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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치 May 11. 2016

당신도 충전이 필요해

온전히 혼자가 되는 시간

"앗 따가워.."


뒤꿈치가 벌겋게 다 까지고 부어올라 굳은살이 생기고 이번엔 시벌겋게 까지고 부어오르도록 미련하게 구두를 신고 또 신어댔다. 이유는 하나 작은 키를 조금이라도 감춰서 예뻐 보이고 싶었으니까. 작은 키 하나 감춘다고 예뻐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루 종일 삐걱이게 긴장하고 돌아다니다 집으로 돌아와 간신히 긴장들을 하나하나 풀어놓으니 그제야 느껴졌다. 보통 따끔한 게 아니었다. 욱신 거리는 곳으로 다시 시선을 내리 깔았다.


아씨..


덧신을 벗겨보니 아물다 만 살이 밀려져 있었다. 굳어진 피딱지가 미리 붙여뒀던 밴드를 삐져나와 덕지덕지 눌려져 있었다. 아물어 간다 싶을 때마다 쉴틈을 주지 않고 무리해서 구두를 신고 다닌 내 탓이었다. 요 근래에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일주일 내내 약속을 잡아댔다. 머릿속으로는 쉬어야 한다고 되뇌면서도 집으로 돌아가 온전히 혼자가 되는 시간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되도록 녹초의 상태로 귀가해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 잡생각 따윈 하지 않고 잠만 퍼질러 자고 싶었다.


괜히 울컥했다. 그냥 편하게 운동화를 신고 다녀도 누가 무어라 하지도 않는데, 괜히 혼자 낑낑 거리며 스스로를 괴롭힌 것 같은 마음에 스스로에게 미안한 마음에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동시에 '내가 왜 그랬지?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왜 무리를 해댄 거지?' 후회가 밀려왔다.


일주일 내내 퇴근 후 무거운 몸을 이끌고 타인을 만나 웃고 떠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순간의 채워짐을 즐기며 보냈다. 그런데 홀로 집으로 들어갈 때마다 무언가 부족스러웠다. 그래서 더 채워 넣고 싶었다. 밖으로 나돌면 순간의 채워짐이라도 얻을 수 있으니 무리해서라도 약속을 잡고 또 만들었다. 순간순간의 채워짐이 쌓여 작은 공허함이라도 메워줄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공허함이란 작지 않았고 되려 뒤죽박죽 꼬여버려 어떤 것으로 어디서부터 채워 나가야 할지, 아니 이게 채운다고 채워지기나 하는 건지 갈피 조차 잡을 수 없게 돼버렸다.


글을 쓰기 시작한 뒤로부터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면서 어느 정도 단단해지고 있다 믿고 다독여 갔는데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글을 쓰려면 최소 두 시간이라는 시간이 나에게 필요했는데 나의 억지스러운 잘못된 욕심 탓에 그럴 틈 조차 없었다.


순간 아차 싶었다.

혼자가 되는 시간을 가질 줄 알아야, 타인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것인데 거꾸로 생각하고 있었다. 외로움과 공허함이 두려워 겉치레에 무게를 더 두고 있던 탓이었다. 금세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기울다 보니 결국엔 이런 식으로 허공에서 발길질하며 깨닫는다.


온전히 혼자가 됨으로써 하루에도 수십 번 무작위로 쌓여가는 내면을 들여다 보고 정리도 해주고 먼지도 털어주고 재 정비와 충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모르는 척 방치했고, 결국엔 방전이 되다 못해 모터 타들어가는 냄새를 맡고 그제야 알아챘다. 하물며 본인의 의지가 없는 전자기기들도 본연의 일을 하기 위해 일정한 충전의 시간을 갖는데, 정작 의지도 있고 이성도 있는 나는 지금 손에 쥐어진 휴대폰만 못한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


공허함이든 외로움이든 어떤 것이든 간에 피하기만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미흡함을 언제까지 외부의 것에서 채워가려 애쓰며 갈증만 더해갈 거냐며 스스로에게 다그치기까지 했다. 극도로 예민해져 가는 몸도 몸이지만 내면의 쉼, 내면의 들여다 봄이 필요했다. 그래야 제대로 보고 제대로 느끼고 제대로 움직 일 수 있을 테니까.






조금 늦은 듯 하지만 오늘은 오늘만큼은 무리해서 잡은 약속도 취소하고 온전히 혼자가 되어야지 한다. 한껏 부풀어 오른 외로움과 공허함들이 더 커져버려 터지지 않도록 바람도 조금 빼줄 셈이다. 그동안 밀린 일주일치 일기도 기억을 더듬으며 짧게라도 끄적여 보고, 며칠째 같은 페이지에 머물러 있는 책도 꺼내 읽고, 우선은 내 옆에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부터 정리를 해주려 한다. 그리고 내일은 아무래도 구두보다 굽은 낮아졌지만, 내면의 입꼬리를 한껏 높여줄 운동화를 신는 편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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