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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Jul 01. 2024

퍼플섬으로!

보라색 컬러테라피


우리가 흔히 선크림(Sun screen)을 선택할 때 UV 지수를 확인하는데 UV는 'Ultra violet(자외선)'으로 보라색 너머를 의미한다. 보라색은 가시광선의 마지막 색으로 자외선으로 넘어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모호한 성격을 가진다. 빨간색과 보라색의 중간색으로 난색과 한색의 특징을 모두 가진 색이라서 미묘한 성질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보라색은 타고나길, 자외선이 되기 위한 파란색과 빨간색의 충돌이다.





모네가 사랑한, 대기의 색깔
인상주의 화가인 클로드 모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나는 마침내 대기의 진정한 색을 발견했다. 바로 보라색이다."




monet_waterloo bridge, sunlight effect





모네가 그린 '워털루 다리, 햇빛 효과' 작품만 봐도 그가 보라색 물감에 얼마나 애착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모네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붓을 손에 묶고 작업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말년을 보내는데 보라색은 심리적으로 심신이 지치거나 아플 때 무의식적으로 끌리는 컬러이다. 빨간색과 파란색이 서로 상충하며 기어코 만들어내는 것처럼, 피로와 아픔에서 회복하려는 의지가 보라색으로 나타난다.






작곡가 바그너가 보라색 잉크로 쓴 편지



보라색을 좋아했던 예술가는 또 있다. 


작곡가 바그너(Richard Wagner)는 '파르지팔(Parsifal)'의 원고를 보라색 잉크로 썼다.  파르지팔은 종교 색채가 짙은 오페라로 4시간반 동안 장대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바그너 생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작품을 쓸 때 아내인 코지마의 보라색 응접실인 라일락 살롱(lila salon)을 이용하곤 했다고 한다.   꽃 색깔만 봐도 알겠지만, 안타깝지만 우리는 대부분 보라색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한다. 보라색보다는 자주색을 택하기 쉽고 남색과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모니터의 컬러나 프린트 잉크 등 디스플레이에 따라서도 보라색을 재현하는 건 까다로운 일이다. 어두울 땐 다크 블루와 혼동되며, 붉은색이 가미되면 자주색이나 마젠타에 가까워진다!





보라색 여행지
퍼플섬을 아세요?




BTS의 멤버인 뷔의 'I purple U'라는 말은 전라도의 한 염전 도시를 BTS 팬들의 순례지로 만들게 된다. 

바로 전라남도 신안군.




퍼플섬


I purple U는 '무지개의 마지막 색이 보라색인 것처럼, 마지막까지 서로 믿고 사랑하자' 의미. 보라색 라벤더, 버들마편초(버베나)가 보라색의 신비로움을 배가한다. 보라색 아이템을 착용하면 입장료 무료. 




발랑송 라벤더밭



매년 6~7월경이면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는 보라색으로 물든다. 발랑솔(Valensol)은 보라색 라벤더로 뒤덥인 프랑스 남부도시이다. 라벤더밭을 볼 수 있는 시기는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피며, 보통 라벤더 밭은 7월 둘째 주에 수확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컬러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안료는 무엇일까?

바로 보라색 계열에 속하는 색인데, 금보다 대략 70배 비싸다. 옷 한 벌을 염색할 만한 양에 지나지 않는 자주색 염료 몇 그램으로 자동차 한 대를 살 수 있다. 독일어에서 연보라색을 의미하는 단어 'Lila'는 프랑스어 'Lilas'에서 나왔고, 이 단어는 라일라과 함께 인도 '닐라 Nila'에서 페르시아 '릴라크 Lilak' 등으로 전파됐다. 보라색은 오랫동안 금보다 가치가 있었는데 그리스어로 보라색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한 페니키아인에 의해서 발견되었을 것이다. 기원전 15세기 이래로 소아시아와 그리스의 청동기 문화에서 분명히 보라색 염료를 만들었다. 티리언 퍼플(Tyrian purple)은 가장 비싼 사치품이었고 로마인들은 이 색에 열광했다. 1세기에 대 플리니우스는 “보라색은 로마의 권위를 나타낸다.”라고 썼다. 'Born in purple'은 황제를 뜻하는 말이었다. 비잔틴제국에서 보라색은 황제만 입을 수 있는 컬러였는데, 황제가 아닌 자가 보라색을 입으면 '극형'에 처할 정도로 엄격하게 지켜졌다. 


한 일화로 화가 루벤스는  개와 함께 해변을 걷다가 조개를 먹은 개의 주둥이가 보라색이 된 것을 보고 보라색을 발견했다고 한다. 사치스러운 안료 1그램을 생산하기 위해 1만 마리의 뿔고둥(Murex)이 죽어야 했다. 무렉스는 항문 근처에서 액체를 분비하는데, 자주색 염료의 원료로 쓰였다. 피노테파 데 돈 루이스라는 마을에는 지금까지 자주색 고둥에서 염료를 추출한 다음 고둥을 바다로 돌려보내는 멕시코 원주민 믹스텍인 자손들이 살고 있다.  자주색 옷은 믹스텍인들에게 부와 힘, 지위의 상징이었다. 대개 여성들이 자주색 옷을 입었는데, 옷에 어느 정도 너비의 자주색 띠를 넣는지가 출신과 가문의 명예를 알려주었다. 염색하는 과정은 전통적으로 며칠 동안 오줌에 직물을 담갔다가 끓이고 이어서 말린다.  1그램의 염료를 만들려면 약 1만 마리의 달팽이가 필요했는데 점액은 가열하고 적시고 걷어 내고 납 통에 담갔다. 작업자들은 지독한 악취를 견디면서 산소, 열, 빛을 가해서 이 재료를 노란색, 녹색, 청록색, 파란색, 빨간색,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양한 색조의 보라색으로 만들었다. 대 플리니우스에 따르면 티리언 퍼플은 서로 다른 뿔소라의 종으로부터 추출한 분리된 보라색 염료 통과 함께 이중 과정의 결과물이었다고 한다. 대 플리니우스의 시대에 티리언 퍼플은 높은 지위, 심지어 왕족의 상징으로서의 지위가 확고해졌다. 보라색에 대한 열광은 수세기 동안 지속되었고, 다른 문화에서도 귀하게 여겨졌다. 제작자들은 보라색 제조 방법을 비밀스럽게 간직했고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무역이 중단되고 제조 방법이 사라지게 되자 유럽인들은 더 이상 이 귀중한 색에 접근할 수 없었다. 티리언 퍼플 염료가 조개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19세기 중반에 프랑스의 동물학자 라카즈 뒤티에가 비로소 재발견했다. 


보라색의 대중화는 19세기 모브(Move)의 출현과 함께 실현되었다. 모브는 석탄의 타르에서 생산한 최초의 아닐린 염료로 '야상 당아욱' 의 꽃 이름에서 따왔다. 영국 출신 화학자 윌리엄 퍼킨(William Perkin)이 말라리아 치료제를 연구하다가 우연히 모브를 발명하게 되었다. 


보라색 인공 염료의 발명은 색 역사에서 '혁명'이었다. 인공 염료의 산업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모브는 즉시 유럽 사회를 매료시켰고, 윌리엄 퍼킨은 돈방석에 앉게 된다. 빅토리아 여왕이 공개석상에서 모브로 염색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을 때, 일반 시민들은 보라색에 열광했다. 일상복, 결혼식 예복, 인테리어 등 쓰이지 않는 곳이 없었다. 




종교적인 보라색


종교적으로 보라색은 어떤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을 상징한다. 어두워지기 바로 전의 분위기는 사람들에게 불멸에 대한 갈망을 갖게 한다. 보라색은 신자들이 죽은 뒤에도 삶을 약속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기독교에서 보라색은믿음과 회개에 관련된 색깔인데, 죽은 뒤 낙원에서 영생을 누리고자 하는 희망과 연계되어 있다. 사제들은 사순절과 크리스마스, 그리고 죽은 자들을 추도할 때도 보라색 옷을 입는다. 보라색은 위로의 표시이므로 사람들이 희망을 필요로 하는 장례식이나 애도 기간에 많이 쓰인다. 오늘날 장려전문업체들에서 이 색깔을 애용하고 있다. 힌두교와 불교에서도 보라색은 죽음과 환생이라는 생명의 영원한 순환을 상징한다. 인도에서 보라색은 윤회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신자들은 보라색으로 사원을 장식하거나 일상에서 입는 옷이나 집과 자동차, 자전거 같은 운송 수단을 보라색으로 꾸민다. 인도의 차크라(Chakra)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몸은 통로를 통해 서로 연결된 정교한 정신적 힘의 중심인 7가지 차크라를 가지고 있다. 차크라 이론은 많은 나라에서 요가, 명상, 태극권, 아유르베다를 통해 잘 알려져 있는데, 오늘날에는 무신론자들도 심신단련법으로 차크라를 활용하고 있다. 최상위 차크라는 '크라운 차크라'로 불리는데 정수리에 위치하며 보다 높은 자아로 들어서는 문으로 간주된다. 이 차크라는 수천 개의 잎이 달린 연꽃으로 표시되고, 상징적인 색은 밝은 보라색으로서 신성한 것, 내면의 평화와 깨달음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보라색은 자외선과 인접한 색깔이다.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하려다가 그만!



연보라색은 18세기와 19세기에 파스텔톤의 라일락꽃 색이 유행하게 되자 유럽의 스타가 되었다. 게다가 모브의 발명으로 보라색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다. 모브는 석탄의 타르에서 생산한 최초의 아닐린 염료로 야생 당아욱의 꽃 이름에서 따왔다. 영국 출신 화학자 윌리엄 퍼킨(William Perkin)은 원래 말라리아 치료를 위해 필요한 기니네를 만들다가 우연히 모브 염료를 발견하게 되었다. 인공적으로 생산된 모브는 염료 제조 분야에 혁명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염료를 산업적으로 생산하는 시대를 열게 되었다. 모브는 빅토리아 시대에 가장 유행한 영향력 있는 색이 되었고, 대영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통해서 전 세계에 퍼졌다. 이 시대에 유행을 선도한 주체는 왕실이었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1862년 런던 만국박람회에 모브로 염색한 연보랏빛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주목을 끌었다. 프랑스의 황녀 외제니 드 몽티조(나폴레옹 3세와 결혼하여 황후가 됨) 역시 공개석상에서 모브를 선보였고, 제정 러시아 황제 니콜라스 2세의 아내 알렉산드리아도 이 색에 완전히 반해 궁전 내 자신의 내실을 완전히 연보라색으로 꾸몄다. 유행에 민감한 시민들이 즉각 반응하기 시작했다. 일상복은 물론 비즈니스룩, 세례식과 결혼식 예복 등에서 인기 있는 색이 되었다.  예로부터 보라색은 높은 신분을 상징하는 컬러였는데, 모브의 대중화와 함께 왕실의 기반이 약해지며 민간에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독일어로 보라색을 의미하는 '비올레트 Violett', 영어와 프랑스어의 'Violet', 라틴어 '비올라 Viola'와 마찬가지로 제비꽃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제비꽃, 라일락, 라벤더, 아마릴리스, 아네모네, 튤립, 제라늄, 개정향풀, 엉겅퀴, 등꽃 등 자연 속에는 보라색이 이토록 많다! 블루베리, 가지 등 보라색 컬러 푸드는 건강에도 매우 이롭다. 




Born in purple
보라색으로 태어나다?



비잔틴제국에서 'Born in purple'이라는 용어는 '황제'를 지칭하는 용어였다. 보라색 염료가 귀한 시대에 보라색 옷은 황제만이 입을 수 있는 옷이었기 때문이다.  고대 헤브루의 성직자들은 보라색 옷을 입었고, 초기 기독교 성직자들도 보라색 법복을 입었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도 보라색 장삼을 입었으며, 솔로몬 왕의 마차 색깔도 보라색이라고 한다. 왜 왕이나 신들은 전부 보라색을 애용했을까? 


예부터 보라색은 성스럽고 고귀한 색으로 여겨졌으며, 보라색 이미지는 하늘의 뜻을 대행하는 신성한 사람만이 취할 수 있는 복색이었다. 그러하기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느 백성들은 보라색을 쓰지 못하게 하는 금지령이 수천 년간 지속되었다. 색채심리학자들은 보라색이 이처럼 성직자 또는 권력자로부터 사랑을 받고 그들의 상징 색으로 숭상된 것을 보라색의 중간색으로서 특성과 연관시켰다. 즉, 보라색은 하늘을 뜻하는 파란새과 인간의 피 빛깔인 붉은색이 섞인 중간색이므로 하늘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하는 자의 존엄한 이미지에 가장 적합한 색이라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로마 장군 안토니우스가 이집트에 왔을 때 온통 보라색으로 단장한 배를 타고 보라색 옷을 입고 왕족의 존귀함을 만천하에 알리며 마중을 나갔다. 색채심리에서 보라색은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며, 명상적인 사고를 나타낸다. 또한 슬픔과 우울, 숭고함, 위엄의 인상을 준다. 마음을 진정시켜주며, 특히 심장, 폐, 혈관에 영향을 미친다. 로마 시대에 보라색은 황실의 색이었으며, 중국에서도 천자가 거처하는 대궐을 자금성이라고 불렀다. 천자가 입는 옷을 자포라고 부르며 보라색의 신비로움과 성스러움을 부각시켰다. 


공화정 로마 시대에는 집정관이나 전쟁에 이기고 개선하는 장군들만이 자주색 망토를 착용할 수 있었다. 제정 로마 이후 자주색은 황제 전용이 된다. 로마 시대에 상류층에게만 혀용된 보라색을 함부로 썼다가는 가혹한 형벌을 받았다. 네로 황제때는 자신 외에 보라색을 쓰는 자를 사형에 처하는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5~6세기 비잔티움 제국에서도 이어졌다. 트라키아인의 법전은 특별한 염료를 소유하거나 구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테오도리쿠스 대왕은 공물로 염료를 실은 배가 예정대로 도착하지 않자 보복하겠다고 협박을 한다. “너희가 목숨을 부지하려면 매년 그랬던 것처럼 보라색을 당장 갖고 와라. 그렇지 않으면 군대를 보내겠다.”



보라색 효과



보라색은 2차색으로 따뜻한 색깔인 빨간색과 차가운 색깔인 파란색의 혼합이다. 그래서 양면성을 띤다. 보라색이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라색은 불면증에 아주 효과적인 색깔이다. 라벤더차, 라벤더배스솔트를 활용하면 심신안정에 도움이 된다. 몸이 아프거나 심신이 지쳤을 때 무의식적으로 찾게 되는 컬러이다. 안토시아닌 색소는 암 예방, 항노화, 당뇨병, 혈액 순환, 체중 감량, 인지 기능 향상 등의 효능이 있다. 보라색을 띠는 라벤더는 라틴어 '목욕하다, 정화하다'의 의미를 가진 'LAVARE'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라벤더 꽃을 입욕제로 쓰거나 세탁을 할 때 넣었다고 한다. 지금도 방향제로 라벤더의 인기는 여전하다. 




독립출판물 <모든 색이 치유였어2> 출간!




- 2023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 2023 약 8주간 여행 부문 베스트셀러

- 2023 작고 강한 출판사의 색깔있는 책 선정

- 2024 작고 강한 출판사의 색깔있는 책 선정



호림은? 


J컬러소통연구소 대표로 색채심리상담사 1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여행이 가진 색깔들로 테라피합니다. <모든 여행이 치유였어1>, <모든 색이 치유였어2>를 썼습니다. 15년간 베테랑 기자로 일을 하면서 300명에 달하는 CEO들을 전문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056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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