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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솔레미욤 Sep 23. 2021

[버킷리스트57]아이유  단독 콘서트 가기

1. 국토대장정 (2008)

2. 제주도 하이킹 (2009)

3. 마라톤 완주(2008,2009)

4. 한강 다리 라이딩 (2009)

5. 100개의 산 등반

 - 한라산 (2009,2011)

 - 백두산 (2012)

6. 1년에 100권 돌파 (2009)

7. 특전사 체험 (2009)

8. 스킨스쿠버 다이빙 & 자격증 (2010)

9. 이탈리아 건축탐방 (2012)

10. 헌혈 금장 (50/50) (2021)

11. 미국 센트럴파크(2017)

12. 인도 배낭여행

13. 태국 카오산로드(2014)

14. 크리스마스 봉사활동 (2009)

15. 해외 봉사활동 (2011)

16. 기차 전국 여행(2010,2012)

17. 대학생 기자단 (2010,2011)

18. 이집트 피라미드

19. 진심 어린 카운슬링(ing)

20. 전국 무전여행

21. 백두대간 종주

22. 허솔티 만들기(2010)

23. 독도 탐방 (2013 바로 앞까지 갔으나 파도 때문에ㅠㅠ)

24. 제주도 올레길 탐방(2011)

25. 프랑스 에펠탑 보기 (2012)

26. 스페인 가우디 건축 탐방 (2012)

27. 1004 역사서 편찬  달력으로 대체 (2013)

28. 산에서 농사지으며 자급자족 생활

29. 외국에서 한복 입기 (2019)

30. 울릉도 탐방 (2013)

31. 스마트폰 유저(2011)

32. 소규모 허솔 복지 재단 설립 ->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기

33. 전국 자동차 여행 (2020)

34. 제주도 자동차 여행(2015)

35. 20대에 10개국 여행하기(2015)

- 태국, 중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바티칸시국, 체코, 독일, 대만, 터키 + 벨기에, 네덜란드, 일본, 스위스, 베트남, 미국, 캄보디아, 몽골, 영국

36. '젊다는 것만으로도 넌 충분히 아름답다' 출판

37. 34세에 5개국어 구사(좀 오버인 듯^^;;)

38. 프랑스 여행 한 번 더(2015)

39. 서른 전에 남미 배낭여행

40. <프랑스에 취하다> 출판 <청춘 여행스케치> 출판 (2018)

41. 캄보디아 천년의 역사 앙코르와트(2018)

42. 대만 맛 집 탐방(2014)

43.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 (2020)

44. 집안에 1평짜리 커피숍 설계.

45. 부모님과 함께 해외여행(2019)

46. 나만의 뮤직비디오 만들기

47. 호주에서 스킨스쿠버 다이빙

48. 영어로 외국인을 인터뷰하기

49. 몽골의 대자연과 만나기 (2018)

50.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기

51. 터키에 하늘을 날아보기(2015)

52. 없는 재능이라도 만들어서 재능 기부

53. 직장인의 10개국 배낭여행(2017)

- 대만, 태국, 터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일본, 중국, 스위스, 베트남 + 미국, 캄보디아, 몽골, 영국

54. 한 손으로 운전하는 베스트 드라이버

55. 9첩 반상 요리왕.

56. 내가 찍은 사진으로 엽서 만들기(2016)

57. 아이유  단독 콘서트 가기(2015)

58. 아빠가 김연아를 만날 수 있게 해주기

59. 아빠의 꿈 귀농, 엄마의 꿈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이룰 수 있게 돕기

60. 한국사, 한국어, 한자 3단 콤보

61. 스위스에서 패러글라이딩(2016)

62. 독립(2017)

63. 친근한 상담사

64. 진심을 담은 강연가

65. 인세로 오빠와 새언니에게 해외여행을 선물하기(2018)

66. 노희경 작가 만나서, 노희경 작가 책에 싸인받기

67.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 보기

68. 아프리카 대자연에서 수많은 동물과 만나기

69. 1년동안 안식년 갖기


아이유 콘서트를 예약하기 위해서 유진이와 나는 며칠 전부터 준비를 했다.
농구선수였던 유진이는 지금도 운동하고 있을 농구선수 후배들에게 부탁을 했고, 나는 "오늘 술 한 잔 할건데 같이 할래?"라고 묻는 대리님의 제안을 "아이유 콘서트 표 예매가 여덟 시라 힘들 것 같아요"라고 거절하며 여덟시까지 야근을 했다.
(다음날 출장 갔던 대리님이 "솔이가 또 깠어? 그것도 콘서트 보러 가는것도 아니고 콘서트 표 예매한다고 깠어?"라며 한소리 하셨다.ㅋㅋㅋㅋㅋㅋㅋ)
8시가 되기 전 "우리 티켓팅에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 유진이에게 "아이유 팬미팅은 좌석이 별로 없어서 0.8초 만에 매진 된 거였고, 콘서트는 4000석이 넘으니까 할 수 있을 거야"라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여덟시까지 회사에 남아 기다린 나도, 운동을 마치고 대기 타고 있었던 유진이의 후배들도, 미리 연습까지 해가며 기다리고 있던 유진이까지 모두 예매에 실패했다.

'이나이에 아이유가 뭐라고 내가 또!!'라는 자괴감에 빠져서 우울한 얼굴로 집에 가고 있는데, 티켓베이라는 사이트를 알아온 유진이가 웃돈을 주고 티켓을 사자는 제안을 했다.
이제 곧 미국에 공부하러 가서, 한동안은 콘서트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웃돈을 주더라도 꼭 보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2015년에는, 웃돈 주고 티켓을 구매하는 것을 잡거나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하다.)
사실 11만 원도 부담이라서 9만 원짜리 좌석을 예매할까 고민하던 나였는데 웃돈이라니ㅋㅋㅋ
'이나이에 아이유가 뭐라고'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집에 가는 길에 충분히 고민한 후
"그래 지방콘 가는 교통비를 생각하면 웃돈 주고 사는게 나을 것 같아. 사자"라고 말을 하니 유진이가 "응 사실 아까 샀뒀어"라고 대답했다.
ㅋㅋㅋ 티켓이 금방 팔릴까봐 걱정되서 일단 샀두고 나의 대답을 기다렸다고 한다.ㅋㅋㅋㅋ
그때는 "우리 웃돈주고 샀다는 말은 하지 말자 창피하니까"라고 말 했었는데, 여기에 쓰고있네.ㅋㅋㅋㅋ
아무튼 우린 이렇게 티켓팅에 실패하여, 웃돈까지 줘가며 언니 팬 노릇을 해야 했다.


티켓을 예매한 후에 여러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이러다가 공연 취소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공연은 취소되지 않았다.
공연의 시작은 "안녕 오래 기다렸니"로 시작하는 새 신발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는 거야와 오블리비아떼, 레드 퀸등 몇 곡을 부른 후 멘트를 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우울 우울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 후 "제가 변함없이 사랑하는 곡"이라고 다음 곡을 소개 한 후 제제를 부르는데 찡했다.


이후에 여러 노래들을 부른 후 스크린이 내려오고 영상이 근사하게 쏴졌다.
그때 영상에 적힌 글귀가 참 마음에 들어, 보자마자 핸드폰 메모장이 적어두었다.

"삶은 마술이 아니지만, 마법 같은 순간들이 펼쳐질 거예요."


왠지 모를 우울 우울한 기운이 완벽하게 사라졌다고 느낀 때는, 공연장에서 처음 선보인다는 스물셋 무대 이후에 아이유가 여성팬들에게 선물을 주었을때 였던것 같다.

스물셋을 부르고 난 다음에 "신기하게 이번에는 여성 팬들이 많이 오셨네요"라며 여성 팬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다.
물질적인 선물을 기대하던 나와는 달리 유진이는 "남자 게스트인가 봐"라며 현실적인 선물을 기대를 했고, 유진이의 말을 듣고는 "맞네 남자 게스트인가 봐"라며 기대감을 안고 무대를 응시하고 있는데 갑자기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지금 이 순간이 꿈이라면~ 살며시 나에게로 다가와 모든 걸 고백할 텐데"라며 세일러문 노래를 불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혁오를 기대하며 무대를 응시하던 유진이의 눈빛과, 그녀의 기대를 요술봉으로 날려버리곤 진지하게 요술봉을 흔들며 세일러문을 부르던 아이유의 모습이 아직도 잔상으로 남아있다.
세상에나 정말 상상하지 못 했다. 거기서 세일러문을 부를 줄이야. 그것도 선물이라면서.ㅋㅋㅋㅋ
세일러문 OST 다음에 카드캡터 체리 OST를 불렀는데, 나이를 먹고 들어보니 정말 명곡이었구나 싶다. 15년이 지났지만 가사 하나 놓치지 않고 따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했다.


무튼 레옹 금요일에 만나요 좋은 날 등을 부른 후 마지막으로 앵콜곡 비밀을 끝으로 공연은 끝이 났다.
"설마 진짜 끝이야? 그럴 리가 없어. 아이유는 앵콜 앵앵콩 앵앵앵콜까지 하는데?"라며 아주 실망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내게, "솔아 끝이야. 팬클럽 사람들도 일어나잖아. 전국투어 콘서트니까 목을 아껴야겠지"라며 나를 위로하는데 그때 나의 실망은 이로 말할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집으로 가고 있는데, 어떤 학생이 친구를 부르며 "야! 앵앵콜 한대"라고 소리쳤고, "유진아 앵앵콜 한대 가자!"라고 하니 "ㅋㅋㅋㅋ 설마 ㅋㅋㅋ 그럼 사람들이 다 공연장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아무도 안들어가잖아ㅠㅠ 우리 낚는 거 아냐?"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나의 얼굴을 본 유진이는 "솔아 ㅋㅋㅋ 그래 가자ㅋㅋㅋㅋ 가서 아니면 더 실망할 것 같지만, 일단 가봐. 너 이미 얼굴에 실망이 가득해."하며 함께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진짜 앵앵콜이었다.
들어보니 "안 가고 뭐 해요"라며 노래를 시작했다고 한다.
앵앵앵콜로 마음, 안경, 드라마를 부르고는 공연은 정말 끝이 났다.

'공연을 보는 내내 '집에 가면 꼭 일기를 써야지' 생각했다.
단조롭고 평온한 날들의 반복이었던 요즘, 무언가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아직 다 못 쓴 유럽 여행기도 남아있는데, 무언가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 쉬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무언가를 하고 나니까, 일기 안에 내 생각과 기분을 빨리 다시 녹여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삶이 활기차 지기 위해서는 가끔 이렇게, 단조롭고 무료한 일상속에서 가끔은 이벤트적인 날들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참으로 의미 있는 공연이었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공연이었고, 진심으로 행복한 두 시간이었고, 웃돈 주고 산 티켓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다.


<EPILOGUE>
학창시절 설계 수업 전날에는 다 같이 설계실에 모여 밤샘 과제를 했다.
일주일 내내 놀다가 꼭 설계 수업 전날에 밤샘 과제를 하는 건 무슨 심보였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밤새 과제를 하다 보면 졸음이 오기 때문에, 한 명씩 DJ가 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고는 함께 듣곤 했다.
그러다 내가 노래를 틀면 "야 이거 허솔 노래지? 더 졸리잖아 노래 꺼"라며 면박을 받았다.
다들 걸그룹 보이그룹 90년대 댄스 음악 등을 틀었지만 나는 언제나 일관성 있게 인디계의 잔잔한 음악들을 틀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들으면 반할만한 정말 좋은 곡들이 많이 숨어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 들을 수 있도록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내게 돌아오는 것은 "야 허솔"이라는 외침뿐이었다.
예를 들면 오지은의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를 틀면, '오늘은 조금 돌아가도'까지만 듣고는, 잔뜩 욕을 먹고 노래를 꺼야 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조금은 밝은 노래인 어쿠스틱 콜라보의 '그대와 나 설레임'을 틀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나의 선곡은 항상 무참하게 무시당했고, 그 후 오빠들이 틀었던 노래 중 가장 인기 있었던 곡은 레인보우의 A였다.ㅋㅋㅋ 정말 멀미가 날 때 까지 들었다.ㅋㅋㅋ

그런 의미에서 아이유는 내게 의미있는 가수이다.
인디 음악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내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대중 가수 중 한 명이 아이유다.
(아마 빅뱅과 아이유를 좋아한다지. 참고로 태양을 사랑한다.ㅋㅋㅋㅋㅋㅋ)
게다가 한 가수의 곡 중 95% 이상의 곡을 알고 있는 가수 또한 god 이후에 아이유가 처음일 것이다.
그만큼 참 많이 아끼는 가수이며, 그녀의 앨범을 사랑한다.


그리고 4년 후, 한국에 돌아온 유진이와 2019아이유 콘서트에 다녀왔다.

나와 유진이는 예약에 실패했고, 남편이 성공해서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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