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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마녀 Nov 13. 2023

제 얘기 들어 보실래요?

아니, 제 글을 읽어주실래요?

그러니까 제 얘기는 고민에 관한 것입니다.  제 얘기 아니 그러니까 제 글에 대한 고민이죠.



왜 글을 쓰는가?

무엇을 위해 쓰는가?

바라는 게 있는가?


좋아요와 조회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일기를 쓰면 안 되고, 일기를 쓸 거면 일기장에 쓰라는데

어디까지 솔직하게 써야 하는가?


글플랫폼에 글을 쓰는 순간 독자를 생각해야 하고

구독자를 늘리고 인플루언서가 되라고 하는 말에

귀를 기울어야 하는 걸까?


나는 전문가인지

제대로 쓰고 있는 건지

나는 뭘 쓰고 싶은 건지...

.

.

.

사람들은 어떤 글을 좋아할까요?

어떤 얘기, 아니 어떤 글을 쓰면 읽어줄까요?

좋아요를 눌러 줄까요? 공유해 줄까요?


그냥 스쳐 지나가기도 하겠죠.

들을 아니 읽을 가치가 없어서일까요?

제목이 매력적이지 못해서일까요?


제목은 괜찮은데 내용이 별로일까요?

전문적인 글?을 잘 쓰는 것 같지도

에세이?를 잘 쓰는 것 같지도 않고


별의별 고민을 다 하며 쓰는 글은

내 글이 맞을까요? 진짜 글...

글을 쓸 자격이 있는 걸까요?


읽어주는 이 없고 구독자가 늘지 않아도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쓸까요?

그러려면 혼자 일기를 써야 할까요?


브런치에 인기 글을 보고 흉내를 내서 쓸까요?

그런 글은 가짜 글이라 독자들이 금방 알아채고 떠나가지 않을까요?

천재적인 작가도 아닌데 그냥 제멋대로 쓸까요? 지금도 그러고 있긴 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제대로 쓰고 싶은데

다른 SNS플랫폼들의 팔로워도 소중해 포기 못하겠고

들락날락 여기도 저기도 진득하니 집중해 글을 쓰지 못하니...


브런치가 달아준 배지가 사뭇 진지하게 부끄러워집니다.

구독자도 많지 않은데 뭘 보고 달아준 걸까요?


숱하게 지웠다 썼다 머릿속에서

지우개와 연필이 혈투를 벌이는 밤이네요

이 밤 잠 자기는 글렀죠? 날밤 샐 각인대 제 얘길, 아니 제 글을 더 읽어주실래요?


아니 아니 이런 고민마저도 부질없을까요?

자기 자신이 중요하지 뭘 남들에게 물어

누가 그럴까 봐 또 소심한 마음이 고개를 들어요.


이런 줏대 없는 제가 글을 써도 될까요?

제 글을 읽어 주실까요?

갑자기 답답한 마음이 드네요.


요사이 그냥 양으로 습관이라도 붙여볼까 싶어

되는대로 기회가 닿는 대로 있는 힘껏 쓰려고 하는데...

그런 글들이 사람들의 마음에 가 닿을까요?


이 나이가 되도록 사색의 깊이 없이 말이죠.

누가 깊이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깊이에의 강요가 필요할 것 같거든요.


그러고 보니 책 제목이죠?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발표한 단편 '깊이에의 강요'

가끔 이런 게 무섭기도 해요.  


내 말 내 것이 아닌데 내 것인 듯 착각하여

스스로에게 속아 말하고 쓸까 봐서요

정식 작가도 아니면서 작가의 벽을 느끼는 게 웃기는 것도 같지요.


캄캄하고 차가운 밤을 지새우며 새벽을 맞습니다.

고민의 끝은 없겠지만, 이 밤의 끝을 부여잡고 있네요.

저처럼 고민의 새벽이슬을 맞고 계신 분 있으신가요?


어둠이 짙을수록 새벽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라죠.

밝았으면 좋겠어요.  또 따듯하고 풍요로웠으면 해요. 우리의 새벽이.

긴 밤 제 얘기, 아니 제 글투정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배지'를 보며 오늘 밤 문득 꺼내 든 이야기입니다.

       이 나이가 되도록 뭘 했는지 누군가 물어볼 것 같은 요즘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배지를 하나 달았는데...

       이 배지가 어울리는 글을 쓰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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