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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원 Apr 26. 2021

지속가능한 예술


 얼마 전 영화 <소울>을 봤다. 동진이형은 호평과 함께 이 영화에 별점 4개 반을 줬다. 나는 별점 4개. 영화에 대한 평을 쓰려는 건 아니다. 이미 동진이형이 이 영화 <소울>에 대해 설명한 1시간 28분 12초 짜리 영상이 유튜브에 있다.


 내가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칼더의 모빌 같기도 하고, 피카소의 우는 여인도 떠오르는, 영혼 관리자 '제리'와 '테리'의 모습이었다. 픽사-디즈니 라는 큰 규모의 스튜디오에서 만든, 높은 작품성을 지닌 애니메이션 영화에, 추상미술작품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라니. 제리와 테리를 보며 생각했다. 아직 미술은 힘이 쎄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힘이란 곧 '돈' 일 것다. 최근 국내, 해외 미술품 경매 시장은 활황이다. 최근의 예들자면 2021년 3월 24일,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그림 '게임 체인저'가 224억 원에 판매됐다. 가장 비싼  보면,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구세주)' 로, 4,800억 원이다. (*모나리자는 경매 시장에 나온 적이 없어서 정확한 가격이 없다)



 

 예술은 철학(인생관, 세계관)을 담는 그릇이라 생각한다. 철학은 추상적이므로 구체화가 되어야 한다. 이에 철학(학문), 문학, 음악, 영화, 미술, 무용 등등 많은 예술 그릇에 철학이 담긴다.


 예술과 과학기술은 같이 발전한다. 그런데 최근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엄청나게 란 말로도 부족하다. 따라잡기 힘들 때가 많다. 늙었나.


 문명발전과 예술발전의 대략적인 순서를 생각해보면. 말, 대화, 토론, -> 문자, 그림, 글 -> 실물 책 -> 사진, 이미지 -> 영상 -> 증강현실 -> 가상현실/메타버스 순 일 것이다. 최근 나오는 오큘러스 리프트나 제페토 등을 보면, 앞으로 가상현실/메타버스의 대중화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테스형' 으로 더 유명한 소크라테스는 문자로 기록하는 책을 반대했다. 

 "소크라테스는 직접 만나서 하는 대화와 토론을 더 좋아했다. 책은 출판 후에 수정도 어렵고, 대중들이 책 내용을 그대로 진리로써 받아들일 것을 염려했다." ('책의 운명' 中)


 "테스형 꼰대였네" 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테스형 말도 일리가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거부감을 느끼곤 하니까. 그리고 이런 새로운 것이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예측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나도 가끔 가상현실/메타버스와 관련된 얘기들을 듣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될 때 많다.


 이렇게 테스형이 반대했던, 당시에는 혁신적이었을, '실물' 책도 지금은 힘을 잃고 있다. 나는 전자책 보다 종이에 질감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물 책을 좋아하지만, 안타깝게도 '실물' 책을 많이 벌지 못하고 있다. 요즘 실물 책은, 영상예술인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으로써 유명세를 탈 때 빼고, 많이 팔리는 걸 거의 못 본 것 같다. 자꾸 '실물'을 강조하는 것은, 실물 책에 과학기술을 합친, 전자책과 오디오북은 성장세기 때문이다.



 

 책은 눈을, 영상은 눈과 귀를 만족시켰다. 가상현실이 눈과 귀를 넘어서, '촉각'까지 만족시키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가상현실은 모든 것,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것까지 가능하게 만들 거다. 이 가상현실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상현실만의 추상적 철학을 담은 예술 만들어낼 수 있을까? 가상현실에서 예술을 찾는 내가 꼰대인 걸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새, 이미 가상현실에서 새로운 예술이 시작되었을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떤 예술작품이 존재했다면. 죽은 사람에게 그 작품은 앞으로도 영원할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사람은 한 번 사니까, 영원한 것이라 해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다. 이 죽음으로 인해 영원한 것이라고는 없는 삶에서.  뒤에도 남아있는 예술.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 속, 돈 안 되는 예술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


 "예술은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다. 영원한 것이 없는 삶에서 예술은, 변하지 않는 가치를 포착해, 영원한 것으로 보여준다. 불안을 달래준다."

 "예술의 본질은 결국, 역사에서 사라졌고 현실에서 잊혀갔던 가장 낮은 지위의 사람들에게, 당신의 삶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고 충분히 대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 알랭 드 보통의 불안 : 현대인들은 왜 더 불안해져 가는가? 中 (정승민)




 '지속가능한' 이라는 말은,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 지속가능한 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은 일 중에, 정말 지속가능하게 변한 일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잘 안 떠오른다. 


 지금은 영상의 시대다. 아직 미술은 힘이 쎄다. 과연 래에 책은 지속가능할까? 내 삶은 미래에도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 새로운 예술에서 내가 멀어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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