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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솔레미욤 Feb 03. 2023

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보다

이제 정말 알겠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어떤 사람에게 동경과 부러움을 느끼는지.


집안이 아주 여유롭고 풍요로워, 그 여유가 온 몸에 베어있는 사람.

그런 사람의 그런 여유로움을 동경하는 듯 하다.

짤리건 그만두건 먹고살 걱정이 없어서, 불합리한 상황에서 반기를 들 줄 알며, 강자보단 약자의 편에 서줄 수 있는 여유로움.

열심히 나누어도 흘러 넘치도록 가진 게 많아, 주변에 나눌 때 머리를 쓰지 않고 마음 가는대로 나눌 줄 아는 여유로움.

그리고 그 모든게 너무 당연해서, 본인이 그런 강강약약하며 나눌 줄 아는 사람임을 뽐내지 않는 여유로움.

가진자의 여유로움을 나는 꽤 멋지다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불합리한 상황을 보면, 반기를 들기 전에 항상 ‘어떻게 애둘러 말하고 예쁘게 포장해야 내 뜻이 곡해되지 않고 전달되며, 내거 짤리거나 미움 받지 않을까?’ 고민하며, 뭐라 말할지 메모장에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마음은 받은 것의 두 배로 나누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것 저것 선물하고 싶지만, ‘나 먹고 살기 괜찮나? 이번달 용돈은 얼마나 남았지?’ 계산을 반복하며, 얼마 없는 것을 쪼개어 나눈다.


그래서 사랑의 이해에서의 미경같은 존재가 너무 부럽고 멋지다.

가져보지 못했고, 가질 수 없음을 알아서 동경하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35년을 살다보니,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더라.

실제로는, 내가 너무 부러워 배가 아플 만큼 멋진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다.

대단해 보이던 사람들도 가까이에서 뜯어 보면, 다 그게 그거고 다 고만고만했다.

대단하지 않아 보이는 사람도 뜯어보면 대단하고 멋지고 배울 부분이 많았다.

내가 만난 모든 이들이 대단하고 멋지나 부족함이 있는 인간이었다.


그런 사람을 본 적은 없으나,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만, 나는 안다.

내가 지금 아무리 많이 가진들, 그녀의 모태 여유로움은 가질 수 없음을.

난 이제 더 행복하고 더 많이 가질 수록, 이를 잃으면 어떡하나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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