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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Sep 29. 2021

벽돌과 뼈, 무엇이 더 단단할까?

사람이 죽고 나면 시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썩지만, 뼈는 수십만 년이 지나도 고스란히 남게 됩니다. 뼈는 매우 튼튼해서 원시 부족들은 동물의 뼈로 무기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맨손으로 벽돌을 격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뼈가 항상 튼튼한 것은 아닙니다. 벽돌을 격파할 만큼 운동을 많이 한 사람도 발을 잘못 디디거나 할 경우에는 한순간에 뼈가 부러지기도 하는데요. 뼈는 왜 어떨 때는 매우 튼튼하다가도, 또 어떨 때는 아주 약한 걸까요? 뼈의 단단함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요?





단단한 뼈의 역할

사람의 뼈는 태어날 때에는 450개(세는 방법에 따라 350개)지만 나이가 들면 점점 줄어들어 나중에는 206개가 됩니다. 성장하면서 뼈끼리 서로 붙어서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지요. 간혹 남자보다 여자의 갈비뼈가 더 많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갈비뼈는 남녀 모두 12쌍으로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뼈는 모두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요?


뼈는 우리의 몸이 똑바로 설 수 있도록 몸을 지지해줍니다. 문어처럼 뼈가 없는 연체동물은 몸을 지지해줄 뼈가 없어 흐느적거리며 다닙니다. 뼈는 몸을 지지해줄 뿐만 아니라 장기를 보호하는 역할도 합니다. 머리뼈는 뇌, 갈비뼈는 폐나 심장과 같은 장기를 보호합니다. 또한 뼈는 혈액 내의 칼슘 농도를 맞춰주는 역할도 하는데요. 혈액 내에 칼슘의 양이 부족하면 부갑상선 호르몬이 뼈에서 칼슘을 빼내 혈액으로 공급합니다. 


인체 내부 장기를 보호해주는 뼈





뼈의 구성

뼈는 약 40%의 콜라겐과 수분, 60%의 미네랄로 이루어져 있고, 인체 칼슘의 98%는 뼈에 있습니다. 사람을 화장하고 남은 하얀 가루의 대부분은 뼈를 구성하던 미네랄 성분입니다. 닭의 뼈를 식초 속에 넣어 두면 뼈 속의 미네랄이 녹아 버립니다. 미네랄이 녹고 콜라겐만 남은 뼈는 마치 고무처럼(만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만큼은 아니지만) 탄력성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닭의 뼈를 물에 넣고 끓이면 콜라겐이 녹아서 빠져나오는데, 미네랄 성분만 남은 뼈는 매우 단단할 것 같아도 쉽게 부러집니다. 이는 결합 조직이 없기 때문으로, 오래된 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지요.


뼈에 칼슘 부족이 지속되면 골다공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흔히 골다공증은 골밀도가 감소해서 생기는 병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오해가 생길 수 있는 표현입니다. 골다공증에 걸려도 뼈 자체의 밀도는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뼈의 미세 구조가 허물어져 전체 뼈의 질량이 줄어든다는 것이지요. 골밀도가 아니라 사실은 골격의 밀도가 감소하는 것입니다. 외부에서 보면 뼈 모양 자체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골다공증에 걸린다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뼈가 부러질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물론 이것도 매우 큰 문제입니다.) 힘을 버텨주는 구조가 사라져서 골절이 잘 일어나는 것입니다. 스펀지처럼 뼈 자체에 구멍이 생겨서 골절이 잘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공학적으로 완벽한 뼈의 구조

로봇을 만들 때 용도에 따라 다른 모양의 부품을 사용하듯 역학적 용도에 따라 뼈의 모양도 다릅니다. 머리나 어깨에는 넓적한 뼈, 팔다리에는 속이 비고 기다란 모양의 뼈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앞다리에 해당하는 팔뼈는 이족보행을 하게 되면서 가늘어졌습니다. 뼈의 역학적 구조 중에서 널리 알려진 것은 척추뼈가 연결된 척주의 ‘S’자 모양으로 마치 용수철처럼 작용해 걷거나 뛸 때 생기는 충격력을 줄여줍니다. 


뼈의 내부 구조 역시 놀랍습니다. 뼈 속을 보면 꽉 차 있는 것이 아니라 성기게 생겼습니다. 뼈 내부가 꽉 차 있으면 강도는 조금 더 증가하겠지만 물리적으로는 손해인데요. 뼈의 질량이 증가하면 근육으로 뼈를 움직이는데 가속도가 줄어들어 그만큼 느려지게 되고, 뼈가 무거운 만큼 몸을 움직일 때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뼈 내부에 있는 수많은 트러스 구조가 힘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주어 내부가 비어 있어도 꽉 찬 것과 같은 강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마치 ‘I’자 빔처럼 압력을 받는 부분은 넓게 되어 있고, 힘을 전달하는데 불필요한 부분은 제거되어 있지요.


트러스 구조 : 직선, 직사각형 모양의 강재나 목재를 재료로 삼각형 또는 오각형의 구조 지붕/다리/항공기 등의 뼈대를 만드는 구조물을 뜻함. 삼각형 모양의 구조가 하나 또는 여러 개가 조합하면서 안정적이면서도 큰 무게를 버틸 수 있음.


트러스 구조로 건축된 파리의 에펠탑

뼈조직은 단단한 치밀골과 스펀지처럼 성기게 생긴 해면골(소주골)로 되어 있습니다. 단단한 치밀골은 뼈의 표면에 분포하는데요. 흥미로운 것은 관절과 연결된 뼈의 끝부분은 상대적으로 덜 단단한 해면골로 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외부로부터 충격을 받기 쉬운 관절 부위의 뼈를 보호하려면 단단한 치밀골로 되어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우리 몸은 오히려 반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벽돌 격파의 물리적 원리

송판은 나뭇결을 따라 힘을 가하면 누구나 쉽게 격파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벽돌이나 화강암처럼 단단한 물체인데요. 벽돌이나 화강암보다 약해 보이는 뼈가 이런 충격을 견뎌내는 것이 어려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동양 무술에서 이야기하는 기(氣)와 같은 신비로운 힘이 있어야 가능한 것일까요?


우리의 뼈는 여러 방향에서 작용하는 힘을 견디는데 효과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중력에 의한 하중을 버티는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뼈에 가해지는 힘은 대부분 달릴 때 생기는 충격력인데요. 대퇴골을 보면 골반을 통해 전달된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뼈의 양 끝은 둥근 모양으로 되어 있습니다. 둥근 모양은 자유로운 움직임과 함께 힘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관절 쪽 뼈 내부는 해면골로 되어 있는데요. 해면골이 복잡한 줄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어서 모양을 따라 힘이 다른 곳으로 분산됩니다. 



물체에 힘이 작용하면 누르는 부분에는 압축력, 아래쪽에 휘어지는 부분은 양쪽으로 잡아당겨지는 인장력이 작용합니다. 다공질인 해면골은 압축력과 인장력에 모두 잘 버티지만, 이와 달리 벽돌은 인장력을 잘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세게 내려치면 힘을 받는 반대쪽부터 쪼개지면서 부서지게 됩니다. 


뼈는 약해 보이지만 같은 무게의 화강암보다 강합니다. 손으로 벽돌을 격파하는 것은 놀랍기는 해도 신기할 것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벽돌과 같이 단단한 물체에 맞았을 때 뼈가 부러지는 것은 왜 그럴까요? 그건 힘의 작용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벽돌을 격파한 선수라 하더라도 정강이에 벽돌이 부딪힌다면 정강이 뼈가 부러질 수 있는데요. 정강이 뼈는 벽돌을 격파할 정도의 압축력은 견딜 수 있어도 뼈에 수직으로 가해지는 충격에는 약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축구 선수들도 정강이 보호대(신가드)를 착용하는 것이지요. 


충격으로부터 정강이 뼈를 보호하는 보호대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말처럼 충격을 받는 시간을 길게 하고, 하중을 분산하여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지닌 뼈입니다.




<참고 문헌>

∙『인체물리(Physick of Body)』,Hohn R. Cameron외, 정동근외 1역, 한승,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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