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믿음이 좋은 신실한 크리스찬이고 나는 믿음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어정쩡한 크리스찬이다. 나도 초, 중, 고등학교 때까지는 열심히 교회를 다녔지만 지금은 다니는 둥 마는 둥 한다. 그래서 밖에 나가서 기독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종교인이라고 말하기엔 도덕적으로나 율법적으로나 너무 창피한 수준이다.
얼마 전 8년간 근무했던 회사를 퇴사하고 퇴직금을 받았는데 아내가 퇴직금을 십일조 헌금을 했다. 우리는 외벌이 가정이다. 내가 경제활동을 한다고 해서 내게 경제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급여 전액을 아내에게 일임하고 아내가 관리한다. 그리고 용돈을 받아 쓴다.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건아내가 미리 얘기를 하고 십일조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내는 내가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굳이 말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헌금을 했다고 한다. 그 사실은 맞다. 그런데 사람 심리가 참 그렇다. 그래도 내게 한 번 더 말해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한 내 마음은 십일조 헌금은 하고 싶지 않았다. 아내가 십일조를 해야 심리적으로 평온하고 하나님께서도 우리 가정을 지켜주시고 복되게 해 주신다고 믿기에 동의하는 것이다. 나의 진정성보다는 아내의 믿음 때문이다. 4인가족의 외벌이 샐러리맨에게 십일조는 무리라는 생각이 있었다.
세상일이 그렇다. 문제가 되려면 문제가 될 수 있고, 문제가 안 되려면 안될 수 있다.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당연하고 좋은 일을 한 것이다. 우리 가족이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 있어 감사의 마음을 전했을 것이다. 신이 진짜 계시다면 아마 신께 나는 한 참 욕을 먹을 수도 있다.
아인쉬타인이 그런 말을 했다던가?
"신이 있다, 없다에 베팅을 하라고 한다면 나는 신이 있다에 베팅을 하겠다."
왜냐 "신이 없다"에 베팅을 했을 때 보다 신이 있다에 베팅을 하는 것이 훨씬 리스크가 적기 때문에. 신이 없다에 베팅을 했는데 만약 신이 있으면 천당 못가고 지옥에 갈 수도 있으므로 ㅎㅎ^^ 이런 비스꾸무리한 논리였던 것 같다. 천재는 천재인가 보다.
종교 문제로 갈등을 겪으며 사는 부부들이 있다. 이혼을 하는 부부도 있다. 율법이나 교리도 중요하지만 가정생활의 근간을 흔들 만큼 중요한 가치는 세상에 없다. 배려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살아야 한다. 신념과 가치도 때론 유연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로부터 14년이 흘렀다.
신실했던 그 녀는 십일조는커녕 주일 예배도 띄엄띄엄 간다.
왠지 나 때문에 믿음이 사라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다.
"여보 당신이라도 열심히 예배드려. 둘 중에 한 사람이라도 열심히 다녀야 하나님이 당신 봐서라도 우리 가정을 잘 보살펴 주시지 않을까?