살아"라고 덮어두기에는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안타깝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고열량의 음식을 맛있다고 느낀다 하더라도, 우리는 매번 입맛 당기는 대로 먹진 않는다. 건강한 몸을 위하여 규칙적이고 균형적인 식사로 위를 채우고, 몸을 움직여 운동한다. 마음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부정적인 자극을 주의 깊게 받아들이게 설계되어 있다 하더라도, 의식적으로 긍정적이고 균형적인 사고로 충분히 채우고, 움직여야 한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20대 초반에 썼던 글들을 보았다. 그중에서 '불안함을 느낄 때 취해야 할 행동 리스트'를 적어둔 걸 발견했다.

1. 충분히 달콤하고 진한 핫초콜렛 마시기

2.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쉬지 않고 완주시청하기

3. 한가로운 카페에서 아이팟 랜덤 재생해두고 30분 이상 목적 없는 글 쓰기

4. 따뜻한 물에 목욕 길게 하기

5. 내일 입을 옷에 대해 생각하기. 그다음 날도, 그 다음다음 날도!

6. 나무가 아닌 숲을 생각하기. 지금 이 순간이 아닌 인생 전체에 대해 생각하기

7. 야망에 대해 생각하기 실현할 방법을 생각해내고 바로 실행하기


10년 전에도 마음은 항상 불안에 귀 기울이고 있었고, 나는 꾸준히 건강함으로 채우려 노력하고 있었다.



기저질환 때문에 백신을 맞지 못해, 밖에 나갈 수 없다. 식당에서 밥 먹은 지 아주 오래되었다. 오마카세를 진짜 좋아하는데, 불안해서 못 먹은 지 한참 되었으니깐. 비즈니스 미팅을 잡을 때마다 구구절절 설명해야 한다. 출근을 해도 밥 먹기가 어려워, 거의 두 달째 강제 재택 근무 중이다. 내 삶의 많은 부분에서 자율성을 잃었다는 느낌이 기분 나쁘게 발 끝에 질척였다. 그렇게 여전히 내 마음은 계속되는 불안에 귀 기울였다.


그렇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의 내 방법과도 다른 듯 닮은 "불안 해소 리스트"를 보자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는 지금도 떨어지지 않게 스위스미스 핫 초콜렛을 채워둔다. 여전히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좋아하고, 에드가 라이트 영화들도 리스트에 추가했다. 음악은 지금도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고, '어찌 되었든 결국엔 잘 될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아주 기분 좋은 일이다. 말만 하면 모든 맛집의 베스트 메뉴를 테이크아웃 해오겠다는 남편도 있고, 생활 곳곳 섬세하게 챙겨주시는 부모님들도 있다.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강아지 희동이도 내 옆에서 코를 골고, 집에 찾아오는 친구들은 내가 좋아하는 꽃을 한아름 사온다. 게다가 이렇게 나만의 글을 쓸 수 있는 브런치 페이지도 있다.


그러니깐.. 밑 빠진 불안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마음이 신경 쓸 수 있는 좋은 일은 이렇게나 한가득이다. 그저 리스트를 하나씩 실행하며 한 걸음씩 채워나가면 된다. '그러다 보면 또 따듯한 봄이 온다'고 10년 전의 내가 알려줬으니깐.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넷플릭스 주식을 사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