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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Nov 30. 2024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

2013년 12월

중학교 때 얼굴에 여드름이 나서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모른다. 사춘기엔 호르몬의 변화로 당연히 얼굴에 여드름이 날 수 있는데 그때는 너무 창피했고 힘들었다. 대학교 입학시험에 낙방했을 때는 세상에 혼자 팽개쳐져 있는 것 같은 극도의 외로움에 빠졌다.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에 혼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듯한 고독감. 누구도 그 외로움을 달래줄 수 없었다. 어떤 사람도 어떤 노래도 나를 위로해 줄 수 없었다. 군대에 가면 괜찮아질까? 군대는 더 외로웠다. 구타와 얼차려, 인격모독. 몸은 힘들었고 마음은 늘 외로웠다.


제대 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고로 병원에 입원을 한 적이 있다. 병상에서 맞는 아침, 눈부시게 밝은 봄햇살을 병원 창 밖으로 본 적 있는가? 몸을 움직일 수도 없어 목만 겨우 가누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비참했다. 퇴원 후 계속 치료하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았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가? 내가 힘드니 더 힘든 사람들이 눈에 보인다는 것을.




처음으로 눈에 콩깍지가 씌어 좋아했던 여자가 있었다. 오래 본 것 도 자주 만난 사이도 아니었다. 그러나 무작정 좋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좋았다. 그러나 이유도 명확히 모른 체 이별을 해야 했고 한동안 그 열병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녀 때문에 이틀을 굶기도 했다. 음식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때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게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사랑은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사랑은 공감이라는 것을. 결혼을 하니 더 많은 것들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 매 순간이 시험이고 고비였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가정을 가졌지만 그만큼 책임도 커졌다.


아이 때문에 24시간 긴장을 해야 했고, 한순간도 마음을 놓고 산 적이 없다.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잘 키워야 하는데,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위로해 보지만 세상에 어떤 부모도 그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하루하루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아이들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오늘에.



2013년 12월 이후 형님이 하늘로 가셨고, 어머니가 하늘로 가셨다. 이직을 하던 중 6개월간 구직을 하지 못해 죽고 싶다는 생각을 2번째로 하기도 했다. 삶과 죽음은 실로 종이 한 장차이다. 죽기로 마음먹으면 죽는 거고, 살기로 마음먹으면 사는 것이다.


살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 한 두 번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반드시 지나가는 고통이다. 죽음을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하자마자 살아야 한다는 모드로 바꾸어야 한다. 그 생각이 깊어지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어찌 보면 아주 간단할 수도 있다.


아무것도 아니지는 않았으리라.

그때는 그것이 가장 힘들었으리라.


대체로 다 지나간다.

그리고 살다보면 또 살아진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고나면 살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인간의 삶이 그 정도의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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