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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Aug 11. 2021

우리 몸 속의 하수처리장 신장 그리고 우주여행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물질은 무엇일까요? 답은 다들 예상하셨듯 ‘물’입니다. 극성물질인 물은 매우 훌륭한 용매여서 생명활동에 필요한 수많은 물질들을 품을 수 있습니다. 물의 포용력은 체내에서 산소와 영양분을 운반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분자와 세포들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여 몸이 늘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듭니다. 게다가 물은 비열이 높아 체온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적절한 혈압을 유지하며, 소화관의 활동이 원활하게 유지되도록 돕는 역할도 합니다.


* 극성물질 : 전자의 분포가 고르지 않아서 분자의 한쪽 끝이 양(+)의 전기를 띄고, 다른 한쪽을 음(-)의 전기를 띌 때 ‘극성분자’라고 하고, 극성분자로 구성된 물질을 말한다.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물’, 어떻게 흡수할까?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합니다. 이에 생물체들은 저마다 물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진화시켜 왔습니다. 양서류인 개구리는 피부를 통해 물과 염류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물 속에서 유유자적 헤엄치는 개구리는 수영을 즐기는 동시에 갈증도 해결하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피부를 이루는 상피세포는 늘 그대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수명을 다한 세포는 각질이 되어 몸의 가장 바깥쪽에 쌓이게 됩니다. 물론 죽은 세포만큼 피부 안쪽에서 상피세포가 보충되므로 피부가 얇아지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질화된 세포가 점점 두껍게 쌓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각질이 쌓이면 피부로 물을 흡수하는 개구리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체내에 물을 공급하는 통로가 이물질로 막히는 셈이니까요.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 개구리는 살 수 없게 됩니다. 이에 개구리가 선택한 방법은 뭘까요? 바로 허물을 벗는 것입니다. 개구리는 각질이 쌓여 피부를 통해 물을 흡수하기 어려워지면 마치 헌 옷을 벗듯 허물을 벗고 투과성이 좋은 새 피부로 갈아입습니다. 그냥 물을 마시는 것보다 왜 이렇게 번거로운 방법을 사용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물을 마시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동물은?


물이 생명체에 꼭 필요하다고 해서 반드시 물 자체를 마셔야만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생명체들은 평생 물 한 방울 마시지 않고도 살 수 있습니다. 물을 마시지 않고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이 잔뜩 든 먹이를 먹는 겁니다. 토끼는 야생에서 거의 물을 마시지 않습니다. 이들이 좋아하는 먹이는 물기를 잔뜩 머금은 식물의 부드러운 잎이나 줄기입니다. 이미 먹이만으로 충분한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따로 물을 마실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래서 토끼를 기를 때에는 물기가 충분한 채소를 충분히 먹이면 물을 따로 주지 않아도 괜찮지만, 마른 사료를 주먹이로 준다면 반드시 물을 보충해주어야 합니다.


세상에는 물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은 바짝 마른 먹이만을 먹으면서 살아가는 동물들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동물이 캥거루쥐입니다. 몸무게 100g에 불과한 이 작은 설치류는 건조한 지대에 살며 주로 마른 씨앗을 먹고 삽니다. 이들이 주로 먹는 씨앗의 수분 함량은 10%도 채 안 되기 때문에 충분한 양의 물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좀처럼 물을 마시지 않고도 잘 살아갑니다. 어째서일까요?



그 비밀은 화학에 숨어 있습니다. 보통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영양소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꼽습니다. 탄수화물(炭水化物)의 화학식은 Cₘ(H₂O)로ₙ 표현됩니다. ‘탄소(炭)와 물(水)이 합쳐진(化) 물질(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물이 풍부하게 들어있지요. 탄수화물이 소화 과정에서 분해되어 탄소가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물이 만들어집니다. 과학자들이 계산해본 결과 순수한 탄수화물 100g를 소화시키면 물 55.6ml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비슷하게 지방과 단백질 역시 소화되면 물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지방은 100g이 분해될 때 무려 107ml의 물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지방 속에 이렇게 많은 물이 숨어 있다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우리 몸이 버려야 하는 최소한의 물


이렇게 어렵게 얻은 물을 조금도 낭비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무리 절약해도 기본 생활을 유지하는데 최소한의 생활비가 필요한 것처럼 우리 몸도 살기 위해서는 매번 일정량의 물을 ‘반드시’ 버려야만 합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단백질 때문입니다.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은 양(약 16%)을 차지하는 물질이며, 가장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물질이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먹었을 때 소화 과정에서 가장 부담이 되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단백질에는 질소(N)가 들어 있습니다. 이 질소는 소화과정에서 암모니아(NH₃) 형태로 배출되는데, 이 암모니아가 문제입니다. 암모니아는 세포막을 녹여 흐물흐물하게 만들고, 강알칼리성이라 체액의 pH 균형을 깨뜨려 몸 전체의 신진대사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맹독성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 간이 출동합니다. 단백질 소화과정에서 암모니아가 만들어지자 마자 간은 여기에 이산화탄소를 더해 독성이 덜한 요소(CO(NH₂)₂)로 변환시킵니다. 간이 수행하는 해독 작용 중 하나가 바로 이 독성 암모니아를 덜 독한 요소로 바꾸어 주는 역할입니다. 요소는 암모니아에 비해 독성이 약하기는 하지만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요소 역시 가능한 빨리 몸 밖으로 배출해야 합니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신장입니다. 신장은 요소를 물에 섞어서 몸 밖으로 내보냅니다. 앞서 언급했던 ‘먹이에서 물 짜내기 챔피언’인 캥거루쥐가 유일하게 늘 먹는 게 바로 마른 콩입니다. 콩은 ‘밭에서 나는 고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단백질 함유량이 풍부한, 다시 말해 영양가가 높은 음식입니다. 물기없이 바싹 마른 콩은 전체 무게의 40% 가량이 단백질이기도 합니다. 물을 마시지 않는 캥거루쥐가 콩을 많이 먹게 되면 요소 발생량이 늘어나고, 요소를 배출하기 위해 소변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결국 캥거루쥐는 탈수로 죽게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하수처리장, 신장


이제 신장에 대해 더 알아보겠습니다. 신장은 혈액을 걸러 노폐물을 골라 버리는 우리 몸의 하수처리장입니다. 일종의 생물학적 필터 역할이지요. 노폐물을 걸러낸다는 게 마치 체로 자갈을 걸러내는 것처럼 쉬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신장은 어떻게 기능하는 걸까요?



신장에서 노폐물을 걸러내는 곳은 사구체입니다. 사구체는 지름 약 0.1~0.2mm 크기의 아주 가는 모세혈관 덩어리로 사람에게는 약 100만개가 있습니다. 사구체로 들어가는 혈관의 직경은 사구체에서 나가는 혈관보다 조금 더 큰데 그 사이는 매우 꼬불꼬불하게 꼬여 있습니다. 입구는 넓고, 출구는 좁고, 연결통로는 가늘고 꼬불꼬불한데 계속해서 혈액이 흘러 들어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자연히 압력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되고 바로 이 압력이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뭔가를 걸러내야 하므로 사구체의 혈관벽은 다른 모세혈관보다 100배 정도 투과성이 큽니다. 보통의 혈관은 혈관 내 수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지만 사구체의 혈관벽은 물을 쉽게 통과시킵니다. 혈관의 압력, 그리고 혈관벽의 틈으로 물을 비롯해 요소와 무기염류, 심지어 아미노산에 포도당까지, 즉 혈액 속에 든 적혈구나 단백질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밀려 나갑니다. 소변에서 단백질이 검출되는 단백뇨가 신장질환의 강력한 의심 요소가 되는 건 원래 사구체의 틈이 단백질이 빠져나갈 만큼 넓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변의 생성 과정

신장은 이런 방식을 통해 체내의 노폐물, 특히 요소를 걸러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허술해서 요소 외에 다른 물질도 너무 많이 걸러내 버립니다. 사람의 신장은 매일 약 200리터의 혈액을 걸러냅니다. 사람의 전체 혈액량이 5리터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매일 혈액 전체를 40번쯤 걸러내는 셈이죠. 이렇게 많이 걸러내는데 매번 그렇게 걸러진 물을 다 버린다면 우린 하루 종일 물을 마시고 하루 종일 소변만 봐야 할 겁니다. 그래서 1차로 사구체에서 걸러진 물질들은 다음 단계인 세뇨관을 지나면서 대부분 다시 재흡수 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포도당은 완전히 재흡수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당뇨병의 경우 포도당이 너무 많아 모두 재흡수를 하지 못하고 소변에 당이 섞여 나올 수는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걸러내기를 몇 차례 반복하면 소변의 수분은 줄어들고 요소는 농축됩니다. 이렇게 해서 최대로 농축될 수 있는 노폐물의 농도는 사람의 경우 혈장의 4.2배 정도입니다. 이보다 더 농축되어 농도가 진해지면 삼투압의 차가 커져 체내의 물이 소변으로 더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더 이상은 농축될 수 없습니다. 다만 소변이 농축되는 정도는 동물들마다 달라서 건조한 지역에서 살며 물을 적게 마시는 동물일수록 평균 농도가 높아집니다. 






우주정거장에도 신장이 필요하다?


2021년 7월 20일,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자신의 기업 블루오리진에서 만든 뉴셰퍼드 로켓을 타고 우주여행에 성공했습니다. 뉴셰퍼드는 지구와 우주를 가르는 경계선인 카르만 라인을 넘어 지구 상공 107km까지 도달했다가 내려왔습니다. 겨우 10분에 불과한 짧은 시간 동안 우주의 문을 살짝 열어본 후 돌아온 셈이지만 앞으로는 우주여행의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좀 더 긴 시간 여유롭게 지구를 내려다보며 즐길 수 있는 진짜 우주여행을 위해서는 아마도 우리의 신장을 닮은 효율적이고 커다란 시스템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지난 2008년부터 미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정거장 내에서 몸을 씻은 물을 비롯한 모든 하수와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소변, 땀, 심지어 입김 속에 든 수분까지도 모아서 재활용하는 정수 시스템을 설치해 사용해오고 있습니다. 우주에서도 우리 몸은 여전히 물을 필요로 하지만, 우주로 물을 운반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물을 외부에서 가져올 수 없다면 최대한 있는 것을 아끼고 재활용해야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소변과 오폐수를 정수하는 시스템입니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우주정거장인 텐궁(天宮)에서도 소변을 증류해 순수한 물로 다시 바꾸어 식수로 재활용하는 소변재활용장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소변은 보통 6%의 요소와 2.5%의 염류가 들어있으며 나머지 90% 이상은 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6리터의 소변을 처리하면 약 5리터의 식수를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소변으로 마실 물을 만들다니 꺼림칙하다고요? 이는 우리의 신장이 매일 하는 일인걸요.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들고, 그 소변에 포함된 물의 대부분을 다시 흡수하는 일 말입니다. 


아주 먼 옛날, 물 속에서 살던 동물이 육지로 올라오기 위해 노폐물을 걸러내고 물을 재흡수하는 신장을 먼저 만들어야 했다면, 본격적인 우주인으로 발돋움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우주공간에서 얻기 어려운 물을 재흡수하고 재활용하는 시스템부터 갖춰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진화도, 역사도, 반복되는 법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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