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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가장들은 그 책임감과 목숨을 바꿀 각오로 산다.

by JJ

2014. 5. 4

나이가 들고 직급이 높아지면서 해야 할 또 하나 해야 할 일은 리더십을 키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은 주거래업체 디자이너와 업무적 마찰이 있었다. 화가 많이 났지만 참았다. 상사에게 깨지는 것과는 또 다른 씁쓸함이다. 업무의 문제가 아니라 인성의 문제인 것 같다. 실력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사람이 돼야 한다. 오너는 업체에 친절하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덕분에 목과 어깨에 통증은 심해져 간다. 씁쓸하다.


2014. 5. 6

아침 일찍 북한산에 올랐다. 햇살이 밝고 따뜻하다. 아침 이여서인지 바람은 아직 차다. 고요함 속에 새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린다. 이런 평화로움과 고요함을 아타락시아라고 하던가? 고대 철학자들은 이런 심적평온 상태를 정신적 쾌락이라고 말한다.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꼭 무엇을 이뤄야 행복은 아니다. 지금 이대로도 좋은 면 행복이다.


2014. 5. 8

까뮈의 이방인을 다시 읽고 있다. 25년 만에 다시 읽는 이방인은 느낌은 많이 다르다. 시험에 나와서 혹은 폼 잡기 위해서 책을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어서일까? 까뮈가 말하고 싶었던 게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과 비슷한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하다. 왜 살아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명작은 달리 명작이 아닌 것 같다. 여러 사람에게 다른 의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명작의 자격이다.


2014. 5. 10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걸레를 빨았다. 설거지도 하고 방청소도 했다. 저녁에는 아이들 씻기고 책도 읽어 주었다. 아내가 며칠째 감기몸살이 심하다. 안쓰럽다. 일을 몰아서 하지 말고 나누어서 했으면 한다. 인생은 선택이다. 다 잘할 수는 없다. 골프왕 타이거 우즈가 축구왕 메시처럼 축구까지 잘할 수는 없다. 선택해서 사는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부러워할 필요 없다. 비정상이다. 내가 만족하면 그게 행복이고 그게 진짜 삶이다.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는 짧게 하라.


2014. 5. 13

이직 한지 1년이 지났다. 업무량이 늘어나면서 삶의 질은 떨어졌다. 물론 월급은 늘었다. 선택이다. 다 좋을 순 없다. 다시 고민해야 한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


2014. 5. 12

숲의 힘.

요즘엔 자연이 너무 좋다. 특히 산과 숲이 좋다. 숲에 있으면 넉넉해지고 느슨해진다. 숲에 있으면 시계를 보지 않는다. 숲에 있으면 다 잊는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숲만 보고 나무만 보고 있으면 된다. 그렇게 하루가 아무 일 없이 지나간다. 숲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곧 죽을 것이라고 의사에게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환자도 수십 년을 멀쩡하게 살아 있게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숲은 공짜여서 좋다. 먼저 자리 까는 사람이 임자다.


2014. 5. 15

사주나 손금, 관상을 믿지 않지만 얼마 전부터 먹고, 자고, 입는 1차원적인 것보다 형의상학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싶어 졌다. 의학이나 과학으로는 설명되고 해결하지 못한 것들. 전부냐 개무(皆無)냐? 어쩌면 행복에 이르는 방법은 두 가지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모든 것을 아느냐, 아무것도 모르느냐? 애매하면 힘들다. 철학자가 될 필요는 없겠지만 철학의식은 있어야 한다.


2014. 5. 19

얼마 전 아래층에 살던 아저씨가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쉰이 조금 넘었는데 죽기엔 이른 나이인 것 같다. 오다가다 만나면,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에 가서 돗자리 깔고 막걸리 한 잔 하자고 얘기했었는데 그럴 기회는 영원히 사라졌다.


그는 그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3개월 후 그가 하늘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은행에 다니고 있는 그는 항상 진급 때문에 이런저런 고민을 나에게 얘기하곤 했었다. 그의 사망원인이 스트레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한 집안의 가장이라면 누구도 그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수의 가장들은 그 책임감과 목숨을 바꿀 각오로 산다. 전쟁에 나가면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오늘 아침도 군화끈을 매고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가는 것이지만 전쟁에 나가서 죽고 싶은 병사는 없다. 죽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한다. 나머지는 운명에 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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