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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셜 B Mar 17. 2016

30대 영어 바보 B의 피지 유학기

<피지 이야기 # 2>  Fiji 난디(Nadi) 국제공항은 어떨까? 

<피지 이야기 # 2>  Fiji 난디(Nadi) 국제공항은 어떨까? 


추위에 유난히 약한 B가 더운 나라 Fiji로 떠났던 2012년 12월 2일




출발 바로 전날 새벽에서야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28inch 여행용 가방을 샀고요.





공항에는 부모님과 함께 갔습니다.



이미 30대 초반.


누가 봐도 더 이상 애는 아는지만 


부모님께서는 처음으로 1달 이상 먼 나라에 혼자 머물게 될 딸이 걱정이셨나 봅니다.



이미 남동생이 호주에서 1년간 워킹홀리데이를 했음에도 


아들과 딸은 확실히 다른 느낌이셨을 거란 걸 그때 부모님의 표정을 보고 알았어요.







비행기를 기다리며 게이트 앞 의자에 앉아 둘러보니


저와 같은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 중 한국인은 거의 없었습니다.


한국인들은 신혼여행을 가는 약 3쌍의 커플이 전부였고


대부분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엄청난 체구 그리고 브로콜리 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피지안들로 가득했습니다.


그제야 57%의 피지안과 35% 이상의 인도인 산다는 피지에 간다는 걸 조금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인도인이 35%가 넘는다는 건 정말 의외죠?


실제로 피지에서 생활했을 때는 피지안 반, 인도인 반 같은 기분이었어요.







10시간이나 이동하는 긴 비행이다 보니 힘들 걸 각오했습니다.


왜냐하면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미국 이모 댁에 갔을 땐 도착 후 3일이나 끙끙 앓았거든요.


기내가 너무 춥고 고산증 비슷한 증세로 두통도 심했었기 때문에


피지에 갈 땐 옷도 든든하게 입고 최대한 마음을 편하게 갖자고 생각했었어요.



평소 바흐를 딱히 좋아하진 않는데 비행 동안 저의 마음에 평안을 줬던 곡이 잊히지 않습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하프시코드 협주곡 제 1번 D단조.


'이렇게나 좋은 곡이었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걱정은 걱정이고 긴장된 마음과 반대로 먹는 건 참 마음 편하게 잘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는 기내식이었어요.



신혼부부 세 쌍에게는 식사 후 작은 케이크가 나오더라고요.


엄청나게 부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반면 전 제 옆자리에 워낙 덩치가 있으신 피지안이 앉아서 


제 자리까지 침범하는 바람에 의자에 똑바로 앉지도 못하고 의자를 2/3 밖에 못 썼습니다.


그분 허벅지가 제 다리 둘 곳까지 가득 차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다리를 벌리고 앉은 게 아니라 꽉 차서 그런 거니 그저 참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또 한 번 저를 힘들게 했던 건 바로 입국신고서입니다. 


사진에선 신고서의 반 정도만 찍힌 건데 앞뒤로 정말 항목이 많았습니다.


맞는 건지 틀린 건지 불안해하고 있는데 


승무원에게 확인을 부탁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셔서 


저도 부탁을 드렸더니 아주 친절하게 틀린 부분은 고쳐주시더라고요.






비행기에서 내리니 후끈한 공기가 바로 느껴졌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유리나 벽으로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테라스 분위기로 뻥 뚫려있더라고요.


게이트에서 나왔더니 통 옷을 입고 악기를 연주하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여기가 진짜 Fiji구나~!!" 싶었죠.




사진은 입국 심사를 기다리면서 찍은 건데 중앙에 모자를 쓴 친구 보이시나요?


사진 찍을 당시엔 몰랐는데 저와 같은 어학원에서 공부했던 유지라는 친구입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사진을 다시 보다가 깜짝 놀랐었어요.





난디(Nadi) 공항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피지의 수도는 수바(SUVA)라는 곳으로 서울에서 8,000km 이상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수바에서 고속버스로 5시간 이동하면 도착하는 곳이 난디입니다.


수바에도 공항은 있지만 외국으로 나갈 때는 난디 공항을 이용합니다.


(이 부분은 후에 피지에 재입국을 할 때 옆자리에 앉으신 분이 얘기해주신 거예요.)




그런데 조금 이상하죠?

Nadi


왜 나디가 아니라 난디일까?


피지어로 d는 nd 발음이 납니다.



그래서 나디가 아니라 난디인데 유명 지도 사이트에도 그냥 영어식으로 나디라고 적혀있는 곳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실제로 나디라고 하면 전혀 못 알아듣습니다.


싱가토카라는 지역 또한 영어식으로 읽으면 시가토카지만 실제로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일요일 밤 비행기로 출발해 피지에 도착하니 피지는 오전 9시 정도였던 것 같네요. 


수속 땐 공부 목적으로 들어왔다고 하니 어느 학교인지 물어보더라고요.


물론 저 땐 B의 영어가 워낙 짧아서 문장이 아닌 적당한 단어로만 대답했을 겁니다.


수속을 밟고 나오니 일본인 무리들이 학교 스텝들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B가 가장 먼저 한 것은 환전.


처음 피지에 갔을 때랑 지금은 지폐가 조금 다릅니다.


제가 머무는 동안 찢어지지 않는 지폐가 새로 나와서 


처음과 달리 나중엔 2가지 종류를 같이 사용했었어요.





기다리고 있는데 오카다라는 한국말이 능숙한 일본인 스텝이 와서 


공항 안에 있는 학교 사무실로 안내해주셨습니다. 


거기서 저는 대만 학생 1명과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했어요.   


오리엔테이션은 피지안 스텝이 영어로 진행했습니다.


학교 내에서 영어 외 언어를 사용하다 걸리면 옐로우 카드(오전 8시~오후 4시)를 받고 


그게 3회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등의 룰을 포함한 


간단한 정보들에 관한 설명이 이어졌죠.




일본 사람들은 일본어로 따로 하더라고요. 


사실 일본어로 들었으면 더 잘 이해했을 텐데 일본인을 제외한 나라들만 모아서 영어로 따로 하더라고요.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있던 학교는 일본인이 만든 학교로 90% 이상이 일본인이었거든요.



다행스럽게도 다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잘 모르는 것 같은 부분은 더 쉽게 설명을 해주시더라고요.


    



오리엔테이션 후엔 나마카에 있는 학교로 이동을 했습니다.


B가 다니던 학교는 나마카 지역라우토카 지역에 학교 캠퍼스가 있었습니다. 


나마카단기로 오는 친구들이 배정받고 보통 3개월 이상은 라우토카 지역으로 배정받았어요.   


전 사실 라우토카가 지명인 줄도 몰랐습니다.


대만 학생과 기다리고 있는데 


스텝 중 한 분이 "너 라우토카니?"라고 물었을 땐 무슨 말인가 했죠.





첫날부터 외로운 싸움은 시작되었습니다.


저랑 같이 설명을 들었던 대만 학생은 나마카, B는 라우토카 지역으로 나뉜 겁니다. 


1시간 이상 같이 이야기를 해서 이제 좀 친해졌다 싶었는데 바로 이별이었어요.




저는 5명의 일본인과 라우토카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이미 오리엔테이션을 같이했던 5명은 다들 친해졌더라고요. (그중 유지가 있었습니다.)



정말 처음엔 난감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나중에는 그 5명 모두와 친해졌습니다.


일본어를 할 수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었죠. 


일본어와 영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가겠다는 것이 B의 바람이기도 했고요.   




B는 특히 저처럼 홈스테이가 아닌 도미토리에서 생활했던 리나와 특별히 더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나 두둥!


그 리나는 2주간 단기로 온 학생이었다는 사실. 





이렇게 반년 간 살게 될 라우토카 지역으로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이 당시엔 3개월 계획이었기 때문에 기간을 더 연장할지는 미정인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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