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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표 May 21. 2022

100억 브랜드 매니저는 왜 0원부터 다시 시작했나

100억보다 의미 있는 1,000만 원


 심은   나고  심은   나는

어렸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느낀 '나의 팔자'가 있다면, "요행이란 없다"였다. 라디오 사연이나 사소한 경품 행사 한번 당첨된 적도 없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본 적도 없다. 그러니깐 나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스타일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돈 주고 복권을 산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그래서 되도록이면 '탑을 처음부터 공들여 쌓자'라는 가치관이 생겼다. 어떻게 보면 사서 고생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래서 헬스케어로 진로를 정했을 때에도, 영업부터 시작했다.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경험이 없다면, 위로 올라갈수록 궁금증이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케팅도 마찬가지였다. 맨 처음엔 매출도 예산도 작은 브랜드를 맡았지만 그 다음해 700% 성장했고, 8억 브랜드는 그 다음해 25억까지 성장했다. 새로운 퀘스트가 생기는 기분에 정신없이 해치웠지만, 다행히 탑이 찬찬히 쌓여 올라갔고 그렇게 100억 브랜드도 맡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0원부터

그렇지만 어찌 되었든 공허함이 있었다. "이 탑이 정말 나의 탑인가?" 싶은 순간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은 열심히 붙잡고 키우지만, 언젠가는 두고 갈 브랜드. 내 손에서 쌓아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내 규정과 정치적 상황.


그런 모먼트들이 쌓이면서, 아주 작더라도 내 손에서 브랜드와 제품을 직접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었다. 빠르면 좋지. 서른 되기 전에 해보면 어떨까? 0원에서 얼마까지 만들 수 있을까? 그렇게 만든 내 브랜드는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100억 브랜드 매니저는 0원 브랜드를 위해 퇴사했다.



공든 탑을 처음부터 쌓아가는 일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상상과 조사를 필요로 했다. 시장을 조사하고, 내가 주고 싶은 가치를 정의하고, 페르소나를 만들고, 로고와 이름, 포장재와 방식, 제품의 모양과 가격대, 상세페이지의 느낌까지. 내 손길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다.


시장에서 반응이 좋지 않으면 다시 퍼널의 기본부터 다시 잡아갔다. 상세페이지는 30번도 넘게 고쳤다. 키워드는 매주 다시 세팅했다. 네이버 카페 알람 글을 매일 보며 트렌드를 읽고, 주요 브랜드들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며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했다.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주중 주말 밤낮 가리지 않았다. 궁금한 건 머릿속으로만 정리하지 않고, 바로 실행하고 적용했다.



100억보다 의미 있는 1,000만 원

내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온전한 나의 브랜드. 그 브랜드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월 천만 원 매출을 기록했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1,000개가 넘어가는 리뷰들, 좋은 제품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코멘트들, 10번도 넘게 재구매하는 단골고객들의 존재는 100억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단단함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 이제 마케팅과 브랜딩, 전략에 대해 뭘 좀 알 것 같은데?" 하는, 손 끝에 뭔가 쥐어져 있는 듯한 간질간질한 기분.


신기한 건 내가 뭔갈 쥐어가고 있다는 걸, 다른 사람들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얼렁뚱땅 우당탕탕 첫 IR (investor relation) 기회를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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